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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블리]휴가·재판 겹친 검사, 판사가 사정 안봐주자 '노쇼'

여름 휴가 일정-재판 기일 조정 놓고 판사-검사 신경전, 법조계 과거와 달라진 풍경

김태은 기자 2019.08.17 06:00

"휴가 일정 조정 때문에 실랑이가 있긴 했었지만 검사가 진짜 재판에 나오지 않아 황당했다."(A 부장판사)
"판사 휴가에 맞춰서 재판 기일 잡고 검사나 피고인은 무조건 맞추라고 하는 것도 갑질이다."(검사 출신 B변호사)
"재판에선 판사가 무조건 왕인데 요즘 검사들 많이 변했다."(C변호사)

재판이 예정된 기일에 열리지 못하고 미뤄지는 일이 특별한 일은 아니다. 재판 준비가 충분히 이뤄지지 못했다고 판단될 경우 검찰이나 피고인 측 요청에 따라 판사가 재판을 연기할 수 있다. 판사나 검사, 피고인, 변호인 등 재판필수 참석자가 재판에 참석하기 어려운 피치못할 사정이 생겼을 경우에도 재판 연기 요청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올해 여름, 예기치 못한 사정으로 재판이 연기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고 있다고 하는데 형사 재판에서 공소 제기를 담당하는 검사가 재판을 '펑크'내는 황당한 일이 생기고 있는 것.

재경지법의 한 부장판사가 검사로부터 '노쇼(No-Show)'를 당한 사연은 이렇다. 여름 휴가를 가려면 재판 기일을 피해 휴가 일정을 잡아야 하는데 검사가 휴가를 가려고 하는 기간에 재판 기일이 잡혀버린 것이다. 검사는 판사에게 재판 기일을 조정해줄 것을 요청했지만 판사는 그냥 밀어붙인 모양이다. 

검사가 정해진 재판 기일에 참석하려면 자신이 계획했던 휴가를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 됐지만 재판 당일 검사는 판사에게 통지도 없이 재판에 나타나지 않아 원래 계획했던 휴가를 선택한 것으로 추정됐다.

C변호사는 "애초에 재판 기일이 법원에서 정해지니까 휴가 시즌에는 판사가 자신의 휴가 일정에 따라 재판 기일을 조정하게 되는데 검사들이 이 문제로 판사들과 실랑이하는 경우가 늘어나는 것 같다"고 전했다. 

여름 휴가 문제를 놓고 검사들이 판사들에게 일종의 반항을 한 셈인데 법조계에선 예전에는 상상하기 힘든 세태라는 반응이다. 재판정에선 '판사가 왕'이기 때문에 하나에서 열까지 판사가 절대적인 주도권을 쥐게 된다. 판사에게 이의를 제기하다가 판결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까봐 심기 하나 거스르지 않으려고 조심하는 자세를 갖게 된다는 것이 법조계의 전통적인 생각이다.

달라진 검사들의 여름 재판 문화(?)에 대해 "'워라밸'을 중시하는 젊은 세대들의 특징 아니겠느냐"며 너그러운 해석을 보이는 이들도 있지만 일부는 '사법농단 수사' 이후 법원과 검찰 간 기싸움으로 바라보기도 한다.

B변호사는 "판사가 함부로 판결을 내리면 큰일나는 세상이 됐으니 판사 앞이라도 필요한 주장은 할 수 있게 된 것 아니겠느냐"며 "판사와 검사들 실랑이 때문에 국민이 피해보는 일이 없도록 해야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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