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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블리]"저 진짜 서울중앙지검 검사라니까요"

보이스피싱 오해에 수사 업무 방해받는 진짜 검사·진짜 수사관

오문영 인턴, 김태은 기자 2019.04.21 11:44


"서울중앙지검 수사관 OOO입……." "뚜뚜뚜"

서울중앙지검 형사○부 소속 검찰수사관 A씨는 최근 인터넷 물품 거래 피해자 B씨에게 전화를 걸었다가 자기소개를 채 마치기도 전에 전화가 뚝 끊기는 일을 당했다. 한숨을 한번 내쉰 후 다시 B씨에게 전화를 건 A씨. 이번엔 상대방이 전화를 받자마자 자기소개는 생략한 채 "서울중앙지검 홈페이지에서 사무실 번호를 확인해달라"며 매달리다시피 한 후 겨우 통화에 성공했다.

서울중앙지검 검사나 수사관을 사칭한 보이스피싱이 기승하다보니 진짜 수사 관련 전화까지도 보이스피싱으로 오인해 생기는 에피소드다. 이야기를 들어보기도 전에 전화를 끊어버리는 것은 그나마 나은 편이다. 또다른 수사관은 사건 관련 전화를 걸었다가 "왜 사람들에게 사기를 치려고 하느냐"며 되려 호통을 들었다. 

검찰 관계자는 "전화하면 보이스피싱인 줄 알고 막 성내고 끊으시거나 장난을 치시는 분들도 있어 당황할 때가 많다"고 말했다.

서울중앙지검 검사와 수사관을 사칭하는 보이스피싱 범죄 때문에 진짜 서울중앙지검 검사와 수사관들이 수사 업무를 방해받을 지경이 된 것이다. 인터넷에는 서울중앙지검을 검색하면 보이스피싱이 연관 검색어로 뜰 정도다. 누리꾼들 사이에선 검사 혹은 수사관이라 소개하는 전화는 곧 보이스피싱이라는 공식이 생겨났다.

대검찰청 홈페이지에도 첫 화면에 보이스피싱 주의 문구가 팝업창으로 뜬다. 검찰청의 각 부서 실제 전화번호를 발신번호로 표시되게 하고 검찰청 공무원으로 사칭하는 사례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어서다.

실제 검사나 수사관과 보이스피싱을 구분하는 방법은 뭘까.

우선 개인 핸드폰 번호로 연락한다면 보이스피싱일 확률이 99.9%다. 검사와 수사관은 검찰청 사무실 전화로 연락을 한다. 핸드폰 문자메시지로 연락하는 경우도 없다. 범죄 수법이 고도화돼 검찰청의 각 부서 사무실 전화번호를 발신번호로 표시되게 하고 검찰청 소속 공무원을 사칭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때도 전화상으로 일반인에게 금융감독원 등 사이트를 통해 은행명, 계좌번호, 통장비밀번호 등의 금융정보를 요구하지 않는다.

검사나 수사관이 전화 상으로 연락하는 경우엔 참고인 조사를 위해 검찰청 출석을 요구하거나 피해자 진술을 듣기 위해 간단한 문답을 위한 경우다.

검찰·경찰 등을 사칭하는 범죄는 나날이 증가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보도자료에 따르면 '정부기관 사칭형' 피해액은 18년 기준 1346억원으로 전년대비 116.4%가 증가했다. 공권력을 사칭한 보이스피싱 범죄에 대처하기 위해 시민과 공무원 모두 '주의와 확인'의 불편함이 필요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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