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경찰, 정신질환자 정보 자체 보유 추진

"정신질환자 의심" 112 신고땐 환자 동의 없이 정보 수집·저장

백인성 (변호사) 기자, 이동우 기자 2019.06.17 06:00


경찰이 향후 범죄가능성 있는 정신질환자에 대한 112 신고 이력을 자체 수집·저장하겠다고 나섰다. 기존 112신고를 통해 수집된 '정신질환자 관련 신고사항'을 현장 출동부서와 112상황실 등에서 별도로 보유하겠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당사자 동의는 받지 않는다. 경찰이 단순 신고만으로 동의 없이 국민의 건강 관련 정보를 보유하게 되는 셈이어서 논란도 예상된다.

16일 머니투데이 더엘(the L)이 확보한 경찰청(청장 민갑룡) 문건과 법조계에 따르면, 경찰은 범죄 예방을 위해 '범죄가능성 있는 정신질환자'에 대한 정보 보유가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이르면 올 하반기부터 정신질환자 관련 신고가 접수되는 경우 신고대상자의 '정신질환 관련 신고 이력'을 수집·저장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문건에 따르면 경찰은 기존 112 신고 이력 중 정신질환자 관련 신고사항, 즉 경찰관이 112 신고를 통해 인식하게 된 정신질환자의 정보를 수집해 지구대나 파출소, 여성청소년수사팀 등 현장 출동부서와 경찰서 생활질서계, 112상황실, 각 지방청 상황실에서 별도로 보유하기로 했다. 정신질환자의 범죄행위로 의심되는 사건이 발생할 경우 보유한 정보를 언제든 꺼내볼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경찰은 이같은 정보 수집·저장 과정에서 정신질환자로 신고당한 국민의 동의는 별도로 받지 않기로 했다. 신고를 통해 어떠한 종류의 정보가 수집·저장되는지, 보관기간 등도 문건엔 적시되지 않았다.

경찰은 이같은 당사자 동의없는 정보 수집이 개인정보보호법에 저촉되는 것은 아닌지 법리검토를 한 결과 문제가 없다는 판단을 내리고 내부 결재 과정에 들어갔다.

경찰 내부 관계자는 "본청 생활안전과에서 추진 중인 사안"이라며 "내부 검토에서는 경찰직무집행법 시행령에 근거한 조치로 당사자 동의가 없더라도 정보수집·저장에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경찰이 이같은 정보 수집을 추진하는 건 지난 4월 발생한 진주 정신질환자 방화·살인사건 당시 경찰이 피의자의 정신질환 경력에 알지 못했다는 점에서 비롯됐다. 경찰은 피의자 안인득씨가 방화·살인사건 이전 재물손괴 범죄를 저질러 검찰에 송치할 당시까지도 안씨가 조현병 환자인 사실을 알지 못했고, 미리 알았다면 막을 수 있었던 대형 인명사고를 예방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들었다.

또다른 경찰 관계자는 "특정인에 대해 이전에 112신고가 몇 번, 언제 어떤 내용으로 됐었는지 자료 데이터베이스화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차원에서 추진하는 것"이라며 "상습성 있는 사람(피신고자)에 대한 적극적 조치가 필요한 것 아니냐는 것"이라고 말했다.

공유하기

1 /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