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성인용품 리얼돌, 수입할 수 있다"

"은밀한 사용 목적…국가 개입 최소화"

송민경 (변호사) 기자 2019.06.27 09:36
/사진=뉴스1

리얼돌(성인 여성의 신체와 비슷하게 만든 성기구)의 수입을 보류한 처분을 취소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이에 관련 업계에서 유사한 성인용품에 대한 수입이 늘어날 전망이다. 

대법원 2부(주심 김상환 대법관)는 A사가 인천세관을 상대로 낸 리얼돌 수입통관보류처분 취소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린 원심 판결을 받아들여 확정했다고 27일 밝혔다.

A사는 일본 업체로부터 리얼돌을 수입하면서 2017년 5월 인천세관에 수입신고를 했다. 하지만 인천세관은 같은해 7월 리얼돌이 ‘풍속을 해치는 물품’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수입통관을 보류하는 처분을 내렸다.

문제가 된 리얼돌은 159cm, 무게 35kg으로 머리 부분을 제외한 성인 여성의 신체와 비슷한 형태와 크기로 만들어졌다. 재질은 사람의 피부와 비슷한 색깔의 실리콘이다. 가슴 부분이 여성의 가슴과 같은 모양과 색으로 돼 있고 성기 부분 등도 마찬가지다.

이에 A사는 “사람의 존엄성과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하거나 왜곡했다고 평가할 수 있을 정도로 노골적으로 사람의 특정한 성적 부위 등을 적나라하게 표현하거나 묘사한 것이 아니다”라며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되는 것으로 풍속을 해칠 염려가 없고 해당 처분이 개인의 성적 결정권의 행사에 간섭해 헌법상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결과에 이르게 된다”고 주장하며 수입을 허가해 달라는 소송을 냈다. 

1심 법원은 “리얼돌의 전체적인 모습 등이 실제 사람의 형상과 흡사하고 여성의 특정 성적 부위가 그 모양과 색상 등 전체적인 모습에서 실제 여성의 신체 부위와 비슷하게 형상화돼 있다”면서 “전체적으로 관찰해 볼 때 사람의 존엄성과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하거나 왜곡했다고 평가할 수 있을 정도로 노골적으로 사람의 특정한 성적 부위 등을 적나라하게 표현 또는 묘사한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면서 인천세관이 적법한 처분을 내렸다고 판결했다.

하지만 2심 법원은 인천세관의 처분이 잘못됐다며 판결을 뒤집었다. 2심 법원은 “리얼돌을 전체적으로 관찰해 볼 때 그 모습이 상당히 저속하고 문란한 느낌을 주지만 이를 넘어서서 사람의 존엄성과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하거나 왜곡했다고 평가할 수 있을 정도로 노골적인 방법에 의해 성적 부위나 행위를 적나라하게 표현 또는 묘사한 것이라 볼 수 없다”면서 A사의 손을 들어줬다.

2심 법원은 “리얼돌의 형상, 재질, 특징을 전체적으로 관찰할 때 노골적인 방법에 의해 구체적이고 적나라하게 표현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비록 해당 리얼돌보다 표현의 구체성 수준이 높은 신체 부분을 따로 구매해서 부착해 사용할 수 있지만 모두 부착된 경우를 가정해 전체적으로 살펴보더라도 그 표현의 구체성과 적나라함만으로 정상적인 성적 수치심을 해하여 성적 도의관념에 반할 정도에 이른다고 쉽게 단정할 것은 아니다”고 판단했다.

이어 2심 법원은 “성기구는 성적인 내용을 대외적으로 표현하는 일반적인 음란물과는 달리 사용자의 성적 욕구 충족에 은밀하게 이용되는 도구에 불과하다”며 “성기구라는 용도를 배제한 채 이 사건 물품의 형상, 재질, 특징만을 보거나 성기구가 아닌 다른 목적으로 사용될 것임을 전제로 살펴보면 그 음란성을 인정하기 쉽지 않다”고 밝혔다. 

이에 더해 2심 법원은 “우리나라 법률도 성기구 전반에 관해 일반적인 법적 규율을 하고 있지 않고 성인의 사적이고 은밀한 사용을 본래 목적으로 한 성기구의 수입 자체를 금지할 법적 근거는 달리 찾아보기 어렵다”며 “개인의 사적이고 은밀한 영역에 대한 국가의 개입은 최소화돼야 한다는 인식을 전제로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2심 법원은 “독일·프랑스·이탈리아 등 EU, 영국·미국·캐나다 등 영미권, 일본·중국 등 아시아권의 대부분 국가에서 ‘사람의 형상과 흡사한 성기구’의 수입, 생산, 판매를 금지하는 법령이나 제도가 확인되지 않는다”면서 리얼돌의 수입통관 보류 처분은 위법하다고 판결했다.

대법원은 인천세관의 상고 이유가 이유없다면서 원심 법원의 판결을 받아들여 확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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