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필리핀서 20시간 묶여… "제주항공 지연 배상하라" 피소

승객 77명 서울중앙지법에 민사소송 제기…코스피 상장 이후 승객 제기 첫 소송전

백인성 (변호사) 기자 2019.03.24 09:00

항공기 결함으로 약 20시간 동안 필리핀에 발이 묶였던 국내 여행객 77명이 제주항공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냈다. 국내 3위 민항사 제주항공은 저비용항공사(LCC) 중 유일하게 코스피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회사로 애경그룹이 대주주다. 제주항공이 승객들과 법적 분쟁을 벌이게 된 건 상장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제주항공 승객 77명은 비행기 출발 지연으로 인해 자신들이 입은 손해를 배상하라며 주식회사 제주항공을 상대로 최근 서울중앙지법에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앞서 이들은 올해 1월 21일 새벽 3시 제주항공 7C4604편 항공기로 필리핀 클라크 국제공항을 떠나 인천공항에 도착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승객들이 탄 여객기는 출발 전 시동을 걸다 멈추기를 반복한 끝에 급기야 엔진 뚜껑을 열고 수리를 시작했다.

승객들이 안전 문제를 제기하자 기장을 비롯한 승무원들은 '엔진에는 문제가 없어 출발하겠다'며 재출발을 시도했다. 그러나 해당 여객기는 재출발 공지 이후로도 수시간 동안 시동이 켜지지 않았고, 결국 인천에 도착했어야 할 무렵인 오전 8시쯤이 되어서야 승객들에게 '결항' 통보를 했다.

승객들은 당시 제주항공으로부터 여객기의 문제점이나 결항 사유 등 중요한 사실을 제대로 전달받지 못했고, 승객들이 생명·신체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었음에도 회사측으로부터 '안전하다, 기다려 달라, 곧 출발할 것'이라는 메시지만 계속 전달받았다고 주장했다.

제주항공 필리핀 지점은 이후 승객들에게 '오후 5시쯤 인천으로 출발할 수 있는 다른 대체항공편을 마련하겠다'고 승객들에게 공지했다. 그러나 당일 오후 3시까지 대체항공편은 한국에서 출발하지 않았고, 이를 알게 된 제주항공 승객들은 정확한 대체항공편 안내를 해달라고 항의했다. 제주항공은 "대체항공편이 21시에 출발할 것"이라고 재공지했지만 이 비행기마저 출발이 늦어져 승객들은 밤 11시에서야 인천으로 출발했다. 필리핀에 발이 묶였던 승객 가운데는 모친상을 당해 급히 귀국하던 일가족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을 겪은 승객들은 위자료 등 1인당 180만 원씩을 배상하라고 주장했다. 급하게 한국에 돌아가야 할 처지였던 일부 승객들은 "제주항공이 대체항공편을 제공하겠다는 말을 믿고 개인적으로 예약한 다른 항공사 비행기까지 취소했지만 대체항공편마저 늦어지는 바람에 추가적인 손해를 입었다"고도 주장했다.

원고 측 법률대리인인 김한나 법무법인 금성 변호사는 "제주항공의 결항 과정에서 항공기의 엔진고장으로 승객들은 신체·생명의 위험에 노출돼 공포·불안 등 정신적 충격을 받았고, 이 과정에서 중요사실을 고지받지도 못했다"며 "이들은 약 20시간 잠을 자지 못하고 대기하는 과정에서 신체적 이상이 발생했고, 직장에 출근하지 못하거나 계획된 일정이 취소돼 업무에 지장이 생긴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제주항공 측은 "아직 소장을 송달받지 못해 공식적인 입장을 내기 어렵다"고 밝혔다. 다만 제주항공 관계자는 "20시간 지연되었다고는 하나 대체편이 제공되어 결항이 아닌 '지연'에 해당하고, 보상금 기준은 분쟁해결기준대로 항공운임의 30%(부대비용 포함)를 책정했다. 부대비용으로 호텔 및 식음을 제공했고 보상금도 5만원 추가 지급했다"고 해명했다.

한편 제주항공은 1분기 매출액이 전년보다 19.2% 증가한 3677억원, 영업이익은 25.9% 늘어난 585억원을 달성해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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