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법 분양신청 마친 조합원 내몰려던 재건축조합, 1심서 패소

조합설립인가 소송 과정에서 종전 분양신청자 누락… 법원 "조합하자 중대·명백"

황국상 기자 2019.04.25 15:28
/그래픽=임종철 디자인기자

분양신청 관련 통지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상태에서 분양 신청권을 가진 조합원을 현금청산 대상자로 지정한 조합의 행위는 무효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제11부(부장판사 박형순)는 A씨와 그 자녀 3명이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B재건축사업 정비조합을 상대로 낸 수분양권 확인 소송에서 원고 전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B조합이 지난해 3월 서울 강남구청장에게서 인가받은 관리처분 변경계획 중 A씨 등을 현금청산 대상자로 정한 부분은 무효"라고 밝혔다.

2003년 조합설립 인가를 받은 B조합은 2015년 10월에 사업시행 인가를 받고 그 해 12월 무렵 정비구역 내 거주하던 조합원들을 상대로 분양신청을 받았다. 이 때 A씨도 B조합에 분양신청을 적법하게 마쳤다. A씨 등 조합원들의 분양신청 결과를 담은 관리처분계획은 2016년 6월 당국의 인가를 받았다.

문제는 B조합을 둘러싼 분쟁이 별도로 진행되고 있었던 데서 발생했다. 다른 조합원들이 이미 2014년 7월 무렵 조합설립 변경인가의 취소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했고 이 판결이 2017년 9월이 돼서야 B조합 패소가 확정됐다. 이에 따라 B조합은 새로 사업시행 변경인가를 받아야만 했다.

B조합은 2017년 7~8월에 걸쳐 새로 조합원들로부터 분양신청을 받았다. 그런데 이 기간 중 B조합은 A씨에게 분양신청을 새로 받아야 한다는 등 사실을 제대로 고지하지 않았고 A씨 역시 이 사실을 알지 못했다. 결국 B조합은 A씨를 현금청산 대상자로 분류해 관리처분 변경계획을 작성, 지난해 3월 당국의 인가를 받기에 이르렀다.

A씨는 "B조합이 개별적으로 이 사건 분양신청에 대한 통지를 하지 않았다"며 "B조합이 원고에게 한 분양신청 통지는 모두 원고가 출근해 집에 없을 때 반송됐다. 이미 원고는 분양신청을 했기 때문에 사업시행계획 변경으로 새로 분양신청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고 주장했다. B조합이 통지를 제대로 하지 않은 채 A씨 등을 현금청산 대상자로 분류한 것은 하자가 중대하고 명백하니 무효라는 주장이었다.

법원도 A씨 측 주장을 전부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B조합이 분양신청을 새로 진행한 것은 선행 소송에서 조합설립 변경인가의 무효가 확인됐기 때문이다. 이는 B조합의 책임"이라며 "반면 A씨는 선행 분양신청 절차에서 이미 적법하게 분양신청을 해서 분양받을 의사가 있음을 명백히 표시했다. B조합은 분양신청 기회를 적법하게 제공해야 할 필요성이 더욱 크다"고 강조했다.

또 "조합원이 분양신청을 하는 것이 조합원에게 부여된 가장 핵심적 권리를 행사하는 것이기 때문에 법도 이를 실질적이고 충분히 보장하기 위한 규정을 두고 있다"며 "A씨가 생업에 종사하기 위해 부재중이어서 송달이 이뤄지지 않고 있음을 충분히 예측할 수 있었을 것임에도 B조합은 택배나 야간에 직원이 직접 전달하는 방법 등 조합 정관이 정하는 다른 개별적 고지방법으로 추가 송달을 시도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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