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동 36.5] '체리피킹 없는' 윤석열호를 바란다

배성준 부장 2019.07.23 06:00
어느 한 농가에 체리를 재배하는 과수업자가 있었다. 그는  과수원에서 잘 익고 색이 좋은 체리만을 수확해 팔았다. 품질이 떨어지는 체리는 다른 사람이 모르도록 폐기하거나 다른 곳에 팔았다. 이 업자는 자신이 판매한 일부 체리로 전체 과수가 좋다는 평가를 받으려고 했던 것이다. 여기서 유래한 말이 체리피킹(Cherry picking)이다.

자기에게 불리한 사례를 숨기고 유리한 것만 보여주는 편향적 태도를 지칭하는 말이다.  체리피킹은 우리 주변에서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잘하는 모습만 보여주고 잘못하는 것은 감추고 싶은 것, 그것은 어쩌면 사람들의 공통된 심리일 것이다.
 
물론 있는 그대로를 드러내고 그것으로 평가를 받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곳도 있다. 투명성이나 정당성이 존재의 근거가 되는 검찰이 그 대표적 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검찰은 최근까지도 전형적인 체리피킹의 잘못된 사례를 보여줘 왔다. 

지난달 검찰과거사위 수사권고 관련 수사단은 김학의·윤중천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김 전 차관을 뇌물 수수 혐의로 구속기소 했지만 수사외압과 직권남용 등 전직 검찰 간부들이 관련된 사건은 무혐의 하거나 공소시효 만료로 수사를 종료했다.  수사에 한계점을 드러내며 축소 은폐됐다는 의혹이 끊이지 않았고 검찰의 제 식구 감싸기가 여전하다는 비판도 나왔다. 증거가 부족하거나 공소시효 때문에 못한다는 발표는 검찰이 처벌 의지가 없다는 말로 읽히며 불신의 골을 더 깊게 만들었다.
  
이를 의식했던 것일까? 문무일 검찰총장은 지난달 25일 국민의 기본권 보호에 충실하지 못했다며 과거사수사 관련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면서 김학의 재수사에 “의혹이 남은 것을 인정한다”면서도 “정의로움은 각자 평가의 문제”라며 에둘러 말했다.

이제 25일 검찰은 새 수장을 맞는다. 개혁인사, 국민 후보 등으로 호칭되는 윤석열 신임 검찰총장이 취임한다. 윤 신임 총장에게 거는 기대가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운 이유도 검찰의 쇄신과 무관하지 않다.  윤 신임 총장은 국정농단 사건을 비롯해 사법농단 등 과거 잘못을 단죄하는 수사를 지휘하면서 지지를 이끌어냈다. 정부도 이를  높게 사 검찰을 개혁하고 바로 세울 인사로 윤 총장을 선택했다.

이런 소명을 윤 총장도 잘 인식한 듯하다. 청문회장에서 검찰이 권력 앞에 흔들리고, 스스로 엄격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무겁게 받아들인다고 강조했다. 이어 법과 원칙에 충실하며 국민의 눈높이와 동떨어진 정치논리도 거부할 것임을 분명히 밝혔다.
  
하지만 냉정히 따져보면 윤 총장 앞에 펼쳐진 현실은 결코 녹록지 않다. 국회 패스트트랙에 올라 있는 공수처와  검경 수사권 조정 문제 등의 개혁안은 검찰의 과거 부실 수사나 정치적 독립성을 유지하지 못 한데서 온 필연적 결과물이다. 이 때문에 지난 70여년 동안 독점적 지위를 누려온 검찰의 권한을 내려놓고 검찰개혁이란 시대의 파고를 어떻게 넘어갈지 국민들은 감시의 눈초리로 지켜볼 것이다. 또한 윤 총장에게는 새로운 검찰위상 정립을 통해 국민의 지지를 받는 국가 사정기관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사명이 있지만 내부 반대나 정치적 공세에 시달릴 가능성도 농후하다.  

이제 항구를 떠나 새로운 길을 가야할 윤석열호(號). 어쩌면 그의 앞길에는 순풍보다는 거센 태풍이 기다리고 있을지 모른다. 윤 총장은 적폐수사에서 보여줬던 결단성과 강한 리더십을 바탕으로 공정하고 공평한 수사를 이어가야 할 것이다.  김학의 수사단의 결과물처럼 체리피킹하는 수사가 반복되거나 공정성을 잃게 된다면 윤석열호 역시 국민의 신뢰를 얻지 못한 채 좌초되거나 불신의 늪에 빠질 수밖에 없다.

인생은 선택의 연속선상에 있다. 그래서 누군가는 인생을 알파벳 세 개로 표현하면서 A와 C사이의 B라고도 말한다. Adventure(모험)와 Challenge(도전) 사이의 Birth(탄생). 새롭게 탄생할 윤석열호가 어떤 결단과 결기로 위기의 검찰을 구해내고 도전과 모험을 통해 변화와 발전이라는 긍정적 결과물을 가져올 지 두고 볼 일이다.
배성준 법조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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