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기록 유출 혐의' 현직 판사들 "변경된 공소장도 선입견 줘"

재판부 "검찰이 다듬었으면…공소장 그대로 유지할지 손 볼지 생각해달라"

안채원 기자, 김종훈 기자 2019.06.17 16:33
신광렬 전 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사진=뉴스1
'정운호 게이트' 사건 당시 검찰 수사기록을 유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현직 부장판사들이 검찰의 변경된 공소장도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판사 유영근)는 17일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기소된 신광렬(54·사법연수원 19기)·조의연(53·24기)·성창호(47·25기) 부장판사에 대한 2차 공판준비기일을 진행했다. 

신 부장판사의 변호인 등은 지난 첫 공판에서 '공소장 일본주의'를 지적했다. 공소장 일본주의란 검찰이 기소할 때 공소장에는 사건에 관해 법원에 선입견이 생기게 할 수 있는 서류 기타 물건을 첨부하거나 그 내용을 인용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이다.

당시 재판부는 "피고인들과 직접 관련이 없는 법원행정처 사정이 모두 사실에 상당히 들어가 공소장 일본주의 위반이 있다고 생각된다"며 "그 부분이 정리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에 검찰은 지난 12일 공소장을 17쪽에서 15쪽 분량으로 줄여 변경 신청했다.

하지만 이날 열린 공판에서도 공소장에 대한 지적이 다시 나왔다. 신 부장판사 측 변호인은 "변경된 공소장 역시 공소장 일본주의에 반하며 법관에게 선입견을 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성 부장판사 측 변호인도 "성 부장판사 등과 전혀 관계없는 법원행정처에서 이뤄진 부분들을 모두 사실이라고 (공소장에) 기재한 게 많다"고 밝혔다.

반면 검찰은 "지금까지 '창조한국당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전교조 시국선언 사건' 등의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례 취지를 보면 공소장 일본주의를 벗어난 게 아니다"고 반박했다.

재판부는 "일단 '정운호 게이트가 법조 비리 의혹으로 불거졌다'는 부분은 맥락 이해를 위해 공소장에 들어가는 게 맞다"라면서 "하지만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영장 재판 가이드라인을 전달하고 일부 기각하기도 했다'는 부분은 명백히 아니다. 이는 공무상비밀누설과 다르고, 죄가 되면 다른 거로 기소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단순히 수사기록을 보고한 것이 공무상비밀누설이 되느냐 아니냐만 판단하면 간단하게 결론 날 것"이라며 "재판부 희망은 검찰이 공소장의 모두 사실을 조금 다듬어서 임 전 차장 등 재판과는 무관하게 먼저 결론이 났으면 좋겠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공소장을 그대로 유지할지, 손 볼 것인지 생각해달라"면서 공판준비기일을 한 번 더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신 부장판사 등의 3차 공판준비기일은 다음달 15일에 진행된다.

신 부장판사는 지난 2016년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판사로 근무하면서 '정운호 게이트' 사건이 불거지자 영장전담판사들을 통해 영장청구서와 수사기록 등 10건을 법원행정처에 전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성·조 부장판사는 당시 영장 업무를 전담하며 신 부장판사의 지시에 따라 영장청구서 등을 유출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이들이 당시 정운호 게이트 사건이 법관 비리 사건으로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이같은 기록 등을 유출한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대법원은 이들을 비롯해 사법농단 연루 의혹을 받는 현직 판사들을 재판업무에서 배제하고 오는 8월31일까지 사법연구를 담당하도록 조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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