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단체 법원 '승강기 설치 기각'에 반발…"무책임한 결정"

장애인단체 "살인시설·차별시설 이용하라는 것" 항소의사 밝혀

이해진 기자임찬영 기자 2019.06.17 17:00

장애인차별철폐연대 회원들이 지난해 8월 21일 오후 서울 지하철 1호선 시청역 승강장에서 열린 이동권 보장 촉구 기자회견에서 신길역 장애인 리프트 추락사건에 대한 사과와 지하철역 엘리베이터 설치를 요구하고 있다/사진=뉴스1



사고 위험이 있는 지하철 역내의 휠체어리프트 대신 승강기를 설치해달라고 장애인들이 제기한 소송을 법원이 기각한 것에 대해 장애인 관련 시민단체들이 반발했다.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와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는 17일 성명서를 내고 "법원은 차별과 죽음을 동조하지 말라"며 법원에 항의했다.

이들 단체는 "지금도 운영되는 살인시설·차별시설 리프트를 그대로 이용하라고 결정한 것"이라며 "인명사고가 나도 본인들이 감수하라는 잔인한 결정"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사람이 죽어도 서울교통공사는 대책을 세우지 않고 장애인 당사자의 부주의로 인한 죽음이었다며 사고로 기록조차 하지 않았다"면서 "유족들이 이를 공론화한 이후에야 엘리베이터를 설치하겠다는 답을 내놓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더 이상 서울교통공사의 기만적인 행위를 두고만 볼 수 없어 소송을 진행했고 그제서야 신길역 등에 공사를 추진하기 시작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 단체는 "이러한 노력들이 조금의 개선을 이루었으나 법원의 결정으로 다시 뒤집혔다"면서 "법원의 무책임한 결정과 장애인의 이동 권리에 대한 무지에 허탈과 분노를 느낀다"며 항소 의사를 밝혔다.

앞서 이원정씨 등 지체장애인 5명은 지난해 서울교통공사를 상대로 차별구제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이씨 등은 엘리베이터가 없는 지하철역인 신길역, 영등포구청역, 충무로역, 디지털미디어시티역, 구산역 등에 리프트를 철거하고 엘리베이터를 설치할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13부(부장판사 최병률)는 이달 14일 이들의 차별구제청구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교통사업자인 피고가 장애인인 원고들에게 한 편의제공은 '장애인 아닌 사람과 동등히 안전하고 편리하게 보행 및 이동을 할 수 있도록 정당한 편의를 제공하는 정도'에는 이르지 못해 장애인차별금지법이 금지하는 차별행위가 존재한다"면서도 "승강기를 설치하는 방법으로만 차별상태를 중단 내지 시정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또 "피고와 감독관청인 서울특별시장은 현재 휠체어리프트 시설로는 충분한 편의제공이 어뤄지기 어렵다는 인식 아래 원고들이 구하는 각 지점에 승강기를 설치할 계획을 수립하고 절차를 밟아나가고 있다"며 "시행에 관한 충분한 의지를 갖고 있다고 봐야할 것이고 명목상의 계획에 불과하다 단정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피고와 서울특별시장이 1역1동선 확보 원칙을 공표하고도 그 실행을 위한 조치를 부당히 지연하거나, 장애인들에게 정당한 편의제공을 할 수 있을 수준에 미흡한 정도의 개선에 그친다면 달리 판단할 여지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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