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기사의 음주 뺑소니…벌점 중복부과 정당 "면허취소"

대법 "음주운전은 교통사고의 간접 원인, 안전거리 위반과 벌점 따로 계산해야"

유동주, 최민경 기자 2019.03.24 09:00


삽화=임종철 디자이너


음주운전 상태로 다른 차량을 들이받고 뺑소니를 저지르면 행위별로 벌점을 '중복 부과'할 수 있다고 대법원이 판결했다.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택시기사 이모씨(52)가 음주운전 뺑소니로 인한 자동차 운전면허 취소 처분을 취소해달라고 제기한 청구를 기각하고 면허취소를 확정했다고 24일 밝혔다.

 

이씨는 2013년 1월 24일 술에 취한 상태로 5km 이상 운전하다가 앞서 가던 차량과의 안전거리를 확보하지 않은 채로 차량을 들이받고 아무 조치 없이 현장을 떠났다. 당시 이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090%로 면허정지 수준이었다.

 

경찰은 이씨에게 음주운전 100점, 안전거리 미확보 10점, 손괴사고 후 미조치 15점 등 총 125점의 벌점을 부과했다. 도로교통법 시행규칙에선 1년간 벌점 121점 이상이 누적되면 면허를 취소한다고 규정한다. 경찰은 이에 따라 2013년 3월 이씨에게 운전면허 취소처분을 내렸다.

 

그러나 이씨는 도로교통법 시행규칙 91조 1항 중 '교통사고의 원인이 된 법규위반이 둘 이상인 경우 그 중 가장 중한 것 하나만 적용한다'는 규정에 따라 음주운전 100점과 손괴사고 후 미조치 15점만 합산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면허취소 처분 취소를 청구했다. 아울러 2001년부터 개인택시 영업을 하던 이씨는 "'택시'가 유일한 생계수단으로서 처와 두 자녀를 부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1·2심 재판부는 "운전면허 취소·정지 처분기준은 관할 행정기관 내부의 처리지침에 불과한 것으로서 법원을 기속하는 효력이 없다"며 "경기도지방경찰청이 이 기준을 위반해 처분했더라도 위법은 아니다"라고 판단했다.


또 재판부는 "교통사고의 직접적 원인이 된 행위는 '안전거리 미확보'고 '음주운전'은 간접적인 원인에 불과하다"며 "규정의 '교통사고의 원인이 된 법규위반이 둘 이상인 경우'는 '교통사고의 직접적 원인이 되는 하나의 행위가 동시에 둘 이상의 법규위반에 해당하는 경우'로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원심을 옳다고 받아들여 확정했다. 개인택시업을 계속해야 생계를 유지할 수 있단 주장에 대해선 "자동차 운전을 업(業)으로 삼고 있는 경우에는 음주운전으로 인한 교통사고 방지라는 공익성 필요가 더욱 강조돼야 한다"며 이씨 주장을 배척했다.

공유하기

1 /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