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양승태 재판서 "위안부 문건에 '매춘' 표현 있다" 지적

문건 작성 법관 "한가지 표현으로 피해자 그렇게 생각하는 것처럼 유도"

안채원 기자 2019.08.14 16:33
양승태 전 대법원장./사진=뉴스1
사법행정권 남용 혐의를 받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등에 대한 재판에서 현직 법관이 위안부 피해자들 소송 관련 보고서를 작성하며 '매춘'이라는 표현을 삽입한 사실이 공개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부장판사 박남천)는 14일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고영한·박병대 전 대법관의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 23차 공판을 진행했다. 

이날 법정에는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심의관 출신 조모 부장판사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검찰은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조 부장판사에게 보고서 작성을 지시하면서 위안부 손해배상 소송에 대해 '주권면제', '통치행위', '소멸시효' 등을 언급해 재판 진행 및 결론 등에 영향을 미쳤다고 보고있다.

증인신문 말미 검찰은 조 부장판사가 임 전 차장의 지시로 작성한 위안부 손해배상 소송 보고서의 '향후 심리 및 결론 방향에 대한 검토' 부분을 제시했다. 

해당 부분에는 '재판권 여부에 관한 문제점 : 현재 통설인 제한적 면제론에 의할 때 일본 위안부 동원 행위가 국가의 주권 행위인지, 상사적(매춘)행위인지, 일본이 국가면제를 포기할 가능성이 있는지 여부 등이 아직 명백하지 아니한 경우'라는 내용이 기재돼있다. 

검찰은 이 부분에 나온 '매춘'이란 표현에 대해 따져물었다. 검사가 '매춘이라는 표현을 임 전 차장의 지시로 쓴거냐'고 묻자, 조 부장판사는 "구체적 표현을 지시하진 않으셨다"고 답했다. 

이어 검찰이 '매춘이란 표현은 피해자 할머니들의 귀책사유나 고의가 인정되는 표현인데 현직 법관인 증인이 사용한 이유가 뭐냐'고 질문하자 조 부장판사는 "괄호 안에 있는 한가지 (표현을) 계속 집어서 말하니 마치 (제가) 위안부 피해자를 그런식으로 생각하는 것처럼 보이게 말하시는 거 같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반발했다.

또 보고서 전체방향은 위안부 피해자들에 대한 일본 정부의 재판권을 인정할 여지가 있는지에 대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지켜보던 양 전 대법원장 측 변호인은 "검찰이 증인에 대한 모욕적 신문을 하고 있다"며 재판부에 제지를 요청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공소사실과 관계가 있기 때문에 검찰에서 물어볼 수 있는 정도라고 생각한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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