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접대 or 성폭력?' 김학의 사건, 여조부가 조사했다면

2013년 수사 당시 여조부 배제…"피해자 관점 결여로 무혐의" 지적

이미호 기자, 최민경 기자 2019.03.25 17:30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별장 성접대 의혹' 사건은 성범죄 사건으로 시작됐다. 몰래카메라, 약물 등이 얽혀있는 특수강간 사건에 다수의 피해 여성이 등장한다는 점에서 성폭력 관점에서 수사가 필요한 사건이었다.


검찰에서 성폭력 사건을 전담하는 부서는 여성아동범죄조사부(여조부)지만 '김학의 사건'은 2013년 수사 당시 여조부가 배제된 체 강력부에서 수사를 맡게 된 것부터가 첫 단추를 잘못 뀄다는 지적이 나온다. 물증은 없고 진술 증거가 대부분인 성범죄 사건의 특성을 고려할 때 여조부가 공조수사했다면 2차례에 걸쳐 김 전 차관이 무혐의 처리되는 일은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2013년 경찰은 특수강간 혐의를 적용해 서울중앙지검에 사건을 송치했다. 서울중앙지검은 이 사건을 여조부 대신 강력부에 배당했다.


이 사건이 성폭력 보다는 '성접대 사건'으로 인식된 측면이 커 인지 사건을 수사하는 강력부가 맡았다는 해석도 있지만, 검찰 일각에서는 성범죄 관련 사건에서 아예 여조부를 배제한 것이 증거 확보를 더욱 어렵게 했을 수 있다는 비판적 시각도 있다.


실제 당시 수사팀은  "피해자들이 성폭행 피해를 당한 사람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김 전 차관의 특수강간 혐의를 무혐의로 판단했는데, 성폭행 피해자 관점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검찰은 △당시 피해자들이 김학의·윤중천이 속옷 차림으로 있었는데도 바로 나오지 않았다는 점 △피해 직후 도움을 요청하지 않았다는 점 △사건 이후에도 건설업자와 1~4년간 만남을 지속했다는 점 등 일반적인 성폭행 피해자의 태도로 해석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당시 피해자들이 "윤중천이 수시로 심한 폭행과 욕설을 일삼았고, 성폭행 장면을 촬영해 유포하겠다고 협박했다"고 진술했음에도 검찰은 이런 피해자들의 특수한 상황을 무시한 채 '피해자다움'만을 강조하며 불기소를 결정한 셈이다.


이는 수사팀이 성인지감수성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다는 점을 보여준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성폭력 사건은 피해자를 바라보거나 진술 신빙성을 판단하는데 있어 '관점'이 매우 중요한데 피해자 플롯을 따라가다 보면 신빙성이 인정될 수 있다"면서 "당시 그런 부분이 결여됐기 때문에 무혐의가 됐을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


실제로 특수강간 혐의에 대한 과거사위원회 진상조사단의 수사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진상조사단은 이날 우선 수사권고 대상에서 특수강간 혐의는 제외했다. 특수강간 혐의는 2013·2014년 두 차례나 검찰 수사에서 무혐의 처분이 났기 때문에 진상조사단이 이를 극복할 새로운 증거를 확보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조부는 2008년 조두순 사건 수사를 계기로 2011년 9월 서울중앙지검에 처음으로 창설됐다. 당시 경찰이 성폭력 특별법 적용 의견을 냈지만 검사가 상대적으로 형량이 낮은 형법을 적용해 기소하면서 논란이 일었다. 이에 김진숙 법무부 정책기획단 단장이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보호등에 관한 법률,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에 대한 전문가를 키워야 한다고 제안하면서 만들어졌다.


초대 서울중앙지검 여조부 부장검사를 지낸 김진숙 변호사(법무법인 바른)는 "검찰 전문화 추세 속에 성폭력 피해자들에 대해서 다시는 뼈아픈 실수를 반복하지 말자는 취지에서 여조부가 만들어졌다"며 "시범적으로 중앙지검에 둬보고 효과가 있으며 확대하자고 했는데 지금은 지검마다 다 생겼다"고 설명했다.


'미투(Me too)' 등 여조부에서 담당하는 사건들이 사회에서 차지하는 의미가 점점 더 커지고 있음에도 검찰 내에서 아직 그 중요도가 인정받고 있지 못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 서울중앙지검 여조부 소속 검사는 6명에서 5명으로 오히려 규모가 줄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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