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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판례氏] 걸그룹 '여자친구', 소송 이기고도 돈 못 받았다는데…

[친절한 판례氏] 대법 "소송 계속 중 채무자 파산, 소송절차 중단돼야"

황국상 기자 2019.03.15 05:00
걸그룹 여자친구 / 사진=김휘선 기자

손해배상소송 등 민사소송에서 승소 여부만큼 중요한 것이 실제 승소 내용을 어떻게 현실화할 것인지다. 손해배상 소송에서 이겼다고 하더라도 상대방에게 손해배상금을 제대로 받아내지 못한다면, 승소하기까지 기울인 온갖 노력은 헛수고일 수밖에 없다.

손해배상 소송의 2심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피고가 파산선고를 받았다. 재판부가 이를 알지 못한 채 피고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 판결을 내렸다. 소송 일방 당사자가 재판 도중 파산한 경우 손해배상책임이 성립될 수 있는지를 다툰 대법원 판례(2017다287587, 2018년 4월24일 선고)를 소개한다.

6인조 걸그룹 '여자친구'는 2015년 4월 의류 도매업 등을 영위하는 A사의 의상 협찬을 받아 한 연예잡지의 화보촬영을 마쳤다. A사는 '여자친구' 및 그 소속사의 동의를 받지 않고 '여자친구' 멤버들이 자사의 옷을 입고 찍은 사진을 무단으로 자사 홈페이지 메인 배너 등에 올려 광고 목적으로 활용했다. 같은 해 6월 '여자친구' 측에서 항의하자 A사는 사진 게재를 중단했다.

'여자친구' 등은 "A사가 자신들의 동의 없이 화보 사진을 광고에 사용한 것은 인격권을 침해한 불법행위"라고 주장하며 6000만원 상당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A사는 "화보 촬영에 의상을 협찬한 회사의 경우 협찬 사실을 알리기 위해 협찬사의 홈페이지에 의상착용 사진을 게재하는 게 관례"라고 주장했으나 1심 법원은 A사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다만 화보 사진에도 A사 브랜드라는 영문 설명이 기재돼 있었던 점, A사가 홈페이지에 게재한 사진 하단에도 '○○잡지'가 그 출처라는 점이 명시됐던 점 등을 감안해 1800만원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1심 소송은 2016년 3월 처음 제기돼 그 해 11월에 종결됐다.

2심은 2017년 11월 쌍방의 항소를 모두 기각했고 이 사건은 A사만의 상고 제기로 3심까지 이어졌다. 그런데 2심 접수 이후 선고가 내려지기 전인 2017년 8월 A사는 서울회생법원으로부터 파산선고를 받았다. 2심 법원은 이같은 사실을 알지 못한 채 1심과 마찬가지로 '여자친구'에 대한 A사의 책임을 그대로 인정한 것이다.

그런데 채무자회생법은 △당사자가 파산선고를 받은 때 파산재단에 대한 소송절차는 중단되고 파선선고 이전의 원인으로 생긴 재산상 청구권인 파산채권은 파산절차에 의하지 않고서는 행사할 수 없다 △파산채권에 관한 소송이 계속하는 도중에 채무자에 대한 파산선고가 있게 되면 소송절차는 중단되고 파산채권자는 법이 정한 바에 따라 채권신고를 해야 한다는 등 규정을 두고 있다. 2심 선고는 이 법 규정에 따르지 않은 채 내려진 것이었다.

이에 대법원은 "소송 계속 중 일방 당사자에 대하여 파산선고가 있었는데, 법원이 그 파산선고 사실을 알지 못한 채 파산관재인이나 상대방의 소송수계가 이루어지지 아니한 상태 그대로 소송절차를 진행해 판결을 선고했다면 그 판결은 소송에 관여할 수 있는 적법한 소송수계인이 법률상 소송행위를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심리되어 선고된 것"이라며 "마치 대리인에 의하여 적법하게 대리되지 않은 경우와 마찬가지로 위법하다"고 지적했다.

또 "'여자친구'가 제기한 이 소송에 대한 원심 판결은 A사에 대한 파산선고로 소송에 관여할 수 있는 적법한 수계인이 법률상 소송행위를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심리돼 선고된 것"이라며 "원심 판결은 더 이상 유지될 수 없다"고 판결했다. '여자친구'가 A사에게서 1800만원을 받을 수 있다는 원심 판결이 깨진 것이다.

한편 이 사건은 지난해 4월 파기환송돼 원심법원인 서울중앙지법에 돌아갔다. 파기환송심은 대법원의 이번 판결 이후 약 1년이 다 돼 가는 지금까지도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관련조항
민사소송법 
제239조(당사자의 파산으로 말미암은 중단) 당사자가 파산선고를 받은 때에 파산재단에 관한 소송절차는 중단된다. 이 경우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에 따른 수계가 이루어지기 전에 파산절차가 해지되면 파산선고를 받은 자가 당연히 소송절차를 수계한다.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423조(파산채권) 채무자에 대하여 파산선고 전의 원인으로 생긴 재산상의 청구권은 파산채권으로 한다.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424조(파산채권의 행사) 파산채권은 파산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행사할 수 없다.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464조(이의채권에 관한 소송의 수계) 이의채권에 관하여 파산선고 당시 소송이 계속되어 있는 경우 채권자가 그 권리의 확정을 구하고자 하는 때에는 이의자 전원을 그 소송의 상대방으로 하여 소송을 수계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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