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동살롱]신림동 CCTV 남성, 강간미수 기소는 '무리수'일까

검찰 "동종 범죄 전력·계획성·장소적 특성 고려했을 때 입증 가능"

최민경 기자 2019.07.07 06:00

경찰이 이른바 '신림동 강간미수범' 영상 속 30대 남성을 긴급체포 했다. 서울 관악경찰서는 29일 오전 7시15분쯤 '강간미수 동영상' 속 남성 A씨(30)를 주거침입 혐의로 긴급체포했다고 밝혔다. A씨의 범행은 지난 28일 사회관계망서비스에 '신림동 강간범 영상 공개합니다'라는 제목의 폐쇄회로 영상이 공개되면서 알려졌다.(유튜브 영상 캡처) 2019.5.29/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 여성이 원룸 집에 귀가하자 복도에 숨어있던 한 남성이 바로 뒤따라와 닫히는 문을 잡아 열려고 애쓴다. 남성은 한참을 집 앞에서 서성이거나 계단을 내려가는 척하다가 휴대폰 손전등으로 도어락 비밀번호를 비춘다.

많은 이들의 공분을 산 이른바 '신림동 CCTV' 영상 속 장면이다. 지난달 25일 서울중앙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박은정 부장검사)는 영상 속 인물인 조모씨에게 주거침입·강간미수죄 혐의를 적용해 재판에 넘겼다.

이를 두고 법조계 일각에선 신체 접촉이나 강간의 고의를 인정하는 자백이 없었는데 검찰이 강간미수로 기소한 것은 '무리수'가 아니냐는 반응이 나온다. 강간미수 혐의가 인정되려면 피해자에 대한 폭행이나 협박이 있어야 하는데 문 앞에 서성거리는 것을 협박으로 볼 수 있느냐는 반론도 제기된다.

성범죄 피해자들을 전문적으로 변호하는 변호사도 "검찰 수사 기록을 보지 못해 조심스럽지만 피고인이 강간의 고의가 있었다고 자백하지 않는 이상 강간미수 혐의로 유죄를 선고받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검찰은 △조씨가 계획적으로 술에 취한 피해자를 쫓아간 것 △동종 범죄 전력 △원룸이라는 장소적 특성 △문 여는 행동패턴 등을 고려했을 때 정황만으로도 충분히 강간미수 혐의를 입증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물건을 떨어뜨렸으니 문을 열어달라"는 등 문을 열기 위해 온갖 방법을 시도하면서 피해자에게 극도의 불안감과 공포심을 일으킨 것은 강간미수 성립의 구성요건인 폭행·협박에 해당한다는 것이 검찰 측의 설명이다. 또 검찰은 조씨가 2012년에 같은 수법으로 술에 취한 20대 여성을 발견한 뒤 모자를 꺼내 쓰고 뒤따라가 강제로 추행한 전력도 중요한 간접정황으로 보고 있다.

검찰도 주거침입 혐의만으로 기소할지 강간미수 혐의도 적용할지 고민이 없었던 건 아니지만, 결국 강간미수 혐의도 적용하기로 결정했다. 검찰 관계자는 "주거침입죄만으로 기소하기엔 조씨의 의도가 불순하고 피해자의 정신적 충격이 크다"며 "여러 정황들과 여성 혼자 사는 원룸에 침입하려고 시도한 것을 고려했을 때 다른 목적이 있다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신체 접촉이 없었을 때 강간미수 혐의를 적용한 판례는 1991년 대법원 판결이 마지막일 만큼 이번 기소가 이례적인 경우인 것은 맞다. 그러나 피해자가 극심한 공포를 느꼈고 강간미수라고 볼 수 있는 정황증거들이 있는데도 주거침입 혐의만 기소한다면 검찰의 역할을 다했다고 할 수 있을까?

조씨의 첫 재판은 오는 11일 열린다. 검찰의 이번 기소가 법원에서 받아들여진다면 원룸 거주 여성을 노린 스토킹이나 성범죄에 대한 강력한 경고가 될 것이다. 설령 강간미수 혐의가 법원에서 인정되지 않더라도 이를 계기로 이런 유형의 범죄를 강력히 처벌할 수 있는 입법적인 시도가 이뤄질 수 있다. 법원에서 어떻게 판결을 내리든 검찰의 기소를 '무리수'라고 볼 수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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