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원정공·물산 최대주주 일가, 4000억대 배임혐의로 재판에

장·차남 회사에 '일감 몰아주기' 배임 혐의... 형사재판은 3개월째 '공전' 중

황국상 기자 2019.07.24 12:00

코스피 상장사인 세원정공과 코스닥 상장사인 세원물산의 최대주주 일가족 3명이 4200억원대 업무상 배임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이들은 과거에도 같은 혐의로 기소가 됐다가 불기소 처분을 받았지만 이번에 새로 증거가 확인돼 재판에 넘겨진 것으로 알려졌다.

24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대구지검 서부지청은 지난해 12월 초 세원그룹의 김문기 회장(73)과 김 회장의 장남 김도현 세원물산 대표이사(44), 차남 김상현 세원정공 대표이사(42) 등 3명을 업무상 배임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김 회장 등 3명은 현재 불구속 상태에서 대구지법 서부지원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검찰 공소내용의 요지는 세원정공, 세원물산 및 이들 회사의 또 다른 계열사인 세원테크 등 주력 회사들과 해외 계열사들이 △김도현 대표가 80% 지분을 보유한 계열사 에스엠티 △김상현 대표가 46% 지분을 보유한 계열사 에스앤아이 및 세진 등에 '일감 몰아주기'를 통해 물량을 비싼 값에 대거 몰아줌으로써 4200억원대 배임범행을 저질렀다는 것이다.

김 회장 등 3명은 2012년쯤에도 소액주주 등의 고발에 의해 같은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았으나 '증거 불충분' 등 혐의로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 그러나 이번에는 상황이 다소 달라졌다는 평가다. 관세청이 세원그룹의 주요 해외 계열사와 에스엠티, 에스앤아이 사이의 거래에서 수상한 점을 포착해 검찰에 이를 통보했고 검찰이 추가 수사를 통해 세원그룹 전반으로 수사망을 확대해 김 회장 일가3명을 재판에 넘겼다.

6월 결산법인인 세원정공은 2018년 사업연도 3분기 말(2019년 3월31일) 연결재무제표 기준으로 자산총계 6500억원에 자본총계가 5200억원으로 시가총액은 지난 23일 종가 기준으로 860억원 규모다. 지난 3분기 말까지 1544억원의 매출을 올렸으나 영업손실과 당기순손실이 각각 173억원, 107억원에 달한다. 김 회장과 차남 김상현 대표가 공동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역시 6월 결산법인인 비상장 계열사 세원테크는 지난해 6월말 기준으로 자산총계 3544억원에 자본총계 1418억원 규모의 회사로 2018년 사업연도(2017년 7월1일~2018년 6월30일)에 4076억원의 매출에 64억원의 영업이익, 14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12월 결산법인인 세원물산은 지난 1분기 말 기준으로 자산총계 2535억원에 자본총계 1790억원으로 시가총액은 지난 23일 종가 기준으로 570억원 규모의 회사다. 세원물산은 지난해 한 해 매출 869억원, 영업이익 31억원, 당기순이익 58억원 등 영업실적을 기록했다. 이 회사 역시 김 회장과 장남 김도현 대표가 공동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차남 김상현 대표가 실소유주인 에스앤아이는 2008년 설립된 임직원 19명의 회사로 2015년~18년간 적게는 746억원에서 많게는 1162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전체 매출 중 세원그룹 계열사 매출의 비중은 해당 기간 80~88%에 달했고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도 각각 175억~217억원, 117억원~376억원을 기록했다. 장남 김도현 대표가 실소유주인 에스엠티도 2015~18년 기간 761억원에서 1166억원에 달하는 매출을 올렸는데 특히 2017~18년 두 해의 매출 100%가 전부 특수관계인과의 거래에서 달성됐다. 2015년부터 4년간 에스앤아이와 에스엠티가 주주를 상대로 실시한 현금배당은 각각 315억원, 345억원에 달했다. 

김 회장 일가 및 회사를 상대로 한 민사소송도 잇따라 제기될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일단 첫 움직임은 세원테크에서 나타났다. 세원테크 지분 3.6% 가량을 보유한 소액주주 29명은 세원테크 및 감사를 상대로 김 회장과 김상현 대표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할 것을 요구하는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한다는 방침이다. 김 회장 등이 세원테크 등 원래의 계열사가 누려야 할 이익을 부당한 방법으로 에스앤아이, 에스엠티, 세진 등에 몰아줘 회사에 손해를 끼쳤으니 회사가 직접 김 회장 등에게 이를 배상할 것을 요구하라는 것이다. 

세원테크 주주들을 대리해 소송을 준비 중인 김광중 변호사(법무법인 한결)는 "세간의 관심이 대기업으로 쏠린 동안 중견기업들에서도 '일감 몰아주기' 방식으로 편법승계를 하는 일이 자주 발생하고 있어 애꿎은 투자자들만 피해를 입고 있다"며 "시장 감독당국의 면밀한 감시는 물론이고 이같은 편법을 막기 위한 방지책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세원테크 주주 상당 수가 세원정공·물산의 주주로도 있는 만큼 이들은 추후 세원정공·물산 차원에서의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하는 것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세원그룹 측은 김 회장 등 3명과 관련한 의혹을 부인하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세원테크 측은 김 회장 등을 상대로 한 소송을 제기할 것을 요구하는 소액주주를 상대로 보낸 서한을 통해 "이미 수년 전 관련 형사사건과 민사사건을 통해 모두 사실과 다르거나 근거가 없는 일방적 주장이라는 점이 분명히 밝혀졌고 당사의 이사들에게도 아무런 위법 사실이 없음이 명백히 확인된 바 있다"며 "(김 회장 등에 대한) 손해배상 소송 제기를 거절할 수밖에 없다"고 답했다.

한편 김 회장 등 3부자의 형사재판은 현재 3개월째 공전 중이다. 올 1월 두 차례의 기일 변경이 있고 난 후에야 첫 공판기일이 열렸다. 이 재판은 지난 4월29일 재판부가 공판기일의 추후지정을 결정하고 난 후 검찰 측이 5월1일에 기일지정을 신청했음에도 아직 새 기일조차 잡히지 않은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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