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강제징용 기업' 한국 재산 첫 압류…일본이 버티면?

법원, 신일철주금 보유 PNR 주식 4억원 어치 압류 결정…항고해도 압류 피하기 어려워

이상배 기자, 송민경(변호사) 기자 2019.01.09 09:18
강제동원 문제해결과 대일과거청산을 위한 공동행동 회원들이 24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열린 신일철주금 강제동원 소송 정의로운 판결 요구 기자회견에서 일제강제동원피해 사건 판결의 정치적 거래에 대한 진상규명을 촉구하고 있다. 2018.10.24/뉴스1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배상을 위해 일본 기업을 상대로 제기된 국내 재산 압류 신청이 처음으로 받아들여졌다. 압류 재산은 약 4억원 어치다. 피해자들은 아직 매각 명령을 신청하지 않았지만, 일본 기업이 항고하지 않고 이행도 하지 않고 버틴다면 매각 명령으로 이어질 수 있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구지법 포항지원은 강제징용 피해자 이춘식씨(95) 등 2명의 법률대리인단이 지난달 31일 신청한 신일철주금(옛 일본제철)의 한국 자산 압류 신청을 8일 승인하고 회사 측에 관련 서류를 보냈다. 지난해 10월 대법원에서 이씨 등이 신일철주금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 대해 "신일철주금은 피해자들에게 1억원씩 배상하라"는 판결이 나온 데 따른 것이다.

피해자 측이 압류를 신청한 신일철주금의 한국 내 재산은 신일철주금과 포스코의 합작법인 PNR의 주식이다. PNR은 신일철주금의 전신인 신일본제철이 2008년 포스코와 제휴해 설립한 제철 부산물 재활용 업체로, 신일철주금이 234만여주(약 110억원)를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 법원에서 압류가 승인된 주식은 약 4억원 상당의 8만1075주다. 원고가 2명인 만큼 원금은 1인당 1억원씩 총 2억원이지만, 2013년 서울고법에서 배상 판결이 난 이후 연간 20%의 지연배상금이 붙으면서 금액이 늘었다. 법원의 이번 결정에 따라 신일철주금은 관련 서류를 받는 즉시 PNR 주식 8만1075주를 매매 또는 양도할 권리를 잃는다.

통상 압류 신청은 매각명령 신청과 함께 이뤄지지만, 이번에 피해자 측 대리인단은 아직 신일철주금을 상대로 매각명령 신청을 하지 않았다. 신일철주금 측과 협의할 여지를 남겨두기 위함이다.

대리인단은 "신일철주금이 계속 피해자 측과 협의하지 않는다면 대리인 입장에선 압류된 주식에 대해 매각명령을 신청할 수밖에 없다"며 "신일철주금에게 피해자들의 권리 구제를 위해 신속히 협의에 나설 것을 다시 한번 촉구한다"고 했다.

만약 신일철주금 측이 법원 결정에 불복해 즉시 항고한다면 압류 절차가 늦어질 수 있다. 그러나 이미 신일철주금에게 배상 책임이 있다는 대법원 판결까지 나온 만큼 항고로 인해 법원의 판단이 뒤집힐 가능성은 희박하다.

대리인단 소속 임재성 변호사는 "즉시 항고한다고 압류가 깨지는 것이 아니다"며 "항고로 다툴 수는 있지만 압류 과정에서 즉시 항고 사유가 적어 법원에서 받아들 여지가 적어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일본 NHK방송에 따르면 신일철주금은 이번 압류 승인에 대해 "계속 일본 정부와 협의하면서 적절히 대응해 나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은 "부당하게 일본 기업이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다양한 준비를 하고 있다"며 "해당 기업에 불이익이 생길 경우 즉각 대응책을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지난 6일 신일철주금의 한국 내 자산에 대한 압류 신청과 관련, "매우 유감"이라며 "의연한 대응을 하기 위해 구체적인 조치를 검토하라고 관계 부처에 지시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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