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전 대법원장 179일만에 석방 "재판 성실히 임할 것"(종합)

송민경 (변호사) 기자 2019.07.22 17:24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으로 구속 기소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구속 만기 20여일을 앞둔 22일 오후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에서 보석으로 풀려나고 있다. / 사진=이동훈 기자 photoguy@

대법원 법원행정처가 정권과 결탁해 일선 재판의 절차와 결과에 개입하려 했다는 '사법농단 의혹'과 관련해 구속기소 된 양승태 전 대법원장(71·사법연수원 2기)이 조건부 보석 결정을 받아 석방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부장판사 박남천)는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해 직권 보석 결정을 내렸고 양 전 대법원장은 이를 수용, 22일 관련 절차를 밟아 석방됐다.

이날 양 전 대법원장은 오후 5시4분쯤 검은 정장에 흰 셔츠에 노타이 차림으로 서울구치소를 나섰다. 양 전 대법원장은 보석을 수용하게 된 이유에 대해 질문을 받고 “지금 한창 재판이 진행 중이니까 신병 관계가 어떻게 됐든 달라질 건 아무것도 없다”며 “앞으로 성실하게 재판에 응할 것”이라고 답변했다.

이어 강제 징용 판결과 관련해 지연했다는 의혹이 있다는 질문에 대해서는 “지금 재판이 진행중이니 더 이상 이야기하는 건 적절하지 않을 것 같다”고 답했다. 또 재판을 지연하는 전략을 쓰는 게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답변하지 않은 채 차를 타고 자리를 떴다.

올해 1월24일 구속된 양 전 대법원장은 179일 만에 구치소에서 풀려나게 됐다. 직권 보석이란 법원이 적당한 조건을 붙여 구속의 집행을 당사자 신청 없이 재판부 권한으로 해제하는 결정을 말한다.

이날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양 전 원장의 주거를 자택으로 제한하고, 변경시 서면을 통해 법원 허가를 받도록 했다. 재판에 필요한 사실을 알고 있다고 인정되는 이들에 대해 직접적인 또는 제3자를 통한 접촉 역시 제한했다. 재판부는 양 전 원장의 증거 인멸 가능성을 우려해 이러한 조건들을 붙인 것으로 보인다. 
이 조건들은 앞서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이뤄진 조건부 보석과 유사한 조건이다. 하지만 법조계는 양 전 대법원장의 보석의 조건이 이 전 대통령의 조건보다는 느슨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지난 3월 이 전 대통령 재판의 항소심 재판부는 2심 구속기간 만료 한 달을 앞두고 이 전 대통령에게 보석을 허가하면서 주거지 및 외출 제한, 가족·변호인 외 접견 금지 등의 조건을 붙였다.

양 전 대법원장 측이 사상 처음으로 법원이 직권으로 내린 보석과 관련해 불복할 지에 관심이 쏠렸던 바 있지만 일단 관련 움직임은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그 동안 양 전 대법원장 측에선 보석에 의한 석방이 아닌 구속 취소 결정을 내려달라고 주장해왔다.

지난 2월 11일 구속기소 된 양 전 대법원장은 다음달 10일로 1심 구속기한(최장 6개월)이 만료돼 11일 0시 석방될 예정이었다. 구속기간이 만료돼 석방되면 양 전 원장은 어떠한 제약도 없이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을 수 있다.반면 조건부 보석으로 석방될 경우 법에서 정한 잔여 구속기간이 남은 채로 풀려나는 것이어서 이동 및 접견제한 등 여러 까다로운 조건 하에서 재판을 받아야 한다.

이 때문에 법조계에선 이날 재판부의 보석 결정이 내려졌더라도, 양 전 원장이 사실상 보석 결정에 불복하고 구속기한 만료로 석방되는 것을 기다릴 수도 있다고 내다봤었다. 이는 전례가 없는 것이어서 그 가능성만으로 논란이 돼 왔지만 실제로 이런 일이 벌어지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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