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블리]문무일 조기귀국…'패스트트랙' 그리고 이것 때문이었다

에콰도르 방문 일정 취소 외교적 결례 오해…사실은

김태은 기자 2019.05.25 06:00


이달 초 해외 출장 중이던 문무일 검찰총장이 갑자기 귀국을 결정했다. 당초 출장 일정에 따르면 오만과 우즈베키스탄, 키르기스스탄을 거쳐 에콰도르가 그의 방문을 기다리고 있던 터였다. 그러나 문 총장이 에콰도르로 떠나기 전 문 총장의 발걸음을 무겁게 하는 소식이 들려왔다.

며칠 후 인천국제공항. 이른 아침부터 입국장에 문 총장을 기다리는 기자들이 진을 치고 있었다. 대검찰청이 예고했던 문 총장의 귀국일은 9일이었으나 닷새나 빨리 돌아오게 된 것이다. 기어이 에콰도르 방문을 건너뛰고 조기 귀국한 이유에 기자들은 귀를 쫑긋이며 마이크를 들이댔다.

검·경 수사권 조정안 '패스트트랙(신속조정안건)' 상정 소식이 문 총장의 발걸음을 돌리게 한 것은 분명해 보였다. 문 총장은 해외 출장지에서 이미 "민주주의 원리에 어긋난다"며 격한 어조로 반대 입장을 발표한 상태였다. 그러나 국가 공식 방문 일정까지 취소한 것은 보다 심각한 사태로 보였다. 문 총장의 조기 귀국 소식에 일부 대검 참모도 당황하는 듯한 반응을 보였다. 일각에서는 문 총장이 검찰총장 자리를 내어놓는 초강수를 두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제기되기도 했다.

검찰총장으로서 수사권 조정 문제가 중대한 사안이긴 하지만 이 때문에 에콰도르 방문 일정을 취소하는 것은 외교적 결례가 될 수도 있는 문제다. 문 총장도 이를 모르지 않았을 터. 과연 어떤 생각으로 조기 귀국 결심을 했을까.

사실은 '패스트트랙 사태' 소식이 전해지기 전부터 문 총장이 에콰도르행(行)을 고민하게 된 일이 발생했다. 문 총장이 이번에 에콰도르를 방문하는 목적은 대검찰청 간 양해각서(MOU) 체결을 체결하기 위해서였다. 에콰도르 검찰총장이 문 총장을 맞이해 MOU에 서명하는 절차로 진행될 계획이었는데 불과 며칠 전에 에콰도르 검찰청으로부터 뜻밖의 연락을 받게 됐다. 에콰도르에 오더라도 에콰도르 검찰총장을 만날 수 없다는 황당한 이야기였다.

에콰도르 검찰총장이 갑자기 대통령의 지시로 해외 출장을 떠나게 돼 MOU 서명에 직접 참석할 수 없게 됐다는 것이 에콰도르 측 설명이었다. 대신 검찰청 '차장'이 참석하면 안되겠느냐며 우리 측에 양해를 구하던 차였다.

우리 측으로선 의전상 격이 맞지 않는 상황이었지만 그렇다고 이미 대내외적으로 예고했던 일정을 에콰도르 측 사정 때문에 취소하고 돌아갈 수도 없는 난감한 사정 속에 '패스트트랙 사태'를 전해듣게 됐다. 문 총장은 에콰도르 역시 검찰총장이 부재한 상황인 점을 고려해 양국 모두 검찰총장이 직접 참석할 수 있을 때 MOU를 맺자고 제안했고 에콰도르 역시 흔쾌히 이를 받아들였다는 후문이다. 

검찰 관계자는 "양쪽 모두 더 나은 상황에서 MOU를 맺는 것이 낫다는 데 의견을 같이 한 것이기 때문에 외교적 결례라는 우려는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문 총장의 임기는 두 달 정도 남아 다음으로 미뤄진 에콰도르와의 MOU 체결도 문 총장이 아닌 차기 검찰총장의 몫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국회 패스트트랙(신속처리 안건)에 지정된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이 민주주의 원리에 반한다며 공개 반발한 문무일 검찰총장이 4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해 취재진에게 입장을 밝히고 있다. / 사진=임성균 기자 tjdrbs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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