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력 설날 없애라"는 헌법소원, 왜 나왔을까

[황국상의 침소봉대] '음력 1월1일= 설날' 공식은 불과 30년된 상식, 각양각색의 헌법소원도 제기

황국상 기자 2019.02.02 17:00
설 연휴를 하루 앞둔 지난 1일 서울 용산구 용산역 승강장에서 시민들이 귀성열차에 몸을 싣고 있다. / 사진제공=뉴스1

참 좋다. 2월2일 토요일부터 설날(5일) 다음날인 6일까지, 내리 5일을 쉴 수 있다. 2014년 대체휴일제도가 시행되면서 설·추석 등 연휴가 주말에 겹치는 날짜만큼, 다른 평일을 더 쉴 수 있게 됐다. 세상 진짜로 좋아졌다.

그런데 '설날=음력 1월1일'이라는 공식이 만들어진 게 불과 30년밖에 되지 않았다는 것을 아는 이들은 그리 많지 않다(이 사실을 아는 사람들은 최소 30대 후반이다). 지금이야 어엿한 '설날'이라는 이름을 얻은 '음력 1월1일'은 한 때 '음력 설날' 또는 '구정'(舊正)이라는, 상대적으로 비하된 이름이 붙었다. '양력 설날이 정식 설날이고, 음력 설날은 옛 풍습에 불과하다'는 인식에 따른 것이었다.

대한제국의 고종황제가 1896년부터 공식적으로 서양식 역법을 도입하면서부터 우리나라에는 양력·음력 설날이 혼재했다. 실제 음력 설날을 쇠는 것을 법으로 규제한 시대도 있었다. 일제 강점기에는 강제적으로 '양력 1월1일'을 설날로 여겨야만 했다. 물론 전통을 지킨 조상님들이 있었기에 오늘날 설날이 살아남을 수 있었다.

1945년 광복 이후에도 '설날'은 여전히 '양력 1월1일'이었다. 양력 1월1일만 설날로 보내야 한다는 논리도 있었다. 우리의 주요 교역국인 외국이 양력을 쇠는데 우리만 양력·음력 설날 두 번을 쉬는 '이중과세'(二重過歲)를 하면 그만큼 효율성이 낮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이승만·박정희정부는 양력설날을 강요하고 음력설날을 탄압한 대표적 정부로 지목되기도 한다.

전두환 정권 때인 1985년이 돼서야 '음력 1월1일'은 '민속의 날'이라는 이름으로 공휴일 지위를 얻었다. 이 때만 해도 '구정' 휴일은 당일 하루에 불과했다. 노태우 정권기인 1989년이 돼서야 '구정'은 '설날'이라는 원래의 이름을 찾았다. 고종황제의 결단 이후 93년만에 원래의 이름을 찾은 것이다. 휴일 기간도 3일(설날 당일 및 전·후일)로 늘었다. 2014년에는 대체휴일제도가 도입돼 설 연휴는 최소 3일 이상이라는 상식이 만들어졌다.

그러나 이같은 상식이 자리잡는 것도 수월하지만은 않았다. 음력 설날이 위헌이라는 주장까지도 있었다. 실제 헌법재판소에 "음력 설날 제도는 위헌이다"라는 선언을 내려달라는 신청도 있었다.

2001년 4월 A씨는 "구 시대의 유물인 '음력 설'을 마치 정통 '설'인 것처럼 취급해 공휴제를 실시하도록 함으로써 과세(過歲, 한 해를 넘김) 풍습의 양분화를 야기하고 국가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폐단을 초래한다"며 "이는 헌법 전문의 '모든 사회적 폐습과 불의를 타파한다'는 규정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또 "설 연휴 기간 공공기관 이용이 불가능하고 불필요한 지출과 물가난을 겪게 하는 등 행복 추구권도 침해된다"고 했다.

B씨도 2015년 재차 "음력 설을 인정하는 것은 이중과세원칙에 위배되며 국민에게 피해를 준다"는 이유로 음력 설날 제도가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다. 크게 보면 A씨와 같은 이유다.

헌재는 2001년 A씨의 주장에 대해 "양력설만 공휴일로 해야 한다는 견해를 가지고 있는 청구인에 대해서는 불쾌감이나 기타 생활상 불편을 가져다 주는 것일 수도 있을 것"이라면서도 "이는 행복추구권의 보호영역과 관계되는 것이라고 보여지지는 않는다. 헌법상 보장된 청구인의 기본권을 침해받을 여지가 없다"고 각하 결정을 내렸다.

2015년 B씨의 주장에 대해서도 "막연히 음력 설을 인정하는 것이 국민에게 피해가 된다고 주장만 할 뿐 기본권 침해의 원인이 되는 공권력 행사의 주체나 내용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그로 인해 청구인의 어떤 기본권이 침해됐는지에 대해 명확한 주장을 하지 않고 있다"며 역시 각하했다.

자기네는 양력 설을 쇠는데 음력 설날만 공식 설날로 인정한 것이 위헌이라는 주장도 있었다. 양력 설날만 쇠던 C씨는 2000년 2월 "관공서에 근무하던 자손들이 더 이상 양력 설날에 '3일 연휴'를 보낼 수 없게 돼 행복추구권, 평등권, 사생활에 관한 자유권 및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여 헌법에 위배된다"고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이에 대해서도 헌재는 "1999년 1월부터 관공서 공휴일 규정 개정으로 양력 설날의 휴일이 1일로 변경돼 시행됐다"며 "C씨의 청구는 법정 기한을 넘겨 제기한 것으로 심판청구가 부적법하다"고 각하했다. "법령으로 인해 직접 기본권이 침해당한 경우 법령이 시행된 것을 안 날로부터 60일 이내에, 법령이 시행된 날로부터 180일 이내에 그 법령에 대한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해야 한다"는 규정에 따라 C씨의 주장을 아예 심리조차 하지 않은 것이었다.

어렵사리 얻게 된 '설날'의 3일 휴가(주말을 포함하면 5일)다. 소중하게 얻은 명절인 만큼, 가족들끼리 서로 상처주는 일 없이 행복한 감정을 나누고 오는 날이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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