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윤석열식 공정경쟁의 '오리지널리티'

취임사에서 내비친 경제 보수주의 철학…'적폐수사'와 차별화 보여줄까

김태은 기자 2019.08.04 14:43
윤석열 신임 검찰총장이 25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제43대 검찰총장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지난달 25일 취임한 윤석열 검찰총장은 취임 일성으로 '공정경쟁'을 천명했다. "권력기관의 정치·선거개입, 불법자금 수수, 시장 교란 반칙행위, 우월적 지위의 남용 등 정치 경제 분야의 공정한 경쟁질서를 무너뜨리는 범죄"에 대해 단호한 대응을 해 나가겠다는 선언은 일견 문재인정부 들어 이뤄졌던 '적폐수사'의 연장선상으로 해석된다. 지난달 초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회의에서 '공정한 경쟁이 보장돼야 경제활력이 살아난다"고 강조한 것이 떠오르기도 한다.

흥미로운 점은 윤 총장이 '공정경쟁'이란 화두를 꺼내든 배경을 설명한 방법이다. 이례적으로 설명자료까지 배포해 윤 총장의 철학과 신념을 '국민'들에게 밝히는 데 공을 들였기 때문이다. 그에게 '적폐수사'의 칼을 쥐어준 것은 문재인정부지만 그 연원은 훨씬 더 오래되고 뿌리 또한 다르다는 걸 전달하고 싶어서였을까.

윤 총장이 자신의 사상적 배경을 굳이 자유주의 경제학파로 밝힌 것을 두고도 해석이 분분했던 이유다. 윤 총장은 언급한 시카고학파인 밀턴 프리드먼과 오스트리아학파인 루드비히 폰 미제스는 모두 정부의 개입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대표적인 경제학자다. 정치적으로는 보수주의 정당들과 맥이 닿는다. 윤 총장은 "이들의 사상에 공감하며 자유시장경제와 형사 법집행의 문제에 고민해왔다"고 고백, 사실상 보수주의자의 면모를 '커밍아웃'한 셈이 됐다. 

물론 윤 총장은 자신을 전통적인 '보수'와 구별하고 있다. 수많은 대형 경제사건과 16대 대선 불법대선자금 수사, 18대 대선 국정권 선거개입 수사 등을 통해 정치적, 경제적 강자가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체제를 위협하는 행위를 엄정 대응해왔다며 '공정경쟁'이라는 가치에 보다 방점을 찍고 있다. 

윤 총장의 취임 준비에 참여한 한 관계자는 "윤 총장의 부친이 경제학자인데다 윤 총장 본인도 사법고시에 합격하기 전까지 경제법 분야를 계속 공부하려고 했기 때문에 경제학 이론에 해박하다"면서 "특정 이념 성향이나 지금 정부와의 '코드'로 해석하는 것은 지나친 감이 있다"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한편에선 문재인정부와는 다른 '오리지널리티'를 갖고 있는 윤 총장이 차별화된 '적폐수사'를 이끌 수 있을 지 궁금해한다. 다른 한편에선 '윤석열식 공정경쟁'의 브랜드로 무장한 검찰 수사의 칼날이 더욱더 거칠어질까, 두려움도 감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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