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전 대법원장, '강제징용 재판 개입' "기억 안난다"

혐의 사실 대부분 부인…판사 블랙리스트 의혹 조사 중

김태은 기자 2019.01.11 17:21


'사법농단' 의혹 사건의 정점으로 지목되고 있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출석에 앞서 11일 오전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전직 대법원장으론 사상 처음으로 검찰에 피의자로 소환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민사소송과 관련해 '재판 거래' 의혹 등을 대부분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양 전 대법원장은 11일 오전 9시 30분부터 서울중앙지검 15층 조사실에서 강제징용 소송을 둘러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의 혐의에 대한 피의자 신문을 받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사법농단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양 전 대법원장에게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민사소송 재상고심과 관련해 외교부 입장을 반영해 재판방향을 구상한 법원행정처 문건을 보고받았는지, 대법원 판결이 지연되는 과정에 직접 혹은 간접 개입한 사실이 있는 지 등을 집중적으로 추궁했다.

이와 관련해 양 전 대법원장은 "기억나지 않는다" "실무진이 한 일에 대해 알지 못한다"는 등 전반적으로 혐의를 부인하는 태도로 일관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 전 원장은 앞서 검찰 출석 직전 대법원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사건과 관련된 여러 법관들도 각자의 직분을 수행하면서 법률과 양심에 반하는 일을 하지 않았다고 하고 있다"며 "'그 분들의 잘못이 나중에라도 밝혀진다면 그 역시 제 책임이므로 제가 안고 가겠다"고 자신의 혐의를 부인하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검찰 관계자는 "양 전 원장이 출석 전 기자회견에서 혐의를 부인하는 취지의 입장을 나타낸 것처럼 전체적으로 혐의를 인정하는 취지는 아니다"며 "방어권을 행사하는 수준으로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수사팀은 이날 4시 쯤 강제징용 재판 개입 의혹에 대한 조사를 마무리하고 법관 사찰 및 '블랙리스트' 의혹 등에 관해 조사를 이어가고 있다. 조사는 저녁 8~9시 정도가 돼야 끝날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은 '심야조사'를 지양하는 차원에서 조사 후 조서 열람까지 통털어 자정 전에는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양 전 원장도 이같은 조사 일정에 동의를 표하고 신문에 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양 전 원장에 대한 조사는 특수1부 박주성 부부장검사에 이어 단성한 부부장검사가 각 평검사 1명과 함께 담당하고 있다. 호칭은 전직 대법원장에 대한 예우상 '원장님'으로 부르고 있다.

조사가 아침부터 12시간 지속되면서 식사도 서울중앙지검 내 조사실에서 해결하고 있다. 양 전 원장은 이날 오후 12시 즘 도시락을 배달시켜 점심을 해결했다. 외부에서 식사할 경우 신변이 노출돼 보안 등의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서다. 저녁 식사도 서울중앙지검 청사 내부에서 이뤄질 것으로 알려졌다.

공유하기

1 /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