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일반

[친절한 판례씨]파산 후 "새 이름으로 새 인생" 개명신청 허가될까

1·2심서 "파산 선고 불이익 회피 우려" 대법원 "이름은 인격권의 일부…주민번호 유지된다"

김종훈 기자 2019.07.16 06:00

누구나 힘든 과거를 지우고 싶은 적이 한 번쯤 있을 것이다. 과거를 지울 수는 없기에 사람들은 과거 대신 기억을 지우려 한다. 미용실에 다녀오거나, 여행을 떠나는 식으로 말이다. 심하면 집이나 직장을 옮기는 경우도 있다.

2007년 2월 파산 선고를 받은 A씨는 개명을 선택했다. 그는 그 다음달 면책결정을 받고 법원에 개명을 신청했다. 파산 선고를 받은 이름을 더 이상 쓰고싶지 않고, 새 이름으로 새 삶을 살고 싶다는 게 이유였다. 

또 A씨는 자기 이름이 흔하고 개성이 없어서 시대에 뒤처진 것 같고, 이름에 쓰이는 한자도 통상 쓰이는 글자가 아니라 컴퓨터 문서작성 등을 할 때 불편하다고 호소했다. 게다가 A씨는 몇 년 전부터 갖고 싶은 이름을 지어서 쓰고 있었다며 개명을 허락해달라고 요청했다.

1·2심은 A씨의 개명 신청을 불허했다. 이름이 시대에 뒤처진 것 같다는 주장은 개명 신청 이유가 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또 개명을 허가하면 파산 선고에 따른 법적 불이익을 회피할 가능성도 있다는 이유도 들었다.

파산 선고를 받으면 의사를 제외하고 변호사, 법무사, 공인회계사, 변리사 등 전문직종 직업을 가질 수 없다. 또 합명회사, 합자회사, 유한책임회사 사원이 파산을 선고받으면 퇴사해야 하며, 주식회사의 이사인 경우 파산선고와 함께 자동으로 퇴임되는 등 불이익이 있다. 이런 불이익은 법원에서 전부면책 결정을 받거나 복권이 되면 사라진다.

A씨가 1·2심의 개명불허 결정에 불복해 재항고하면서 사건은 대법원으로 넘어갔다(2009스90). 대법원은 이름은 인격권의 한 부분이기 때문에 이름에 대한 개인의 결정은 가능한 한 존중받아야 한다는 판단과 함께 개명 허용 취지로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대법원은 "이름은 사회적으로는 개인을 타인으로부터 식별하여 특정하는 기능을 가지나, 동시에 각 개인으로 보면 그것은 인격존중의 기반으로서 외부에 대하여 자신을 나타내는 표징"이라며 "부모가 정해준 이름이 있다 해도 개인은 자신의 개성을 표현하는 징표로서 그와 다른 이름을 선택하여 사용할 수 있고, 그러한 이명, 별명, 예명 등도 성명권에 의해 보호된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범죄 시도·은폐나 법령에 따른 각종 제약 회피, 부당이익 취득 등 개명신청권의 남용으로 볼 수 있는 경우는 개명을 허용해선 안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1·2심에서 A씨가 개명을 통해 파산 선고에 따른 불이익을 피해갈 수 있다고 판단한 점에 대해서 대법원은 속단해서는 안 될 문제라고 밝혔다. 

파산 선고를 받았더라도 나중에 전부면책 결정을 받으면 그에 따른 불이익이 모두 사라지기 때문에 반드시 A씨의 개명 신청을 거절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취지다. 또 개명하더라도 주민등록번호는 유지되기 때문에 A씨가 새 이름을 얻는다 하더라도 책임질 일은 지게 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관련 법령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

제99조(개명신고) ① 개명하고자 하는 사람은 주소지(재외국민의 경우 등록기준지)를 관할하는 가정법원의 허가를 받고 그 허가서의 등본을 받은 날부터 1개월 이내에 신고를 하여야 한다.
② 신고서에는 다음 사항을 기재하여야 한다.
1. 변경 전의 이름
2. 변경한 이름
3. 허가연월일
③ 제2항의 신고서에는 허가서의 등본을 첨부하여야 한다.
④ 제1항의 경우에 가정법원의 심리에 관하여는 제96조제6항을 준용한다.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566조(면책의 효력) 면책을 받은 채무자는 파산절차에 의한 배당을 제외하고는 파산채권자에 대한 채무의 전부에 관하여 그 책임이 면제된다. 다만, 다음 각호의 청구권에 대하여는 책임이 면제되지 아니한다.

1. 조세
2. 벌금ㆍ과료ㆍ형사소송비용ㆍ추징금 및 과태료
3. 채무자가 고의로 가한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4. 채무자가 중대한 과실로 타인의 생명 또는 신체를 침해한 불법행위로 인하여 발생한 손해배상
5. 채무자의 근로자의 임금ㆍ퇴직금 및 재해보상금
6. 채무자의 근로자의 임치금 및 신원보증금
7. 채무자가 악의로 채권자목록에 기재하지 아니한 청구권. 다만, 채권자가 파산선고가 있음을 안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8. 채무자가 양육자 또는 부양의무자로서 부담하여야 하는 비용
9. 「취업 후 학자금 상환 특별법」에 따른 취업 후 상환 학자금대출 원리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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