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일반

[친절한 판례氏] 회사 위한 빚보증…"퇴사했는데"

대법 "퇴직자에 '연대보증인 지위 유지' 강요는 부당, 일방 해지 가능"

황국상 기자 2019.01.08 05:05
/그래픽=임종철 디자인기자

'빚 보증하는 자식 낳지도 말라'는 말이 있다. 다른 사람의 빚을 보증하는 게 얼마나 위험한지를 보여주는 얘기다. 그럼에도 의도치 않게 보증을 서야 하는 경우가 있다. 보증인으로서는 피보증인이 빚을 제때 갚지 못할까 매순간 간담이 서늘할 수밖에 없다.

회사 임원이라는 지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연대보증인이 된 사람이 있었다. 이 보증인이 임원 지위에서 퇴임했음에도 채권자는 '일단 보증인이 됐으니 빚을 갚으라'고 독촉한 사건이 있었다. 직위 때문에 불가피하게 보증인이 된 사람이 퇴직한 이후에 빚 변제를 요구하는 게 적법한지 여부를 다룬 대법원 판결(2018년 3월27일 선고, 2015다12130)을 소개한다.

2011년 5월 공군으로부터 외주정비 납품계약을 수주한 A사는 채무·의무 불이행에 대비해 서울보증보험과 이행보증 보험계약을 체결했다. 서울보증보험이 공군에 보험금을 지급하면 A사와 그 소속 임원들이 연대보증인으로서 서울보증보험에 구상금을 지급한다는 내용이었다. 이 때 B씨 등 임원들이 A사의 임원 지위에 있다는 이유로 연대보증인이 됐다.

A사와 계약이 체결된지 채 1년이 안 된 시점에서 감사원이 공군과 A사 사이의 계약을 문제 삼았다. 2012년 1월 하순 감사원은 공군에 A사에 지급한 부당이득을 환수하라고 요청했고 이에 공군은 A사에 대한 대가지급을 보류하겠다는 통보를 했다. 

이어 공군은 2012년 4월 A사가 주계약에 따른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서울보증보험에서 보험금을 받아갔다. 서울보증보험은 A사와 B씨 등 임원들을 상대로, 자신들이 공군에 지급한 비용만큼의 구상금을 지급하라고 소송을 냈다.

A사가 서울보증보험에 구상금을 물어줘야 한다는 판단은 쉽게 나왔다. 그러나 법원은 B씨 등에 대한 서울보증보험의 청구 부분에 대해 원고(서울보증보험) 패소 판결을 내렸다. 공군이 서울보증보험에 보험금을 청구하기 3개월 전에 이미 B씨 등이 A사에서 퇴사했다는 점, B씨 등이 퇴사 직후 서울보증보험에 연대보증계약의 해지를 통보했다는 점 때문이었다.

문제는 B씨 등이 퇴사한 시점은 공군이 감사원으로부터 부당이득 환수요청을 받은지 며칠이 지난 시점이었다는 점에서 발생했다. 서울보증보험은 B씨 등의 퇴사일(2012년 1월31일)은 감사원의 지적 및 공군의 대가지급 보류 통보가 나온 2012년 1월27일 이후에 있었다는 점을 들어, B씨 등에게 보증채무 이행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서울보증보험의 상고를 기각, B씨 등의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은 "B씨 등은 A사의 이사, 감사 또는 직원의 지위에 있었기 때문에 부득이 연대보증인이 됐다가 그 이후 퇴사해 이사 등의 지위를 상실했다"며 "(B씨 등은) 연대보증계약의 기초가 된 사정이 현저히 변경돼 연대보증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고 봐야 한다"고 판시했다.

또 "구체적인 보증채무(공군이 수령한 보험금)가 확정되기 전에 B씨 등의 보증계약 해지 통보로 계약이 종료됐다. B씨 등은 그 이후 확정된 채무에 대해 구상채무의 보증책임을 지지 않는다"며 "서울보증보험이 주장하는 공군의 대가지급 보류 통보 등의 내용만으로는 '보증인의 사정 변경에도 불구하고 보증책임이 계속 존재한다고 인정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존재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관련조항

민법 제2조(신의성실)
① 권리의 행사와 의무의 이행은 신의에 좇아 성실히 하여야 한다.
② 권리는 남용하지 못한다.

민법 제428조의3(근보증)
① 보증은 불확정한 다수의 채무에 대해서도 할 수 있다. 이 경우 보증하는 채무의 최고액을 서면으로 특정하여야 한다.
② 제1항의 경우 채무의 최고액을 제428조의2제1항에 따른 서면으로 특정하지 아니한 보증계약은 효력이 없다.

민법 제441조(수탁보증인의 구상권)
① 주채무자의 부탁으로 보증인이 된 자가 과실없이 변제 기타의 출재로 주채무를 소멸하게 한 때에는 주채무자에 대하여 구상권이 있다.
② 제425조제2항의 규정은 전항의 경우에 준용한다.

민법 제543조(해지, 해제권)
① 계약 또는 법률의 규정에 의하여 당사자의 일방이나 쌍방이 해지 또는 해제의 권리가 있는 때에는 그 해지 또는 해제는 상대방에 대한 의사표시로 한다.
② 전항의 의사표시는 철회하지 못한다.

상법 제726조의5(보증보험자의 책임) 
보증보험계약의 보험자는 보험계약자가 피보험자에게 계약상의 채무불이행 또는 법령상의 의무불이행으로 입힌 손해를 보상할 책임이 있다.

상법 제726조의7(준용규정) 
보증보험계약에 관하여는 그 성질에 반하지 아니하는 범위에서 보증채무에 관한 「민법」의 규정을 준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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