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시 합격기준 재검토"…'양치기 소년' 법무부 이번엔?

법무부·로스쿨·변협 등 이해 관계자들 모두 '재검토'에 합의한 건 '처음'…'기대 반 걱정 반'

유동주 기자, 송민경 (변호사) 기자 2019.04.24 05:04
(서울=뉴스1) 이승배 기자 = 전국법학전문대학원 학생협의회 재학생들과 졸업생들이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사랑채 인근에서 열린 '전국법학전문대학원 총궐기대회'에서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교육 정상화, 변호사시험 합격률 정상화 등을 촉구하고 있다. 이들은 이날 궐기대회를 통해 "변호사 시험이 애초 도입취지와 달리 사법시험과 같은 정원제 선발시험으로 운영되면서 합격률이 매년 하락하고 있다"고 밝히고, 법학전문대학원 교육 정상화, 변호사시험 자격시험화 등을 촉구했다. 2019.2.18/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법무부가 26일 열리는 변호사시험 관리위원회에 박상기 법무부장관의 '장기적 관점에서의 합격기준 재검토' 지시를 안건으로 올린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번 8회 합격자 발표에는 바로 영향을 미치기 어렵다는 게 이해관계자들의 관측이다.

다만 안건이 통과되면 위원회 안에 별도의 소위원회를 꾸려 장기적으로 논의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8회 합격자 발표를 앞둔 상황에서 주무부처인 법무부와 대한변호사협회,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 등 관련 당사자들이 모두 '합격기준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장기적으로라도 실제 변화가 있을 지에 대해선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포문을 연 건 박상기 법무부장관이었다. 그는 지난 5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법전협) 주최 '로스쿨 교육 정상화를 위한 변시 제도의 개선방안' 심포지엄 축사에서 돌발적으로 "변시 합격결정 방법에 대해선 장기적으로 가장 적합한 기준이 무엇인지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박상기 법무장관 "장기적으로 합격기준 재검토하겠다"

이 발언은 애초 장관 축사에는 없었던 내용이었다. 게다가 장관은 이날 다른 일정으로 축사를 위한 행사 참석여부도 불확실한 상황이었다. 로스쿨 수험생들과 각 로스쿨 원장들과 졸업생 등으로 가득찼던 현장 열기가 장관이 '재검토'발언을 꺼내게 만들었다는 분석이다.

'장기적'이란 단서를 달았지만 장관이 '재검토'라는 화두를 그 자리에 참석한 로스쿨 관계자들과 법무부 직원에게 던진 셈이었다. 축사 직후 장관은 떠났지만 '재검토' 이슈는 그날 3시간 여에 걸친 심포지엄에서 애초 예정된 발제문보다 더 큰 관심을 끄는 주제였다. 

장관의 돌발 발언은 이후 진행된 토론에서 법무부를 대표해 나온 김인숙 검사(법무부 법조인력과)의 발언에도 영향을 미쳤다. 김 검사도 어쩔 수 없이 로스쿨 출신 패널들의 질문에 '재검토' 할 수 있다는 취지로 답했다. 

당장 26일로 예정된 제8회 변시 합격자 발표엔 직접 영향을 미칠 순 없지만, 이날 심포지엄 이후 장기적으론 합격결정 방법에 변화가 있을 가능성은 높아졌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5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법학전문대학원 도입 10주년 기념 심포지엄’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2019.04.05. (사진=법무부 제공) photo@newsis.com


◇변협 "변시 합격자결정 기준 재검토해야"

결국 변협도 지난 11일 변협신문 사설을 통해 '재검토' 필요성을 언급해 합격기준 재검토 이슈에 발을 담궜다. 변협은 " 법조인접직역 종사자 수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현실에서 변호사 고유 영역이 침탈당하고 있다"며 "로스쿨 도입 당시 사개추위 논의에 부합하게 로스쿨 정원 및 변시 합격자 결정 기준에 데해 재검토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방향은 다르지만 로스쿨·변시 제도를 전면 재검토하자는 데엔 동의한 셈이다.

변화를 가장 절실하게 바라는 쪽은 로스쿨 측이다. 재학·졸업생 뿐 아니라 각 로스쿨 운영 학교들은 물론이고 교수협의회 등 로스쿨 관련 당사자들 모두가 제도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로스쿨 측은 변시 합격률 향상이나 합격자수 증대를 전제로 '재검토'를 바라고 있다. 고시학원화 된 로스쿨의 현 모습을 바꾸려면 변시가 현 상태로 유지돼선 안 된다는 입장이다.

◇로스쿨 "자격시험화 & 합격자↑"

로스쿨 측이 가장 우려하는 대목은 법무부가 '재검토'나 '제도 개선'이라는 화두를 꺼낸 게 처음이 아니란 점이다. 가까이는 1년 전인 지난해 3월말 부터 11월말까지 운영됐던 '변호사시험 제도개선위원회'도 대외적으론 '변시제도 전면 재검토'를 내걸었다. 

가장 중요한 합격률에 대해선 안건으로 다루진 않았지만 자문기구를 통해 의견을 수렴한 뒤 이를 토대로 개선 방안을 마련한다는 방침이었다. 하지만 8개월간 7차례 열린 회의는 별다른 성과없이 종료됐다. 유일한 성과라 할 만한 '변시 시험장 5개 지역 확대'는 이미 장관이 로스쿨 원장단과의 면담에서 1년 전에 약속한 바였다. 따라서 위원회 성과라고 볼 수 없다. 

그외 선택과목 패스제나 변시합격자 6개월 의무연수 개선 등 나름 의미있는 안건들은 '계속 검토'나 '법률개정 필요'라는 결론을 내리고 종료됐다.

변시를 '자격시험'으로 운영할 것을 전제로 2014년 3회 변시 합격자 결정방법은 추후 논의키로 하고, 5회까지의 축적자료를 토대로 6회 이후 자격시험 운영을 예고함/자료=법무부 보도자료 2012.03,23



결국 법무부가 변시 합격자 발표 때마다 반복되는 '개선 압박'을 피하기 위해 '재검토'만 약속한 뒤, 성과없이 '재검토'에 대한 '계속 검토'를 결론으로 내 놓을 수 있단 게 로스쿨 측 우려다.

게다가 이미 법무부는 1회 변시 합격자 발표 때부터 '2014년 이후 합격자 결정방법 추후 논의' 등을 약속해놓고 스스로 지키지 않고 있다. 법무부는 지난 2012년 3월 23일 1회 합격자 발표 보도자료에서 '자격시험화'를 목표로 한다고 언급하면서 2014년 3회부터는 결정방법을 재검토한 뒤, 5회까지의 자료를 분석해 '자격시험'으로 운영할 계획임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실제 실질적으로 변시 합격자 규모에 양적 변화가 오는 수준의 제대로 된 재검토를 한 적은 없다. '입학정원의 75%(1500명)'라는 1회때의 합격기준을 2~7회까지 그대로 준용해 쓰면서 반복적으로 '재검토'를 공언해왔다. 

로스쿨 커뮤니티에서도 전망이 갈리고 있다. 5년차 이상 로스쿨 출신 변호사 등 관련 문제를 오래 지켜본 이들일수록 '비관론' 이 앞선다. 제도 개선을 약속한 게 처음이 아니기 때문이다. 

다만 수험생들과 현재 관련 활동을 하는 관계자들은 '희망'을 품고 있다. 시기적으로 로스쿨 10년차에 변호사 배출 8년차를 맞아 재정비 요구가 어느 때보다 높기 때문이다. 여기에 변시 관리를 맡아 사실상 '갑(甲)' 위치에 있던 법무부에 대해 지난 10년간 강한 목소리를 내지 못했던 로스쿨 원장단 법전협까지 "법무부장관, 변호사 배출 통제말고 변시 관리도 교육부에 이관해라"라는 성명서를 낼 정도로 불만이 최고조에 달한 상황이다. 법무부도 이번 만은 유야무야 넘어가지 못하리란 기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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