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펌도 '통섭'…"언론·정책·컨설팅 종합서비스해야"

임성택 법무법인 지평 신임 대표변호사 인터뷰

송민경 (변호사) 기자 2019.01.10 09:32

11일 임성택 변호사 인터뷰


“학문뿐 아니라 법률 업무도 ‘통섭’이 중요합니다. 기업 환경은 빠르게 변화합니다. 하나로 규정하기 어려운 위기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이 필요하죠.”

임성택 법무법인 지평 신임 대표변호사(55·사법연수원27기)의 얘기다. 지평의 창립 멤버인 임 변호사가 올해부터 지평의 살림을 책임지는 경영대표를 맡았다. 지난해 8월부터는 국가인권위원회 비상임위원으로 활동중이다. 


◇“위기 대처 위한 종합서비스 제공해야”

로펌(법무법인)의 영업이라면 여전히 술 접대 등을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이제는 사회·법·제도가 변하는 시대적 흐름에 맞게 새로운 위기에 대처할 수 있도록 기업 등 고객에게 제때 정보와 해결책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해졌다.

이를 위해선 로펌에 전문 인력이 충분히 갖춰져 있고 그들 간의 협력이 효율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임 변호사가 한 분야의 전문가가 아니라 팀플레이와 통섭을 강조하는 건 그래서다. 사건 초기부터 여러 전문 인력이 모여 문제를 해결하는 것도 지평의 장점이다. 블록체인에 관련된 사건이면 금융팀과 기술팀이 같이 논의해 고객이 원하는 해결책을 찾아주는 식이다.

“간단한 법률 리서치는 인터넷만 찾으면 나오는 시대입니다.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위기 대처에 필요한 언론·정책·컨설팅 등 종합적 서비스, 지평만이 할 수 있는 서비스를 해야 살아 남습니다.”

◇해외 적극 진출…9곳에 해외사무소

적극적으로 법률 시장 개방에 대처한 지평은 올해로 해외진출 12주년을 맞았다. 국내 로펌 가운데 가장 많은 해외 사무소를 갖고 있는 지평은 현재 △중국 △베트남(2곳) △캄보디아 △라오스 △인도네시아 △미얀마 △러시아 △이란 등 9곳에 사무소를 갖고 있다. 

해외 사무소는 자문만 할 거라고 생각하기 쉽다. 지평도 처음에는 한국 기업이 외국에 진출할 때 자문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으로 시작했다. 현지 법에 관련된 법률서비스를 우리 말로 신속하게 제공해 국내 기업들에게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이제는 그 지역 회사가 한국으로 진출할 때 도움을 주는 등 해외 고객을 늘리고 현지 소송에도 참여하는 등 서비스 영역을 넓혀가는 중이다.

“내부 인력도 해외로 나가는 것을 싫어하지 않아 외국에 4년 예정으로 갔다가 10년 동안 있는 변호사도 있을 정도로 잘 정착하고 있습니다. 전세계에 한국 기업들이 나가 자리 잡는 것처럼 변호사들도 그래야 합니다. 앞으로도 해외에 계속 투자하고 법률 시장의 개방에도 적극 대처할 생각입니다. ”

◇“사회 공헌 외면할 수 없어”…상근 변호사 확대

내년 20주년을 맞는 지평은 2000년 로펌 최초로 공익위원회를 설치했다. 2016년 11월 11개 대형로펌이 주축이 돼 출범한 로펌공익네트워크를 주도한 게 임 변호사다.

“로펌은 돈을 위해 뭐든 하는 조직이라는 선입견이 있습니다. 기업들은 사회 공헌을 외면하면 생존할 수 없는 환경으로 가고 있는데 로펌은 과연 그런지 질문을 던질 때입니다.”

임 변호사는 일을 잘 한다는 평가를 받는 것은 기본이고 이를 뛰어 넘어 사회 공헌 분야에서도 법률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로펌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변호사에게 주어진 공익 의무가 있듯 로펌도 이를 외면할 수 없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이를 위해 지평 후원으로 설립된 사단법인 두루의 상근 변호사를 현재 8명에서 20명으로 확대할 생각이다. 


“저 같은 사람이 대표를 하는 게 로펌 업계에도 변화를 일으키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습니다. 당연히 돈도 잘 벌어야죠. 일도 계속 하면서 경영도 챙길 겁니다.”

지평은 공익 소송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장애인 단체와 힘을 합쳐 "시각장애인에게는 화면 해설을, 청각장애인에게는 자막을 제공해 영화 관람을 위한 편의를 제공하라"는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2007년 제정된 장애인차별금지법에 근거해 제기된 이 소송은 현재 1심 승소 후 항소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현장 남아 일하는 대표될 것”


임 변호사는 대표가 된 후에도 일하는 변호사로 남을 생각이다. 현장과 멀어지면 감이 떨어지고 영업도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주변에도 대표라고 부르지 말라고 했다고 한다. 경영 대표는 6년까지 연임이 가능하지만 연임하지 않고 임기 2년만 채운 뒤 후배들을 위해 자리를 비워줄 생각이다.

지평은 매년 20명 가량의 인력을 충원해 왔지만 앞으로는 이보다 더 늘릴 생각을 갖고 있다. 로펌이 법률 전문가들의 플랫폼이라고 본다면 적극적인 인재 영입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장기적으로는 교육 센터나 정책 연구소, 법학 교육과 관련해서도 투자할 생각도 갖고 있다고 했다.

새롭게 변호사가 된 이들에게 조언도 빼놓지 않았다. “고정관념을 버리고 변호사의 영역을 다양하게 확장시켜야 합니다. 미국 로스쿨(법학전문대학원) 졸업생들처럼 소셜벤처나 스타트업 창업, 지방의회 진출, 스포츠에이전트 등 새로운 분야에 도전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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