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변협 첫 여성 사무총장 "청년·여성 변호사 고민 끌어안겠다"

[피플]왕미양 변협 사무총장 취임

김태은 기자, 오문영 인턴기자 2019.03.14 05:00
왕미양 대한변호사협회 사무총장 인터뷰


대한변호사협회(대한변협)가 1952년 설립 이후 65년 만에 첫 여성 사무총장을 배출했다. 이찬희 신임 대한변협 회장과 함께 2년간 변협 사무국을 이끌게 된 왕미양(51·사법연수원 29기) 사무총장은 변호사 시장의 '여풍(女風)'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며 앞으로 변협의 새로운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왕 사무총장은 13일 머니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이찬희 회장을 보좌하면서 변협 내에서도 여성과 청년 변호사 등 후배 변호사들의 고민과 아픔을 끌어안고 이를 앞장서서 해결해주는 데 보다 관심을 기울이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서울변호사회 윤리이사를 하면서 후배 변호사들의 생활을 가깝게 지켜볼 기회가 많았는데 속칭 사무장 사무실에 들어가서 제대로 월급도 못 받고 변호사 직무에 회의를 느끼며 괴로워하는 변호사들을 접했다"며 "그냥 지켜볼 수만 없어서 그 후배 변호사를 위해 직접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왕 사무총장은 "멘토-멘티 프로그램을 통해 만난 다양한 후배 변호사들도 마찬가지"라며 "다른 일을 하다가 로스쿨로 진학해 변호사가 되면 30대 중후반이 되는데 정작 이들을 뽑아주는 곳이 많이 없다"고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그는 "할 수 있다면 그런 분들에게 기회를 줄 수 있는 다양한 방안들을 변협 내에서 함께 고민하고 찾아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보고 싶다"고 강조했다.

한국여성변호사회 부회장을 거치는 등 여성 변호사들에 대한 애정도 남다르다. 왕 사무총장은 여성 변호사가 100명이 채 되지 않았던 2000년에 변호사로 개업하자마자 서울종로구청 여성위원회 위원, 성남여성의전화 전문위원으로 활동하며 공익 분야에서 여성 변호사의 전문성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이후 국민고충처리위원회 전문상담위원, 법무부 인권옹호자문단 위원, 서울가정법원 조정위원 등 다양한 영역으로 활동 영역을 넓혀왔다.

동시에 여성변호사회에서 총무이사와 재무이사 등 꾸준히 이사진을 역임하면서 여성 변호사의 조직화에 앞장서왔다.

왕 사무총장은 "한국여성변호사회에서 활동하면서 '왕언니' 같은 역할을 해왔다"며 "여성 변호사끼리 서로 교류하고 뭉치면 똑같은 일을 하더라도 시너지가 생기는 것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박보영 전 대법관이 2010년 여성변호사회 회장을 역임할 당시 총무를 맡고 있었다"며 "이전까지 여성 변호사 수가 적어 활성화가 되지 못했던 여성변호사회 위상을 높이기 위해 의욕적으로 일했었고 여성 변호사들에게 '할 수 있다', '된다'는 확신을 주며 많은 성과를 냈다"고 회상했다.

여성 변호사의 위상은 숫자로도 드러난다. 법무부에 따르면 2006년 전체 변호사 8423명 중 여성 변호사는 644명으로 여성 비율이 7.6%에 그쳤으나 2015년에는 전체 변호사 2만531명 중 여성 변호사는 5127명으로 25%를 넘어섰다.

그럼에도 변호사 업계에서 여성 변호사들이 가야할 길이 아직 많이 남았다는 것이 왕 사무총장의 생각이다.

그는 "남성 변호사에 비해 여성 변호사의 고용률이 여전히 떨어지는 편이고 보조자에 머무는 경우도 아직 많다"며 "양적인 성장 뿐 아니라 질적인 성장을 할 수 있도록 보다 많은 여성 변호사들이 롤모델을 만들어 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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