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동살롱]'꿈에도 상상못한' 김경수 구속…결정적 원인은

불구속 수사 원칙 하에서 판사 힘 극대화…유력인 '유죄 방면' 반발 여론 압박 커

김태은 기자 2019.02.10 11:59
 드루킹과 공모해 댓글 조작 혐의로 1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은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30일 오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호송차로 향하고 있다.


김경수 경남도지사와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에게 실형이 선고되면서 최근 법조계에선 법정구속 판결이 새로운 관행으로 자리잡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달 30일 포털 댓글 조작을 공모한 혐의로 기소된 김경수 지사는 1심에서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3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의 형을 선고받은 경우엔 집행유예가 가능하지만 재판부는 당시 국회의원 신분임에도 선거 과정에서 여론을 조작하려해 죄질이 나쁘다며 이같은 결정을 내렸다.

김 지사의 유죄 가능성을 점쳤던 이들도 현직 도지사에 대해, 그것도 수사 단계에서도 구속 영장이 기각됐던 사건에 대해 1심 재판부가 법정구속으로 판결한 것에 대해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비록 재판부의 유죄 판결에 따라 징역형을 집행한 것이긴 하지만 최종적으로 유무죄나 형량이 확정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선거법에 밝은 한 변호사는 "범죄의 중대성을 충분히 고려한다고 해도 집행유예가 가능한 형량 범위 안에서는 전적으로 판사의 재량에 의해 구속이냐, 풀려나느냐가 결정된다"며 "이전까지는 도정의 공백으로 초래될 사회적 피해를 방지한다는 이유로 집행유예가 선고될만한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김 지사가 유죄를 받은 것보다 법정구속을 결정한 판사의 의도에 대해 설왕설래가 끊이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김 지사의 무죄를 주장해온 더불어민주당에서 재판장과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의 과거 인연까지 꺼내들어 '정치적 보복'을 언급한 것도 재판장인 판사의 재량에 따라 180도 다른 결과가 초래될 수 있었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법정구속 제도가 갖고 있는 근본적인 문제점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헌법 12조 3항은 '모든 국민은 검사가 청구하고 법관이 발부한 영장을 통해서만 구속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법정구속은 판사 단독의 판단으로 이뤄진다. 결국 일반적인 구속 원칙마저 뛰어넘어 형의 선고와 함께 판사의 힘을 극대화해 보여줄 수 있는 수단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검찰 출신 한 정치인은 "'무죄 추정의 원칙'이 적용돼야 하는 것은 수사 단계 뿐 아니라 최종심이 진행될 때까지 마찬가지인데 법정구속은 단지 판사의 결정이란 이유만으로 이러한 원칙을 무시하는 결과를 낳는다"며 "수사당국에겐 불구속 수사를 내세우면서 구속영장을 기각하고 판사들은 법정구속으로 자신들의 힘을 과시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물론 김 지사의 법정구속이 일반적인 원칙에 비춰 문제될 만한 사안은 아니라는 반박도 적지 않다. 법정구속의 사유에 충분히 해당한다는 시각에서다. 

재판부가 선고를 하면서 법정구속을 하는 경우는 크게 세 가지다. 새로운 범죄 사실이 밝혀져 구속 사유가 추가될 경우는 물론 수사 과정에서 확인된 혐의사실조차 재판과정에서 철저히 부인거나 법정태도가 지극히 불량할 경우도 법정구속 사유가 된다.

김 지사 측은 '드루킹 일당'과의 공모 혐의에 대해 "인사 추천 무산에 불만을 품은 이들의 일탈"이라며 '모르쇠'로 일관했다. 재판부로선 유죄 판결과 함께 혐의를 철저하게 부인하는 김 지사 측의 재범 가능성 등을 따져 법정구속을 결정할 수 있다는 것이 법조계의 의견이다.

법정태도도 일부 문제가 됐던 것으로 전해진다. 김 지사의 판결 직후 법원 내에서는 김 지사 측의 공격적인 재판 태도가 법정구속의 결정타가 됐다는 이야기가 돌았다. 

서울 지역의 한 판사는 "공판 과정에서 김 지사 측이 재판부를 향해 '모르쇠'로 일관하면서 다소 공격적인 모습을 보였고 재판부가 이 때문에 법정구속을 결정했다고 한다"고 전했다.
 
무엇보다 고위공직자 등 사회지도층에 대해 보다 엄격한 잣대를 요구하는 사회 분위기에 따라 이들의 범죄에 대해 집행유예가 사실상 법적 처벌을 피할 수 있는 수단으로 활용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압박이 사법부에게 크게 가해지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앞서 지난달 23일 자신이 성추행한 서지현 검사에게 인사보복을 한 혐의로 기소된 안태근 전 법무부 검찰국장이 1심에서 징역2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또 지난해 1월에는 국회의원 출신인 강용석 변호사가 불륜설이 불거졌던 '도도맘' 김미나씨의 남편이 낸 소송을 취하시키려 문서를 위조한 혐의로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이들 모두 집행유예가 가능한 형량이지만 모두 실형으로 법정구속됐다.

여론의 반응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김 지사 구속 직후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김 지사를 법정구속한 판결이 적절했다는 긍정적 평가가 과도한 판결이라는 부정적 평가를 앞서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연령대와 지역을 불문하고 법정구속에 동의한다는 여론이 높았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죄가 있는데도 풀어주면 여권 유력주자라서 사법부가 불공정한 판결을 내린다는 여론의 반발을 의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김 지사 측이 항소심 재판부에 보석 신청을 할 때도 이 같은 의식을 배제하기 어려워 또한번 예상 밖 결정이 나올 수 있다"고 전망했다.

공유하기

1 /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