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벨트 매세요"…웃음거리가 된 법

[황국상의 침소봉대] '전 좌석 안전띠 의무화' 도로교통법 혼선을 보며

황국상 기자 2019.01.06 05:00
지난해 12월 2일 오전 서울 서초 IC 인근에서 경찰이 전좌석 안전띠 미착용 단속을 하고 있다. 경찰청은 12월1일부터 31일까지 1개월 동안 모든 도로에서 전 좌석 안전띠 착용과 자전거 음주운전에 대해 특별단속을 한다. 단속은 사고다발지점과 고속도로IC 및 자동차전용도로 진출입로에서 전개하며, 주.야간 음주단속 때에는 안전띠 착용 단속도 병행한다. / 사진제공=뉴스1

우리 속에 갇힌 맹수는 무섭지 않다. 내가 우리 안으로 스스로 들어가지 않는 한, 그 맹수가 나를 해칠 가능성이 없다는 걸 누구나 안다. 두려움을 주지 못하는 우리 속 맹수는 더 이상 맹수가 아니다. 법도 마찬가지다.

최근 혼선을 빚고 있는 '전 좌석 안전띠(안전벨트) 착용 의무화' 제도를 보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택시 뒷좌석 안전띠 열흘째, 현장에선 여전히 혼란' '전 좌석 안전띠 착용 의무화 단속 현장… 경찰 보자 허겁지겁' '경찰이 잘못 본거다, 단속현장 백태' 등 뉴스의 제목에서 이 제도가 빚는 혼선을 짐작할 수 있다.

동승자에게 안전벨트 착용을 안내하지 않은 운전자에게 과태료를 물리도록 한 도로교통법 개정안이 지난해 2월 국회를 통과해 같은 해 9월 시행에 들어갔다. 이에 따라 모든 도로를 주행하는, 모든 차량의 동승자에게 안전띠 착용이 의무화됐다. 안전띠를 의무적으로 착용해야 하는 '동승자'에는 자가용 승용차의 동승자 뿐 아니라 택시나 버스 등 영업용 차량의 승객까지도 포함된다.

지난해 10~11월 2개월의 계도 기간을 거쳐 12월부터 전국 각급 경찰에서 단속을 진행 중이다. 그럼에도 이 법에 따른 처벌을 두려워하는 버스 또는 택시 운전기사는 보기 어렵다. 단속이 어렵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전 좌석 안전띠 착용이 의무화된 뒤 지난해 12월 한달 동안 특별단속에 대규모 경찰력이 동원됐다. 주행 차량을 가로 막고 무작정 단속하거나 휴게소에 정차 중인 버스에 경찰이 무작정 올라타서 단속하는 식이었다. 

문제는 특별단속은 말 그대로 특별할 경우라는 점이다. 특별단속이 끝난 이후에도 경찰이 이 정도로 동원될 수 있을까? 일상 속에서 착용의무 위반을 얼마나 잡아낼 수 있는지 의문이다. 단속에 걸리더라도 그저 '운이 나빴다'는 반응 이상을 기대하기 어렵다.

정작 안전띠 착용 의무를 어기다 적발돼도 동승자가 아닌 운전자에게만 과태료가 부과된다는 사실은 법의 실효성을 크게 떨어뜨리는 요인이다. 처벌의 위험이 없는 동승자를 상대론 '시민의식'에 호소하는 수밖에 없다. 

운전자, 특히 영업용 차량의 운전기사에게도 피해나갈 구멍은 있다. 자동으로 '안전띠 착용'을 권하는 네비게이션 안내멘트 등으로 '안전띠 착용 권유 의무'를 갈음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기계적 안내멘트를 듣고 실제로 안전띠를 매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이런 있으나 마나한 법을 도대체 왜 만든거야"라는 비웃음을 사는 이유다.

실효성이 없는 제도는 '법 제도의 희화화'라는 더 큰 폐해를 낳을 수 있다. 법은 엄정함을 생명으로 한다. 있어도 없는 것과 마찬가지인 법은 자칫 법 질서 전체에 대한 회의로 이어질 수 있다. 오늘도 출근길 버스에서 흘러나오는 '안전벨트를 매시라'는 건조한 자동음성 안내를 들으며 들었던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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