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년 전 법에 발목잡힌 미래산업…해법은?

충정 기술정보통신팀 변호사들이 말해주는 ‘혁신 기술과 법’ 이야기

이동진 변호사(법무법인 충정) 2019.01.09 05:15
2015년 2월 서울택시운송사업조합과 서울시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 소속 회원들이 우버글로벌 전략 기자 간담회가 열린 서울 용산구 그랜드 하얏트 호텔 앞에서 생존권 위협하는 우버 영업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이들은 우버를 가리켜 ‘택시 말살 기업’이라고 비판하고, 한국 시장에서 철수할 것을 강력히 주장했다. / 사진제공=뉴스1

스마트폰을 기반으로 차량 공유 서비스를 제공하는 우버는 2013년 한국 시장의 진출을 시도했다가 결국 철수했다. 사업용이 아닌 자가용 자동차를 운송용으로 사용할 수 없도록 하는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때문이다. 이 같은 내용은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의 전신인 자동차운수사업법이 제정되던 1961년부터 포함돼 있었다.

한편 숙박 공유 서비스를 제공하는 에어비앤비는 한국에서 외국인만을 대상으로 사업을 할 수 있는데, 이는 ‘외국인관광 도시민박업’이라는 관광진흥법상의 개념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외국인관광 도시민박업은 2011년 12월30일 관광진흥법 시행령이 개정되면서 새롭게 도입됐다.

결국 전세계적으로 환영받고 있는 공유 서비스들은 한국에서 자신들의 사업을 개시하기 이전부터 존재하던 법에 의하여 발목이 묶인 셈이다. 해당 법령들은 해당 분야에 종사하고 있던 각각의 사업자들에 적용되는 법령이지, 플랫폼 사업자들을 염두에 두고 만들어진 규정들이 아니다. 그런데 플랫폼 사업자들은 규제의 틈을 파고들어 서비스 공급자와 서비스 이용자들을 연결하는 새로운 역할을 담당하면서 다양한 시장을 재편하고 있다. 공급자와 이용자 사이에서 이루어지는 기존의 거래에 플랫폼 사업자들이 개입하면서 이에 관한 법률관계도 더욱 복잡해졌다. 때문에 달라진 시장 구조와 현실을 반영하기 위하여는 새롭게 법을 개정할 필요가 있지만, 다양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앞으로의 과정은 쉽지 않아 보인다.

앞서 두 사례를 통해 알 수 있듯 새로운 정보통신 기술을 바탕으로 사업을 하려는 플랫폼 사업자들은 기존 법에 의해 제한을 받게 되는데, 많은 경우 해당 플랫폼에 참여하여 컨텐츠를 제공하려는 자가 기존 법에 의한 요건을 갖추지 못한 경우가 많다. 또한 플랫폼 사업자의 진출을 반대하는 입장에서는 이러한 참여자들이 아무런 허가나 면허 없이 사업을 하는 경우에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을 지적한다. 예컨대 신분이 확인되지 않은 우버 드라이버가 우버 차량에 탑승한 승객에게 범죄행위를 저지른다던지, 소방설비 등을 제대로 갖추지 않은 상태에서 여행객들에게 숙박할 장소를 제공하였다가 화재 사고가 발생하는 경우들이다.

그러나 과연 이러한 문제점이 실제로 얼마나 큰 위협이 될지는 의문이다. 플랫폼 사업자들 또한 풀랫폼을 이용하는 고객들에게 보다 안전하고 쾌적한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노력하기 때문이다. 카풀 서비스를 제공하는 카카오모빌리티에는 안전과 편의를 위하여 경차나 소형차는 서비스 차량으로 등록될 수 없으며, 운전자는 운전면허증 및 자동차보험증을 제출해야 한다.

오히려 플랫폼 사업자들이 플랫폼의 자정기능을 통해 더욱 효율적으로 위험을 관리할 능력을 갖춘 경우도 많다. 모바일 기기를 통하여 플랫폼에서 공유되는 많은 정보들이 새로운 기술과 결합하여 기존에 없던 서비스를 만들고 있다. 평점 제도를 통해서 이용자들은 우수한 서비스를 선별적으로 고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다양한 후기를 작성하여 다른 이용자들이 본인에게 적합한 상품이나 서비스를 선택하는데 도움을 줄 수도 있다. 이러한 평가는 서비스를 이용한 개인들에 의해 끊임없이 누적되기 때문에 간헐적으로 이루어지는 정부의 현장 점검보다도 효율적으로 공급자들을 통제할 수 있다. 

그런가 하면 오늘 탑승한 공유 차량의 운전자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다음부터는 그 운전자와 중개되지 않도록 설정할 수도 있다. 스마트폰의 GPS 기능이 차량의 운행을 실시간으로 표시하기 때문에 운전자는 운행 요금을 더 받기 위하여 더 이상 정상 경로를 벗어나 길을 돌아갈 수도 없다. 보다 나아가 각 분야의 플랫폼 사업자들은 나름의 운영 기준을 만들어 이를 위반한 참여자들에게 제재를 가하고 있다.

또한 플랫폼 사업자들은 시장이 원활하고 안정적으로 운영되도록 책임지고 관리하여야만 이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거시적인 관점에서 건전한 시장 환경을 조성하려는 정부와 비슷한 입장에 서 있다. 국민의 안전, 보건 위생, 서비스 수준의 향상 등 사회적 규제를 플랫폼 사업자들이 분담하는 것을 전제로 각종 인허가와 같은 진입 장벽을 낮추는 방향으로 한다면, 새로운 산업을 발전시키는 동시에 기존의 규제를 통해 제어하려 했던 위험과 우려도 해소할 수 있어 보인다.

결국 플랫폼 사업자들의 시장 진입을 전면적으로 막기보다는 어떻게 법령을 개정하여 플랫폼 사업자들로 인해 달라진 시장을 잘 통제할 수 있는지의 문제이다. 단순히 자동차운수사업법이나 외국인관광 도시민박업의 문구 일부를 수정하는 정도로는 부족하다. 플랫폼을 이용한 서비스는 숙박, 차량 공유 및 거래, 부동산, 음식 배달, 쇼핑, 나아가 개인간의 자금 대출까지 우리 생활의 곳곳에 파고들고 있다. 많은 선행 연구가 뒷받침 되어야겠지만, 플랫폼 사업자의 개념이 법적으로 새롭게 정의된 다음 이들이 부담하여야 할 구체적인 의무와 책임을 개별 시장에 맞게 규정할 필요가 있다.

이와 관련하여 국회에 제출된 방송통신발전 기본법 개정안은 방송통신발전기금을 위한 분담금을 내는 대상으로 ‘부가통신사업자’를 추가하여 플랫폼 사업자들로 하여금 분담금을 내도록 제안하고 있다. 그러나 부가통신사업자는 기존의 사업자와 다른 특성을 가지는 플랫폼 사업자를 제대로 반영하기 어렵다. 또한 분담금을 내도록 하는 것은 기업에게 부담만을 줄 뿐, 플랫폼 사업자들의 권한을 적절하게 통제하기 어렵다.

우선 플랫폼 사업자가 진출하는 시장에는 쏠림 현상이 쉽게 발생하기 때문에 시장지배적 지위를 갖는 플랫폼이 과도하게 수수료를 요구하는 등 불공정행위를 하는 경우에 대한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플랫폼 이용자에게 서비스와 관련된 피해가 발생할 경우 즉각적인 조치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플랫폼 사업자가 정부의 지시에 긴밀하게 협조하도록 의무를 부여할 수도 있다. 그 외에도 플랫폼의 등장으로 새롭게 진입하는 공급자와 기존의 공급자 간의 이해관계 상충을 조절할 수 있는 방안을 플랫폼 사업자가 강구하도록 하는 규정도 생각해 볼 수 있다.


법무법인 충정의 이동진 변호사는 Tech & Comms (기술정보통신) 중 공유경제, 블록체인 등 신기술 부분과 및 기업자문 분야를 전문영역으로 하고 있다. 이동진 변호사가 속해있는 Tech & Comms 팀은 제4차 산업혁명으로 대표되는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인공지능(AI), 3D프린팅, 가상현실(VR)/증강현실(AR)/혼합현실(MR), 핀테크, 블록체인, 가상화폐, 가상화폐공개(ICO), 가상화폐 거래소, 드론, 전기차, 자율자동차, 신재생에너지, 게임, 공유경제 등 다양한 혁신 기술과 관련된 법적 이슈에 대하여 전문적인 법적 자문을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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