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판례氏] 유흥주점 탈세, 증거 확보하고도 '유죄' 안 나온 이유

"검찰, 디지털 파일 원본과 복제본 동일하다는 입증책임 져"…파일 非동일 이유로 증거능력 배척

백인성 (변호사) 기자 2019.04.18 05:00

검찰이 피의자 컴퓨터의 파일을 적법하게 압수했더라도 그 복제본을 CD에 저장해 증거로 제출한 경우, 제출된 파일과 원본 파일과의 동일성이 인정되지 않으면 증거능력이 없다는 대법원 판결을 소개해 드립니다. 검사가 파일 원본과 복제본의 동일성을 충분히 입증하지 못했다고 보아 법원이 증거능력을 부정한 첫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2017도13263).

판결문의 인정사실을 종합하면, 부산 해운대구에서 유흥주점을 운영하는 황모씨는 2012년부터 2014년까지 손님들에게 받은 현금을 소득으로 신고하지 않고 허위 매출장을 작성해 매출액을 축소 신고하는 방법으로 86억6000만원의 세금을 포탈한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 조세포탈)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수사 당시 검찰은 2015년 10월 황씨의 유흥주점을 압수수색해 현장에서 경리직원이 갖고 있던 USB에서 탈세 장부로 추정되는 파일을 발견해 현장에서 이를 복제·압수했고, 검사는 피고인들의 포탈세액을 특정하기 위한 자료로 '판매 심사 파일' 등이 들어있는 CD 등을 1심 법원에 제출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하급심 법원은 모두 황씨의 조세포탈 혐의를 인정했습니다. 1심 법원은 "CD에 저장된 파일과 경리직원이 가지고 있던 USB 속 원본 파일의 동일성이 인정된다"며 징역 4년에 벌금 90억원을 선고했습니다. 2심 법원도 유죄를 인정했지만, 형량이 너무 무겁다며 징역 3년에 벌금 90억원으로 감형했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습니다. 지난해 2월 대법원 형사2부(주심 대법관 권순일)는 특가법상 조세포탈 혐의로 기소된 유흥주점 업주 황모씨에게 징역 3년과 벌금 90억원을 선고한 원심 유죄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파기 환송했습니다. 왜였을까요.

이는 핵심 증거로 검찰이 법원에 제출한 '장부 파일'의 증거능력이 인정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장부 파일은 이른바 '디지털 증거'의 일종인데요. 디지털 증거의 증거능력을 인정하기 위해선 검찰이 압수수색한 파일과 법원에 제출된 파일이 동일하다는 점이 입증돼야 합니다. 또 이를 입증할 책임은 검사가 집니다. 그런데 검찰이 이를 입증하지 못했고, 따라서 범죄의 핵심 증거를 인정하기 어려워 유죄 선고를 할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당시 검찰이 제출한 CD에는 파일들의 목록과 그 파일의 '해시값'이 담긴 목록 파일이 있었습니다. 해시값이란 파일마다 갖는 고유의 함수를 뜻합니다. 어떤 파일 2개의 해시값이 같다면 이는 두 파일이 완전히 동일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만약 해시값이 다르다면, 두 파일이 다르다는 것을 의미하죠. 그런데 CD 내 저장된 파일의 해시값과 목록에 적힌 파일 가운데 20여개의 해시값이 서로 달랐습니다.

대법원은 이 부분에 주목했습니다. 대법원은 "전자문서를 수록한 파일 등의 경우는 그 성질상 작성자의 서명이나 날인이 없고 작성자·관리자의 의도나 특정 기술에 의해 내용이 편집·조작될 우려가 있어, 원본임이 증명되거나 원본으로부터 복사한 사본일 경우에는 인위적 개작 없이 원본의 내용 그대로 복사된 사본임이 증명돼야 하고 그러한 증명이 없이는 쉽게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며 "이러한 '원본 동일성'은 증거능력의 요건에 해당하므로 검사가 구체적으로 주장·증명해야 한다"고 판시했습니다. 또 이러한 증명의 방식은 제한이 없으나 적어도 증명의 정도가 '합리적 의심의 여지를 배제할 정도'에 이르러야 한다고도 밝혔습니다.

재판부는 "USB 이미지 파일이 어떤 형태의 변환 및 복제 과정을 거쳐 CD에 저장된 것인지 확인할 자료가 전혀 제출되지 않았다"며 "파일이 압수 집행 당시가 아닌 그 이후에 생성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어 "그럼에도 파일이 원본 파일 내용과 동일성을 인정할 수 있어 증거능력이 인정된다고 판단해 이를 전제로 유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에는 디지털 증거의 증거능력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고 판시했습니다.

[관련조문]

형사소송법
제307조(증거재판주의) 
①사실의 인정은 증거에 의하여야 한다.
②범죄사실의 인정은 합리적인 의심이 없는 정도의 증명에 이르러야 한다. [전문개정 2007. 6. 1.]

제308조(자유심증주의) 증거의 증명력은 법관의 자유판단에 의한다.

제308조의2(위법수집증거의 배제) 적법한 절차에 따르지 아니하고 수집한 증거는 증거로 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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