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공무원 복지포인트, 통상임금 아냐" 첫 판단

송민경 (변호사) 기자 2019.08.22 15:22
/사진=뉴스1


공무원과 공기업 직원이 매년 받는 복지포인트는 근로기준법에서 말하는 ‘임금’에 해당하지 않아 결국 통상임금도 아니라는 대법원의 첫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2일 서울시 서울의료원 근로자 강모씨 등 548명이 회사를 상대로 낸 임금 등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원고 패소 취지로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

서울의료원은 2008년부터 직원들에게 온라인이나 가맹업체에서 사용할 수 있는 복지포인트를 근속연수에 따라 매년 지급해왔다. 이 복지포인트는 통상임금을 계산했을 때는 제외됐고, 이 통상임금을 기준으로 수당 등을 책정했다. 서울의료원의 직원들은 복지포인트도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2010년 1월부터 3년간의 잘못 계산된 수당을 다시 산정해 지급해달라는 내용의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에서 회사 측은 "복지포인트는 호의적·은혜적으로 주는 것이라 근로대가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1심 법원은 "모든 직원에게 균등히 일정 복지포인트를 배정했고 직원들은 포인트로 자유롭게 물건 등을 구입했다"며 "소정 근로의 대가이며 정기적·일률적·고정적으로 근로자에게 지급되는 것"이라며 복지포인트 역시 통상임금에 포함된다고 봤다.

2심 법원 역시 "휴직자·퇴직자를 포함해 해당 연도에 근무한 모든 근로자에게 복지포인트를 지급했고, 사용용도에 제한이 있긴 하지만 의료원이 사전 설계한 복지항목 해당 업종에선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었다"며 1심 판단을 받아들였다.

반면 대법원은 1, 2심 법원의 판단을 뒤집고 공무원과 공기업 직원이 매년 받는 복지포인트는 근로기준법에서 말하는 ‘임금’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원고 패소 취지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판단하라며 돌려보냈다.

복지포인트가 통상임금에 해당하는지를 두고 여러 사건이 법원에 계류돼 있는 가운데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처음으로 결론을 내린 것이다. 현재 대법원에서 심리 중인 관련 사건 20여건과 각급 법원에서 진행 중인 유사한 사건에서도 이 판례의 태도에 따른 결론이 내려질 전망이다.

대법원은 "복지포인트의 전제가 되는 선택적 복지제도는 임금성을 가진 복지수당 위주에서 벗어나 비임금성 기업복지 제도의 실질을 갖추기 위해 형식과 내용을 변화시킨 것"이라며 "복지포인트를 근로 제공의 대가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또 대법원은 복지포인트의 성격에 대해 △용도가 제한돼 있고 통상 1년 내 쓰지 않으면 이월되지 않고 소멸하며 양도할 수 없음 △근로제공과 무관하게 매년 초 일괄배정됨 △개별사업장 단체협약·취업규칙 등에서 보수나 임금으로 명시하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인 점 등을 고려해 근로기준법 상의 임금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이에 김재형 대법관은 별개의견을 통해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이 사건 복지포인트를 배정하고 근로자가 이를 사용하는 일련의 과정을 임금 지급으로 평가할 수 있고, 복지포인트 중 근로자가 실제 쓴 금액만큼만 사용자의 임금 지급이 최종적으로 이뤄졌다고 봐야 한다"며 "미사용액 고려 없이 연 단위 배정액 전부가 통상임금에 해당한다는 원심 판단엔 관련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고 파기환송 의견을 냈다.

또 박상옥·박정화·김선수·김상환 대법관은 "계속적·정기적으로 배정되고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 등에 사용자의 배정의무가 지워져 있는 복지포인트는 근로 대가로 지급되는 금품"이라고 반대의견을 냈지만 소수에 그쳤다.

대법원 관계자는 “하급심에서 판단이 엇갈려온 복지포인트가 임금인지에 대한 최초의 대법원 판결”이라며 “단체협약, 취업규칙 등에 근거해 근로자들에게 계속적·정기적으로 배정한 경우라고 하더라도 복지포인트는 근로기준법에서 말하는 임금 및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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