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밤·벽보고 손들기도 안된다?'…' 자녀 체벌 금지 민법 개정 추진

법무부, 민법상 친권자 '징계권' 용어 변경 검토

오문영 인턴기자, 이미호 기자 2019.05.24 11:07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23일 오전 서울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에서 포용국가 아동정책을 발표하고 있다. 포용국가 아동정책은 4대 전략(보호권, 인권 및 참여권, 건강권, 놀이권), 16대 과제, 10대 핵심 추진과제로 구성돼 있다./사진제공=뉴스1


정부가 가정 내 자녀 체벌을 막기 위해 2020년까지 민법상 '징계권' 용어를 변경하는 작업을 검토하기로 했다. 민법에 명시된 친권자의 징계권을 체벌권으로 여기는 오해를 불식시키고자 하는 취지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 교육부, 법무부 등은 전날 정부서울청사에서 부처 합동 '포용국가 아동정책'을 발표했다. 법무부는 이 자리에서 아동에 대한 체벌 금지 노력 등 아동권리를 강화하는 방안의 대책을 내놨다.


구체적으로는 민법상 규정된 친권자의 징계권 범위에서 체벌을 제외하는 등 한계를 설정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민법 915조는 '친권자는 자녀를 보호 또는 교양하기 위해 필요한 징계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아동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가하면 아동복지법 등에 따라 처벌을 받는다. 하지만 아동을 체벌한 사람이 친권자인 경우, 민법 915조에 따라 형이 감경되거나 무죄가 선고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 때문에 국제사회는 아동에 대한 체벌금지 법 조항이 존재하는데도 불구하고 한국을 '체벌허용국가'로 분류해왔다.


법무부는 체벌에 관한 정의를 제대로 정립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향후 설문조사나 공청회, 전문가 간담회 등을 통해 개정 방향성에 대해 논의하고 의견을 수렴하겠다는 방침이다.


다만 체벌은 법률용어가 아닌데다 사람마다 수용 범위도 다르게 느끼고 있어 법으로 규정하기 쉽지 않은 문제가 있다. 직접 회초리를 때리거나 꿀밤 같은 직접적인 접촉 뿐만 아니라 벽 보고 서 있기, 손들고 서 있기 등 벌을 주는 형태가 다양하기 때문에 구체적인 규정을 정하는 것을 두고 논란이 예상된다.


또 체벌이 법률용어가 아니기 때문에 체벌에 관한 정의부터 제대로 정립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아이에 대해 직접적으로 폭력을 행사하는 것 외에도 용돈을 줄이는 등 징계 범위는 다양하다"면서 "어느 선까지 허용하고 어느 선까지 체벌로 볼 것인지 중점적으로 들여다보겠다"고 설명했다.


2011년 유엔 아동권리위원회는 우리나라 정부에 가정과 학교 및 모든 기관에서 체벌을 명백히 금지하도록 관련 법률과 규정을 개정하라는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 이행을 촉구한 바 있다. 


전세계적으로 친권자에게 징계권을 부여한 나라는 한국과 일본밖에 없다. 일본마저도 지난 3월 징계권 개정을 검토하겠다고 발표했고, 친권자 자녀 체벌금지를 명기한 아동학대방지법과 아동복지법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돼 있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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