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뉴스] 역사를 바꾼 헌법재판소의 결정

이지혜 디자인기자 2019.09.10 06:00
[카드뉴스] 역사를 바꾼 헌법재판소의 결정

지난 4월 헌법재판소에서는 낙태죄의 위헌 여부 판단이 내려졌다. 산부인과 의사 A씨가 60여 차례 임신부의 승낙을 받아 낙태했다는 혐의로 기소되자 낙태죄가 헌법에 위반된다며 2017년 2월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헌재에서는 2012년 낙태죄에 대한 헌법소원 사건에서 합헌으로 결정했다. 이후 7년만에 낙태죄는 헌재의 재판정에올랐고 헌법불합치 결정이 내려졌다. 결정 이전부터 치열하게 논란을 벌였던 찬반 양측의 반응은 크게 엇갈렸다.  


이처럼 헌재는 우리 사회에 민감하고도 중요한 문제에 대한 결정을 내리면서 가치판단의 기준을 바꾸는 중요 역할을 한다. 


1988년 9월 창립된 헌재는 법령의 합헌성을 심판하기 위해 설치된 기관으로 위헌법률심판, 탄핵심판, 정당해산심판, 권한쟁의심판, 헌법소원심판 등 5가지의 헌법재판권한을 행사한다.

 

헌법재판소의 결정 중 현대사의 변화를 이끌었던 주요 판단 5가지를 뽑아봤다.

 

1997년

동성동본불혼 / 헌법불합치

고려시대 후기에 유교사상인 성리학이 도입되면서 성(姓)과 본(本)이 같은 남녀 사이에 혼인을 금지하는 법률이 처음으로 제정됐다. 이러한 전통이 이어져 1958년 제정된 민법에 동성동본인 혈족 사이에서는 혼인하지 못한다고 규정했다. 동성혼 금지법으로 인해 사실상 부부이면서도 혼인신고를 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발생했다. 이들을 구제하기위해 정부는 특례법을 제정하여 한시적으로 이들에 대한 혼인신고를 접수하여 동성혼을 인정했다. 1997년 7월 헌법재판소는 동성혼을 금지한 민법 제809조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1999년 1월1일부터 동성동본 부부의 혼인신고가 가능해졌다.


1999년

군 가산점 제도 / 위헌 

군 복무를 마친 제대한 군인을 대상으로 공무원 시험이나 공기업 등 채용 시험 시 복무 년수 만큼의 혜택 또는 가산점을 부여하는 것을 말한다. 1998년 10월 7급 공무원 시험에 응시했다가 군 가산점에 의해 탈락한 이화여대 졸업생 5명과 연세대 남성 장애인 학생이 형평성에 어긋난다며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1999년 헌법재판소는 군 가산점 제도는 여성과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의 희생을 가져오므로 평등권에 위배된다며 위헌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군 가산점 제도를 둘러싼 논쟁은 아직도 뜨겁다. 정부는 군 복무자들에 대한 다각도적 종합적인 지원책을 검토하고 있다.


2005년

호주제 / 헌법불합치

일제강점기 때 도입된 호주제(戶主制)는 호주를 중심으로 가족 구성원들의 출생·혼인·사망 등의 신분 변동을 기록하는 것이다. 여성은 혼인 전에는 아버지가, 결혼하면 남편이, 남편이 사망하면 아들이 호주가 됐다. 아들을 1순위로 하는 호주승계제도는 남아선호사상을 부추기고 이혼·재혼가구 등의 증가에 따른 다양한 가족 형태를 반영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2005년 2월 헌법재판소는 5차에 걸친 공개변론 후 호주제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2008년 1월 1일부터 폐지되면서 가족관계등록법이 시행됐다. 호주제 폐지는 한국사회의 남녀평등과 민주화의 진전을 의미한다고 평가받는다.


2015년

간통죄 / 위헌

간통죄는 배우자가 있는 사람이 배우자가 아닌 사람과 성관계를 가졌을 때 처벌할 수 있는 범죄로 1953년 제정됐다. 과거 간통죄 처벌은 유부녀에게만 적용됐다. 개인의 은밀한 사생활을 국가가 개입하는 것은 성적 자기결정권과 사생활의 비밀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는 이유로 끊임없이 논란이 됐다. 1990년~2008년까지 헌법재판소는 4차례 합헌 결정을 내렸다. 2015년 2월 헌재는 결국 국가가 법률로 간통을 처벌하는 것은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위헌 결정을 내렸다. 간통죄 처벌 규정은 제정된 지 62년 만에 폐지됐다. 현재 간통죄가 남아 있는 나라는 대만과 일부 이슬람 국가 뿐이다.


2019년

낙태죄 / 헌법불합치

낙태(落胎)란 태아를 자연분만기 이전에 인위적으로 모체 밖으로 배출하거나 모체 안에서 제거하는 것을 말한다. 우리나라는 낙태를 ‘죄’라고 규정하고 극히 예외적으로만 낙태를 허용하고 있다. 유전적 정신장애, 강간, 산모 건강 우려 등의 경우다. 낙태 시술을 한 여성과 의사에게만 형사적 책임을 묻는 것에 대해서 부당하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과 태아의 생명권 중 어느 것이 더 우선 시 돼야 하는가를 두고 팽팽하게 대립했다. 2019년 헌법재판소는 낙태죄 처벌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2012년 합헌 결정을 내린지 7년 만에 판단을 뒤집었다.

 

*위헌:법률이 헌법에 위반되는 것으로, 법률 전체 또는 해당 조항이 무효가 됨

*헌법불합치:사실상 위헌을 뜻하지만, 법의 공백으로 인한 혼란을 막기 위해 개정 때까지 법을 존속시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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