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에게 ‘위자료 안 받겠다’하고 상간녀에게 받을 수 있을까?

[엄마 변호사의 세상사는 法] 공동불법행위자 중 1인에게 한 채무면제의 효과

박윤정 (변호사) 기자 2019.02.07 11:41
삽화=이지혜 디자인기자

[이 사례는 부산가정법원 2018드단209504 손해배상(기) 사건의 사실관계를 바탕으로 각색한 것입니다.]

현미(가명)씨는 최근 남편과 합의이혼했습니다. 현미씨는 약 4년전 남편을 만나 결혼하고 이듬해 아들을 낳았는데, 아들이 태어난 직후에 남편이 노래방 종업원 A씨와 바람을 피우면서 심지어는 A씨가 음식점을 개업할 때 도움을 줬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현미씨는 배신감에 치를 떨었지만 이미 A씨가 다른 지방으로 이사를 가기도 했고 남편이 간곡히 용서를 빌기에 한 번 더 기회를 주기로 하고 A씨로부터도 다시는 남편을 만나지 않겠다는 각서를 받고 이번에는 넘어가기로 했습니다. 그러나 현미씨 남편은 설 명절을 맞아 가족을 만나러 올라온 A씨를 다시 찾아가 만남을 가졌고, 이 사실을 알게 된 현미씨는 결국 남편과 이혼하기로 합의했습니다. 현미씨와 남편은 이혼 합의 과정에서 아들에 대한 친권과 양육권을 남편이 갖되 현미씨에게 일체의 양육비를 청구하지 않기로 하고 대신 현미씨는 위자료 청구를 포기한다는 내용으로 각서를 작성해 공증까지 받았습니다. 
현미씨는 이혼 신고 후 상간녀인 A씨를 상대로 위자료 3,000만원을 청구하는 소를 제기했는데 이 소송에서 A씨는 이미 현미씨가 남편과 이혼 합의를 하면서 부정행위에 대한 위자료를 모두 포기한 마당에 자신에 대해 위자료를 청구하는 것은 부당하며, 최근에 만났을 때는 성관계는 갖지 않았다는 취지의 주장을 했습니다. 

- A씨의 주장은 타당할까요?

▶ 그렇지 않습니다. 우선 ‘제3자가 부부의 일방과 부정행위를 함으로써 혼인의 본질에 해당하는 부부공동생활을 침해하거나 유지를 방해하고 그에 대한 배우자로서의 권리를 침해해 배우자에게 정신적 고통을 가하는 행위는 원칙적으로 불법행위를 구성한다’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입니다(대법원 2011므2997 전원합의체 판결 등). 그리고 이 때의 ‘부정행위’라는 것은 반드시 성관계에 해당하는 간통에까지는 이르지 않더라도 부부의 정조의무에 충실하지 않는 일체의 부정한 행위가 포함되며 구체적 사안에 따라 정도와 상황을 참작해 평가됩니다(대법원 92므68 판결 등). 

사안에서 A씨와 현미씨 남편의 부정한 행위로 말미암아 현미씨의 혼인생활이 파탄에 이르렀고 그로 인해 현미씨가 정신적 고통을 겪었으므로 A씨와 현미씨 전남편은 현미씨에 대해 공동불법행위책임을 지며 그에 따른 손해배상 즉, 위자료를 지급할 의무가 있습니다. 따라서 현미씨는 원칙적으로 전남편과 A씨 모두를 상대로 위자료를 청구할 권리가 있습니다.
 
문제는 현미씨가 공동불법행위자 중 1인인 전남편에 대한 위자료 청구권을 이혼 합의 과정에서 포기한 것인데, 이는 다른 공동불법행위책임자인 A씨에 대한 위자료 청구권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공동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채무는 부진정연대채무에 해당하는데, 피해자가 채무자 중의 1인에 대해 손해배상에 관한 권리를 포기하거나 채무를 면제하는 의사표시를 했다 하더라도 다른 채무자에 대해서는 효력이 미치지 않기 때문입니다(대법원 2005다19378 판결 등).

따라서 현미씨는 전남편과의 이혼과정에서 전남편에 대한 위자료 청구권을 포기했는지 여부에 관계없이 상간녀인 A씨를 상대로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습니다. 
이 사례의 배경이 된 실제 사건에서도 재판부는 청구 자체가 부당하다는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다만 부정행위의 기간과 태양 및 정도, 혼인관계 파탄에 미친 영향 등을 고려해 현미씨의 3,000만원 청구 중 2,000만원을 인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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