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법리 확립됐어도 조세갈등은 지속된다"

[법무대상 수상자 인터뷰] 김앤장 법률사무소 조세그룹

황국상 기자 2019.05.24 06:00
'제2회 대한민국 법무대상 법률자문대상'을 수상한 김앤장 법률사무소 조세그룹 변호사들. 왼쪽부터 이은총 변호사, 김의환 변호사, 조성권 변호사, 이상우 변호사, 김해마중 변호사, 정병문 변호사 / 사진제공=김앤장 법률사무소

세금을 순순히 내고 싶어 하는 이는 없다. 조세채권을 가진 정부와 납세의무를 부담하는 국민의 갈등은 인류 역사만큼 오래됐다. 이 갈등은 앞으로도 좀체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국내 최대 로펌 김앤장 법률사무소의 조세그룹장인 정병문 변호사(57·사법연수원 16기)는 "신산업의 태동, 정책에 따른 법규 제·개정 및 폐지 등으로 인해 새로운 형태의 조세분쟁이 계속 나올 것"이라고 말한다.

OCI가 2008년 인천공장 사업부문을 분할해 자회사 DCRE를 신설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분쟁이 대표적이다.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국내에는 기업 구조조정을 장려하기 위해 상법에 기업분할제도가 도입됐다. 원래 있던 단일 회사의 자산·부채를 별도 법인으로 떼내서 회사의 자산운용 효율성을 높이도록 한다는 차원에서였다.

분할 과정에서는 필수적으로 종전 회사가 보유한 자산·부채가 존속·신설 법인 사이에 배분된다. 이들 자산·부채의 가액은 분할 전 회사가 이들을 최초 취득했을 때의 가액과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만약 기업이 개개의 자산·부채를 쪼개서 존속·신설법인에 배분하는 과정에 당국이 일일이 양도차익을 계산해 세금을 매긴다면 구조조정 제도 자체가 무색해지는 결과가 발생한다. 이 때문에 일정 요건을 갖춘 '적격분할'의 경우 세제혜택을 주는 방안도 당시에 도입됐다.

OCI가 DCRE를 분할할 때도 적격분할로 인정돼 세금혜택을 받았다. 문제는 2012년 DCRE를 관할하는 인천시가 인천부지에 매립돼 있던 폐석재 처리비용(부채)을 분할해 넘기지 않았다는 등 지엽적 부분을 문제삼아 4년 전 분할 전체가 적격분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고 1700억원 상당의 세금을 부과한 것이다. 인천시의 과세조치를 보고 국세청도 4000억원에 이르는 세금을 부과했다.

OCI는 2013년 10월 인천시와 국세청을 상대로 조세불복 소송을 제기했다. 국내 조세소송 사상 단일 쟁점에 대한 부과처분을 다투는 사안 중 최대규모였다. OCI는 당시 분할이 적격분할 요건을 모두 갖췄다고 주장했고 최종적으로 과세액 대부분을 취소하라는 내용의 판결을 얻어냈다. 최초 소송이 제기된 지 약 5년만의 사실상 완승이었다.

김앤장 조세그룹이 OCI를 대리해 당시 승리를 견인했다. 정 변호사와 김의환 변호사(57·16기) 및 조성권 변호사(52·23기) 이상우 변호사(51·32기) 및 김해마중 변호사(42·32기) 이은총 변호사(36·변호사시험 2기) 등이 이 사건에 참여했다. 이들은 상법·세법상 분할절차 관련 쟁점은 물론이고 독일·일본의 기업구조개편 관련 세제 입법례까지 검토해 과세관청 주장의 부당성을 적극 다퉜다. 이 사건은 구조개편을 준비하는 기업들이 반드시 참조해야 할 선례로 꼽힌다. 이 공로로 이들은 '제2회 대한민국 법무대상 법률자문대상'을 수상했다.

국세기본법을 비롯한 조세관련 각종 법제는 큰 변화가 없지만 매년 당국과 납세자 사이의 갈등은 새롭게 불거진다. OCI 사건 역시 최초 기업분할제도와 적격분할 세제지원 등이 도입된지 10년만에 불거졌다. '제2의 OCI 사건'이 언제든 불거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얘기다.

조세 관련 갈등을 부정적으로만 볼 것은 아니다. 어떤 과세조치를 둘러싼 당국과 납세자 사이의 갈등이 해소되면 새로운 법리가 만들어져 사회 전체의 예측가능성을 높인다. 정 변호사는 "법령상 모호한 부분이 있을 때 과세당국이 섣불리 과세를 포기하면 이는 조세채권을 포기한 셈이 된다"며 "납세자가 조세불복 소송을 통해 모호한 사안에 대해 판단을 받듯 당국 역시 과세조치를 통해 법리 확립을 시도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실제 조세사건의 상당 부분이 종이 한 장 차이로 판단이 달라진다. 법 규정은 모호하지만 실제 사례는 모두가 각각 특수하기 때문이다. 이 변호사는 "조세 소송과 자문에서는 법제도의 취지와 사실관계에 대해 재판부를 이해시키는 변론 과정이 법리 자체만큼 중요하다"고 했다. 실제 김앤장이 조세사건에서 변론에 큰 비중을 두고 있다. 이번 OCI 사건 뿐 아니라 도로·터널 등 기간시설 구축에 참가한 다수의 시행사가 총 자산에서 자본·부채의 비중 및 이들의 구성항목을 조정하는 '자본구조 변경'을 시도한 데 대해 당국이 과세한 사건에서 김앤장은 시행사 측을 대리해 지난해 전부 승소한 바 있다. 이 사건에서도 변론이 큰 힘을 발휘했다는 평가다.

최근 AI(인공지능) 등 기술발전으로 모바일·온라인과 오프라인을 한꺼번에 아우르는 새로운 산업형태가 급성장하면서 기존의 조세관련 법령의 법리를 어떻게 적용해야하느냐의 문제도 불거지고 있다. 김의환 변호사는 "소비자는 단지 앱스토어에서 앱을 내려받아 사용할 뿐이지만 그 사이에 끼어있는 무수한 사업자 사이에서는 법인세나 부가가치세 등을 누구에게 부과하는 게 맞는지에 대해 모호한 부분이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른바 경제적 실체가 누구인지를 다투는 실질과세 원칙에 의한 다툼이 지속된다는 얘기다.

조 변호사는 "2000년대 들어 실제 이익을 본 이에게 과세처분이 내려져야 한다는 실질과세원칙이 국내 법제에 도입되면서 과세 관련 분쟁은 증가해왔다"며 "개개 조세관련 법의 법리에 대한 다툼이 아니라 새로운 산업의 태동과 거래구조, 경제구조 복잡화 등으로 인해 사실관계 확정을 둘러싼 다툼이 앞으로도 진행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수상자 프로필
정병문 변호사는 제26회 사법시험에 합격해 사법연수원을 16기로 수료한 후 1990년 부산지법 판사를 시작으로 대법원 조세팀 총괄연구관 등을 거쳐 2006년 수원지법 부장판사에서 퇴임할 때까지 16년을 법관으로 지냈다. 2006년 김앤장 법률사무소에 합류해 조세그룹을 이끌고 있다.



김의환 변호사는 제26회 사법시험에 합격해 사법연수원을 16기로 수료한 후 1990년 수원지법 판사를 시작으로 대법원 재판연구관으로서 행정조 조장, 서울행정법원 부장판사, 서울고법 부장판사 등을 역임하고 2013년 김앤장에 합류했다. 행정소송과 조세소송, 헌법소송 등을 수행하고 있다.



조성권 변호사는 제33회 사법시험에 합격해 사법연수원을 23기로 수료하고 서울지법 의정부지원 판사를 시작으로 대법원 조세조 재판연구관 및 총괄연구관 등을 거쳐 2012년 수원지법 부장판사에서 퇴임하고 김앤장에 합류했다. 세무조사와 조세쟁송, 금융조세, 관세 및 국제통상 등 부문에서 활동 중이다.



이상우 변호사는 제35회 행정고시에 합격하고 1992년부터 국세청 행정사무관으로 10년간 근무하다가 제42회 사법시험에 합격, 사법연수원을 32기로 수료했다. 서울중앙지법, 서울북부지법에서 판사로 근무한 후 2006년에 김앤장에 합류했다. 한국·미국 공인회계사 자격도 보유한 이 변호사는 현재 조세소송·심판, 세무자문, 조세형사 등을 담당하고 있다.



김해마중 변호사는 제42회 사법시험에 합격하고 사법연수원을 32기로 수료한 후 김앤장에서 세무조사와 조세불복, 조세소송, 세무자문 등 부문에서 활동하고 있다. 다국적기업이나 사모펀드, 금융사 등의 조세불복 사건을 다수 수행한 바 있다. M&A(인수합병)이나 기업구조조정 등 기업관련 세무자문도 다수 수행한 바 있다.


이은총 변호사는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을 졸업하고 제2회 변호사시험에 합격한 후 김앤장에 합류했다. 조세소송과 세무조사·조세쟁송 및 M&A, 공정거래 등 부문에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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