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서류도 통과못한 前 차관 아들, 심사성적 조작 증권사 합격

최수규 전 차관, 지난 1월 검찰조사 받았으나 무혐의 처분…당시 산하기관 사장이 취업청탁

김태은 기자 2019.03.25 05:00
최수규 중소벤처기업부 차관이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중소벤처기업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이동훈 기자


국책은행 계열 증권사에 전직 차관 아들이 면접 성적 조작 등을 통한 '특혜성 채용'으로 입사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남부지법은 2016~2017년 대졸 신입직원 공개채용 과정에서 외부에서 청탁받은 지원자 6명의 전형별 평가 등급을 올리고 이 가운데 3명을 최종합격시킨 혐의(업무방해)로 아이비케이(IBK)투자증권 임직원 4명에 대한 재판을 진행 중이다. 이들이 합격시킨 3명에는 최수규 전 중소기업벤처부 차관의 아들이 포함됐다.

채이배 바른미래당 국회의원이 입수한 공소장에 따르면 대졸 신입사원 공채 서류접수 기간 중이던 2016년 2~3월 IBK투자증권 사장을 역임했던 A씨가 IBK투자증권 경영인프라본부장을 맡고 있던 박모씨에게 당시 중기청 차장이었던 최 전 차관의 아들 취업을 부탁한 것으로 파악됐다. 
최 전 차관은 박근혜정부 출범 당시인 2013년 3월~2014년 9월까지 청와대 경제수석실 중소기업비서관을 지낸 후 2016년 당시 중소기업청 2인자인 중기청 차장으로 중소기업계의 실세로 여겨졌다. A씨는 최 전 차관과 대학 동문이자 중기청 산하 기업인 한국벤처투자의 사장으로 재임 중이었다.

A씨는 박씨에게 최 전 차관 아들에 대한 취업을 청탁하면서 '회사에 도움이 많이 될 것'이라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박씨는 사장과 부사장에게 'A씨가 추천한 지원자가 있다'며 보고한 후 인사팀장과 인사과장에게 최 전 차관 아들을 합격시키라고 지시했다.

당초 최 전 차관 아들은 서류 전형과 1차 실무면접, 2차 임원면접 등 세 단계 전형 모두 불합격권이었다. 그러나 박씨의 지시를 받은 인사팀장 등은 심사위원들의 점수를 조작해 서류 전형 점수는 74점에서 86점으로, 1차 실무면접점수는 76점에서 88점으로 올려 합격권으로 만들었다. 2차 임원면접의 경우 심사위원 7명 중 단 2명만이 최 전 차관 아들에 대해 합격을 의미하는 '○'을 줘 점수가 42.9점에 불과했지만 불합격을 의미하는 'X'를 준 심사위원 두 명의 평가를 '○'으로 바꿔 점수를 71.4점으로 높여 최종 합격자로 만들었다.

검찰은 최 전 차관의 아들이 각 전형의 평가 결과 불합격 처리돼 사실상 서류 전형도 통과할 수 없었지만 박씨를 비롯한 IBK투자증권 인사 담당자들이 공모해 임의로 점수를 조작, 전형들을 통과할 수 있었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공정하고 투명해야 할 채용 관련 심사업무와 신입직원 채용업무를 방해했다며 이들을 재판에 넘겼다.

이 과정에서 최 전 차관이 중기청 차장 지위를 이용해 아들 채용 과정에 개입했는지 여부에 대해서도 조사가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최 전 차관 아들의 채용 청탁을 부탁한 A씨가 사장으로 있던 한국투자벤처는 중소기업청 산하로 업무 관련성이 성립한다.  

검찰은 비공개로 최 전 차관을 불러 이와 관련 내용에 대해 조사했다. 최 전 차관은 A씨에게 아들의 채용을 부탁한 적 없으며 채용 청탁을 매개로 한국벤처투자에 편의를 제공한 사실이 없다고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 전 차관은 검찰이 IBK투자증권 본사에 대한 압수수색을 통해 채용비리 사실을 확인하고 관련 수사를 마무리할 단계에 이르렀을 즈음인 지난해 12월 중순 정부의 차관급 인사에 따라 중소기업벤처부 차관직에서 물러났다.

이와 관련 최 전 차관은 "해당 사안과 관련해 저와 아들은 무혐의로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고 입장을 밝혔다. 그는 해당 증권사의 채용 과정에서 심사성적 조작 등이 있었다는 사실을 지난 1월 검찰 조사 과정에서 뒤늦게 알게 됐으며, 자신이 차관직에서 물러난 것과 IBK투자증권 부정채용 조사와는 관련이 없다고 덧붙였다.

공유하기

1 /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