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임수경은 종북” 성명서 "모욕적 표현 아냐" 판결

임수경 전 의원 2억원 청구 소송…대법 "공인의 경우 폭넓게 문제제기 허용돼야"

오문영 인턴, 이미호 기자 2019.06.17 12:00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 등으로 기소된 새누리당 박상은 의원이 23일 오전 항소심 선고공판을 마친 뒤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을 나서고 있다./사진=뉴스1


공인에 대해 '종북'이라고 지칭한 표현 자체를 명예훼손은 물론 모욕죄로도 볼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정치인의 경우 본인에 대한 정치적 비판을 충분히 반박해 국민의 판단을 받을 수 있다는 취지다.(2014다220798)


대법원 2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임수경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박상은 전 새누리당 의원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7일 밝혔다.


임 전 의원은 2013년 7월 27일경 인천광역시가 백령도에서 개최한 정전60주년 예술작품 전시행사에 참석했다. 이를 두고 박 전 의원은 "천안함 46용사의 영혼이 잠들어 있는 백령도 청적해역에 종북의 상징인 임 모 국회의원을 대동해 행사를 치르는 송 시장"이라는 내용이 포함된 성명서를 발표했다.


임 전 의원은 박 전 의원이 본인을 '종북의 상징'으로 지칭한 것은 명예훼손에 해당한다며 박 전 의원을 상대로 2억원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또 임 전의원은 종북이란 표현이 자신의 명예를 훼손한 것이 아니라 하더라도, 이는 인신공격에 해당해 본인의 인격권이 심각하게 침해됐다고 주장했다.

 

1심법원은 '종북의 상징'이라는 표현이 명예훼손은 아니나 인신공격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박 전 의원에게 벌금20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명예훼손죄가 성립하려면 공연성 충족과 함께 사실 또는 허위사실이 적시돼야 하는데 성명서엔 의견만이 표현됐다고 했다. 재판부는 성명서 중 임 전 의원과 관련된 부분은 '종북의 상징인 임 모 국회의원'이라는 표현 뿐이고, 해당 표현은 의견 내지 논평을 표명한 것에 불과하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종북이라는 말은 모욕적이고 경멸적인 인신공격에 해당한다고 봤다. 재판부는 "종북은 대체로 대한민국을 부정하고 북한을 신봉한다는 뜻으로 사용되고 있다"며 "임 전 의원의 지위 등을 고려할 때 국회의원으로서의 자격과도 연관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라 했다.


2심법원은 1심과 같이 모욕죄를 인정해 박 전 의원에게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종북이라는 표현의 의미는 다양할 수 있으나, 박 전 의원은 임 전 의원을 '종북의 상징'으로 표현함에 있어 '천안함 46용사의 영혼이 잠들어 있는 백령도 청정해역'과 대비시킴으로써 반국가·반사회세력의 의미를 담았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공인의 경우 '종북'이라는 표현은 허용가능한 범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서울고법에 환송했다.


재판부는 정치인이나 공직자의 관심사안은 보다 광범위하게 공개·검증되고 문제제기가 허용돼야 한다고 봤다.


재판부는 임 전 의원은 당시 국회의원으로서 자신의 활동이나 정치적 이념에 대한 비판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고 했다. 이어 재판부는 임 전 의원은 박 전 의원의 성명서에 대해서도 해명하거나 반박해 국민으로부터 평가를 받을 수 있는 충분한 기회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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