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허위사실유포'로 고소할 순 있지만 '허위사실유포죄'는 없다?

선거법 '허위사실공표죄'와 혼동하기 쉬운 '허위사실 유포'…'죄명'이 아니라 '행위'

유동주 기자 2019.01.16 16:40
손혜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문화체육관광부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선동열 2018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야구 대표팀 감독에게 질의를 하고 있다. 2018.10.10/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손혜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6일 SBS의 자신에 대한 부동산 투기 의혹 보도에 대해 "허위사실유포로 고소하겠다"고 페이스북에 올렸다.

지난 15일 SBS가 손혜원 의원이 문화재 지정 결정 이전에 가족이나 보좌관 등 주변 인물들에게 건물을 사들이게 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손 의원은 "투기는 커녕 사재를 털어 친인척이라도 끌어들여서 목포 구도심을 살려보려고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허위사실유포죄'는 없다…'허위사실유포'는 '행위'일 뿐

손 의원은 다행히 "허위사실유포로 고소하겠다"고 했지만, 만약 "'허위사실유포죄'로 고소하겠다"고 했으면 이는 틀린 표현이다.
많은 이들이 흔히 잘못 사용하는 용어가 '허위사실유포죄'다.  '허위사실유포'는 법전(法典)에 있는 '죄'의 명칭이 아니라 '행위'일 뿐이다.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죄'와 혼동하거나 혼용하면서 벌어지는 일이다. 

손혜원 의원 페이스북 캡쳐

카카오다음 어학사전 '허위사실유포죄'에 대한 설명 캡쳐

일반에서 잘못 사용하고 있을 뿐 아니라, 카카오다음이나 네이버 등 포털 어학사전에도 버젓이 잘못 설명돼 있다. 단어 해설에서 해당 법률용어가 있는 것처럼 설명하고 있고, 예문에서도 공직선거법에만 적용되는 '허위사실공표죄'와 혼동하거나 혼용해 쓰고 있다. 

'허위사실을 퍼뜨려 남의 명예를 훼손시키는 범죄'는 형법 제307조의 일반 명예훼손 외에 사자(死者) 명예훼손죄, 출판물 명예훼손죄 등이 있다.

개별 법에도 다양한 명예훼손 관련 규정이 있다. SNS등 인터넷 공간에서의 명예훼손은 정보통신망법 제70조에 규정돼 있다.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공공연하게 '사실'을 드러내어 다른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거짓의 사실'일 경우엔 7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더 엄하게 처벌한다.

손 의원의 경우엔 SBS를 고소하려면 '허위사실유포죄'가 아니라 정보통신망법 상 명예훼손으로 고소해야 한다. 

◇선거법 '허위사실공표죄'는 선거범죄에만 적용돼 

'허위사실공표죄'는 선거관련 범죄다. 공직선거법에 '허위사실공표죄'를 구체적으로 규정해 일반적인 명예훼손 행위가 아닌, '당선되거나 되게 하거나 낙선되게 할 목적'으로 '허위사실을 공표한 행위'에 대해서 특별히 처벌하고 있다. '해당 목적'이 있는 경우에만 처벌하기 때문에 판단하기 다소 애매한 부분이 있다. 

공직선거에서 '상대 후보를 떨어뜨리기 위해 허위사실을 널리 퍼트린 행위'는 중한 범죄에 속하기 때문에 엄하게 처벌된다. 형법 명예훼손죄가 허위 사실 적시의 경우 5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인 반면, 공직선거법 허위사실공표죄는 7년 이하 징역 또는 500만원 이상 3000만원 이하 벌금으로 처벌한다.

가장 잘 알려진 케이스가 정봉주 전 의원이 이명박 전 대통령의 BBK 관련 의혹을 제기했다가 허위사실공표죄(공직선거법 위반)로 1년 징역형과 함께 사실상 정치활동이 제한된 것이다. 정 전 의원은 10년간 피선거권이 박탈돼 특별사면이 없으면 총선 등 공직선거에 출마할 수 없었다가 지난 2017년 12월 문재인 정부 첫 특별사면에서 복권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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