위클리

할부금 제때 못내 경매 넘어간 車 숨기면?

[엄마 변호사의 세상사는 法] 강제집행면탈죄의 구성요건과 권리행사방해죄

박윤정 (변호사) 기자 2018.12.28 14:10

민호(가명)씨는 최근 캐피탈 회사로부터 차량을 경매에 넘길 거라는 문자를 받고 고민에 빠졌습니다. 사실 민호씨는 1년 전 차를 구입하면서 캐피탈사와 할부 거래 계약을 체결했으나 최근 장사가 되지 않아 자금난을 겪으면서 할부금 납입을 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민호씨가 몇 차례의 독촉전화에 심한 스트레스를 받은 나머지 전화를 받지 않았더니 캐피탈사 측에서 민호씨 차량을 경매에 넘긴다고 통보한 것입니다. 민호씨는 차가 없으면 그나마의 영업도 할 수가 없는 상황이라 어떻게든 차를 경매에 넘기는 일만큼은 피하고 싶었습니다. 민호씨가 인터넷으로 검색을 해보니 민호씨처럼 할부금을 내지 못해 경매 진행 중인 차량을 숨긴 사람에게 강제집행면탈죄가 성립하지 않아 무죄가 선고됐다는 기사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민호씨는 어쩐지 이러면 안 될 거 같긴 하지만 잠시 차를 숨겨서 집행을 피해볼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 민호씨가 경매를 피하기 위해 차량을 숨겨도 정말 강제집행면탈죄가 성립하지 않나요?
▶ 틀린 말은 아닙니다. 필경 민호씨는 캐피탈사와 할부거래 계약을 체결하면서 차량을 담보로 제공했을 것이고 이에 따라 차량에 캐피탈사 명의로 저당권이 설정됐을 겁니다. 따라서 캐피탈사가 차량을 경매에 넘긴다고 통보한 것은 저당권을 실행한다는 의미일 가능성이 매우 큽니다. 그런데 형법 제327조의 강제집행면탈죄가 적용되는 강제집행은 민사집행법 제2편의 적용대상인 강제집행 또는 가압류·가처분을 의미하는 거고 민사집행법 제3편의 적용 대상인 ‘담보권 실행 등을 위한 경매(임의경매)’를 면탈할 목적으로 재산을 은닉하는 등의 행위는 위 죄의 규율대상에 포함되지 않습니다(대법원 2014도14909 판결). 다시 말해 캐피탈사가 민호씨를 상대로 저당권을 실행하는 와중에 민호씨가 차량을 숨겼다 해도 강제집행면탈죄가 성립하는 것은 아니므로 민호씨가 검색한 내용은 어느 정도는 맞는 말입니다. 다만 강제집행면탈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단언하지 않은 것은 캐피탈사 측에서 (그럴 가능성은 매우 낮지만) 저당권 실행을 위한 경매가 아닌 민호씨 차량을 비롯한 재산에 가압류를 한다거나 할부금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하는 경우라면 민호씨의 재산 상황에 따라서는 차량을 은닉한 것이 강제집행면탈죄가 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입니다. 

- 만약 강제집행면탈죄가 성립하지 않으면 민호씨는 형사 처벌을 완전히 피할 수 있는 건가요?
▶ 그렇지 않습니다. 저당권의 목적이 된 민호씨의 차량은 ‘타인의 권리의 목적이 된 자기의 소유물’에 해당합니다. 이러한 물건을 취거, 손괴, 은닉해 타인의 권리행사를 방해하면 형법 제323조의 권리행사방해죄가 성립할 수 있습니다. 강제집행면탈죄의 법정형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인데 비해 권리행사방해죄의 법정형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만원 이하의 벌금’이므로 오히려 권리행사방해죄의 법정형이 더 높습니다. 그러므로 상황은 매우 안타까우나 민호씨가 불완전한 정보를 바탕으로 강제집행면탈죄에 해당하지 않을 거라는 기대를 가지고 차량을 숨긴다면 더욱 중한 죄로 처벌받을 수도 있음을 명심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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