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고'위치가 가른 '탈세'와 '납세'…'던힐' 걸리고 '말보로'는 빠져나간 사연

'제조장 내 공간'에 쌓아놓은 BAT코리아는 '탈세'…'인근 창고'에 보관한 필립모리스는 '무혐의'

유동주, 최민경 기자 2019.04.24 10:00

  

담배 / 사진제공=담배

 

2016년 감사원이 진행한 '담뱃세 등 인상 관련 재고차익 관리실태' 감사결과에는 필립모리스코리아와 BAT코리아가 각각 1691억원, 392억원을 탈세했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감사원의 탈세 추정액으로 보면 필립모리스 탈세 규모는 BAT코리아의 네 배 이상이지만 결과적으로 검찰에선 BAT 코리아만 탈세 혐의를 인정해 기소하고 필립모리스에는 불기소처분을 내렸다. 결과가 달라진 건 '반출시점'과 '창고 위치' 때문이었다.

 

지난 10일 서울중앙지검 조세범죄조사부(부장검사 최호영)는 총 503억원의 조세를 포탈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조세포탈)로 담배브랜드 '던힐' 제조사인 BAT코리아와 대표이사, 생산물류총괄 전무, 물류담당 이사 등을 재판에 넘겼다. 반면 '말보로' 제조사인 필립모리스를 수사한 서울남부지검은 지난해 필립모리스를 무혐의 처분하고 사건을 종결했다.

 

BAT코리아만 담뱃세 탈루 혐의가 인정된 것은 검찰이 BAT코리아가 제조한 담배가 '제조장에서 반출된 시점'을 2015년 이후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BAT코리아는 제조장 창고 내부의 일부 구역을 계열사에 임대한 후 담뱃세 인상 하루 전날인 2014년 12월 31일 담배 2463만 갑을 임대구역으로 반출한 것처럼 전산 처리했다. 그러나 검찰은 임대구역이 제조장 창고 내에 위치하므로 과세를 피하기 위한 전산 조작이라고 판단했다.

 

담배에 붙는 세금은 '제조장에서 반출된 시점'을 기준으로 부과된다. 정부는 2014년까지 2500원 수준이던 담뱃값을 2015년 1월 1일부터 4500원으로 인상하면서 담배 한 갑당 개별소비세 594원을 추가로 도입하고 담배소비세를 366원, 지방교육세를 122.5원 인상했다. 담배 한 갑당 세금 1082원이 인상된 셈이다.

 

따라서 2015년 이전에 제조해 반출한 것처럼 물량을 조작하면 인상 전 세금을 적용받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소비자에게 담뱃세 인상 이후 가격으로 담배를 판매해 부당한 차익을 얻는 것이 가능해진다.

 

같은 혐의로 고발된 필립모리스의 경우 2014년 9월부터 2015년 2월까지 제조공장 인근의 창고를 임시로 임차해 반출했다. 국세청은 제조장에 충분히 보관할 공간이 있었음에도 담뱃세 인상 직전에 임시창고를 만들어 반출한 것은 탈세를 위한 '허위 반출'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검찰은 '제조장으로부터 실제 물리적 반출이 이루어졌다'는 필립모리스 측의 주장을 받아들여 납세 시점을 2014년으로 판단해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특별소비세법에서도 납세 성립시기 관련 '반출'을 정의할 때 '과세물품을 제조장으로부터 현실적으로 제조장 이외의 장소로 이동하는 사실행위'로 정의한다. 이에 따르면 담배를 실제 제조장 밖으로 반출한 필립모리스의 경우 과세요건을 충족한 것으로 봐야 한다.


이와 관련해 검찰 관계자는 "납세에선 형식적 절차도 굉장히 중요하다. 담뱃세 납세를 위한 반출 시점을 따질 땐 '제조장'이라는 장소 개념이 적용된다. 필립모리스의 경우 BAT코리아와 비슷한 목적이 있었을 지라도 2015년 이전에 제조장 밖으로 반출한 것이 맞기 때문에 무혐의 처분 됐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BAT코리아는 임대구역을 이용하긴 했지만 제조장 내부였기 때문에 혐의가 적용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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