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한 남편이 남긴 보험금, 빚과 세금은 어떡하나요

[고윤기 변호사의 상속과 유언 이야기]

고윤기 변호사(로펌 고우) 2019.05.28 14:53

큰 빚을 지고 사망한 남편이 있었다. 유일한 가족인 부인은 어쩔 수 없이 상속포기나 한정승인으로 빚을 물려받지 않으려고 했다. 그런데 남편의 재산을 조회해 보던 부인은 남편 명의로 생명보험이 가입돼 있고, 보험금의 수익자가 상속인으로 지정돼 있는 것을 발견했다. 남편의 채권자들은 어떻게 이러한 사실을 알았는지, 이 보험금으로 남편의 빚을 갚으라고 한다. 부인은 어떻게 해야 할까.

상속재산은 원칙적으로 사망한 이가 생전에 가지고 있던 재산을 상속인이 물려받는 것이다. 그런데 이 생명보험금은 사망자가 생전에 가지고 있던 재산이 아니라, 상속인인 부인이 보험계약상 보험수익자의 지위에서 청구하는 보험금이다. 이같은 이유로 우리 민법은 이 생명보험금을 상속재산으로 보지 않는다. 부인은 생명보험금에서 남편의 빚을 갚아야 할 의무가 없다.

채권자와의 관계에서는 깔끔하게 정리된 듯 보이지만 이 부인은 세법에서 또 다른 문제에 부닥칠 수 있다. 상·증세법(상속세 및 증여세법)은 상속포기자도 상속인으로 인정할 뿐더러 사망으로 인해 지급받는 보험금도 상속세 과세대상으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부인은 생명보험금을 가지고 남편의 빚은 갚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보험금에 대한 상속세는 내야 한다. 잘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다. 똑같은 사람(부인)이 민법에서는 상속인이 아닌데 상·증세법에서는 상속인으로 취급된다는 것이 보통 사람의 상식으로는 이해가 쉽지 않다.

민법과 상·증세법 모두 한국의 법 체계에 병존하는 법이다. 둘 다 한국어로 쓰인 법률이기도 하다. 보험금과 관련한 '상속인' 규정이 얼핏 모순처럼 보이지만 세법의 원칙과 연혁을 되돌아보면 아주 이해하지 못할 것도 아니다. 세금과 관련된 법은 기본적으로 수익이 있는 곳에는 세금이 있다는 취지에서 규정들이 마련됐다. 세법의 개정 역사를 보면, 결국 세금을 피하려는 자와 세금을 부과하려는 자의 싸움이었다. 누구나 수익이 있으면 세금을 내야 한다는 것이 기본적으로 대한민국의 ‘세무관련 법’의 목적이다.

세법은 이 목적을 실현하기 위해서 ‘상속인’이라는 개념에, 이와 정반대되는 개념인 ‘상속포기자’를 포함시키는 것도 주저하지 않는다. 그렇지 않고서는 보험을 증여세나 상속세를 피하는 수단으로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생명보험은 자식 혹은 제3자에게 상속 혹은 증여의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결론적으로 위 사례에서 부인은 생명보험금을 가지고 남편의 빚을 갚을 필요는 없지만, 보험금에 대한 상속세는 내야 한다는 것이다.


고윤기 변호사(ygkoh@kohwoo.com)는 로펌고우의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주로 상속, 중소기업과 관련한 사건을 다루고 있다. 한국가정법률상담소 100인 변호사, 서울시 소비자정책위원회 위원, 서울지방변호사회 사업이사 등으로 활동했다. ‘중소기업 CEO가 꼭 알아야할 법률이야기’, '아빠가 갑자기 돌아 가셨어요(상속한정승인편)', ‘스타트업을 위한 법률강연(법무부)’의 공저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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