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식회계' 김태한 대표 영장 기각…법원 "다툼 여지 있다"(상보)

삼성전자 사업지원 TF 김모 부사장, 인사팀 박모 부사장은 구속…검찰 "영장 재청구 여부 검토"

최민경 기자 2019.05.25 02:30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의혹과 관련해 증거인멸 혐의를 받는 김태한 대표가 24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분식회계 의혹 관련 증거인멸을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는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 김태한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분식회계와 증거인멸 혐의로 윗선을 겨냥했던 검찰 수사의 속도 조절이 불가피해졌다.

서울중앙지법 송경호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25일 증거인멸교사 등 혐의를 받고 있는 삼성바이오 김 대표의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같은 혐의를 받고 있는 삼성전자 사업지원TF 김모 부사장과 삼성전자 박모 부사장에 대한 구속영장은 발부됐다.


송 부장판사는 김 대표에 대해 "2018년 5월 5일자 회의의 소집 및 김 대표의 참석 경위, 회의진행 경과, 그 후 이루어진 증거인멸 내지 은닉행위의 진행과정, 김 대표의 직책 등에 비춰 보면 증거인멸교사의 공동정범 성립 여부에 관하여 다툴 여지가 있다"며 "김 대표의 주거 및 가족관계 등을 종합하면, 현 단계에서 구속 사유와 그 필요성,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기각 사유를 밝혔다.

김 부사장 등에 대해선 "범죄혐의가 소명되고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며 발부 사유를 밝혔다.

김 대표는 24일 오전 10시30분에 서울중앙지법 송경호 영장전담 부장판사 심리로 열리는 증거인멸교사 등 혐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해 6시간 30분 동안 심사를 받았다.

법원에 출석한 김 대표는 '증거인멸 지시를 직접 했는지 아니면 윗선 지시를 받았는지', '증거인멸 내용들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승계작업과 관련돼 있는지' 등을 묻는 기자들 질문에 아무런 답도 하지 않았다.

함께 구속 심사를 받으러 출석한 삼성전자 사업지원TF 김모 부사장과 삼성전자 박모 부사장도 침묵으로 일관했다.

검찰은 삼성바이오가 지난해 5월 1일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분식회계 의혹과 향후 조치 관련 통지서를 받은 뒤 5월 5일 김 대표 등이 모여 관련 증거를 없애기로 결정했다고 보고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김 대표에 대한 영장이 기각되면서 윗선의 분식회계와 증거인멸을 규명하기 위해 보강 수사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앞서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검사 송경호)는 지난 22일 김 대표 등 이들 3명의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지난 11일엔 증거인멸교사 등 혐의로 삼성전자 사업지원TF 소속 백모 상무와 보안선진화TF 소속 서모 상무를 구속해 수사하는 중이다. 이번에 구속영장이 청구된 김 부사장과 박 부사장은 이들의 윗선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지난 17일 바이오로직스 자회사인 바이오에피스 양모 상무와 이모 부장을 증거인멸 혐의로 구속기소 하면서 바이오에피스 직원들이 지난해 수사에 대비해 '부회장 통화결과' 등 2100여개의 파일을 삭제한 정황도 포착했다.  이들은 지난해 5월 삼성전자 사업지원TF 지시를 받고 직원들의 업무용 이메일과 휴대전화에서 'JY' '합병' '바이오젠' '콜옵션' 등 단어가 포함된 문건을 삭제하도록 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은 구속수사 과정에서 '윗선 지시가 있었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디지털포렌식을 통해 바이오에피스 지분 관련 이재용 부회장의 육성이 담긴 파일도 복구한 것으로 파악됐다. 해당 파일에는 이 부회장이 바이오에피스 합작 회사인 미국 바이오젠 대표와 통화하면서 바이오에피스 지분 관련 논의를 한 정황이 담겨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관계자는 "앞으로 조직적인 증거인멸행위에 대해 수사를 계속하는 한편,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장에 대한 기각사유를 분석해 영장 재청구 여부를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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