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 연쇄 살인 용의자' 확인했지만…왜 처벌 못하나

'태완이 사건'으로 살인죄 공소시효 폐지됐지만 소급적용 불가

하세린 기자 2019.09.18 21:59


경찰이 영화 '살인의 추억'의 배경이 된 경기도 화성 연쇄살인사건의 피의자를 찾았다. 2015년 7월 살인죄에 대한 공소시효 폐지를 골자로 하는 일명 '태완이법(형사소송법 개정안)'이 시행됐지만 소급적용이 불가해 처벌은 불가능할 전망이다.

경기남부경찰청은 지난 7월 화성 연쇄살인사건 증거물 일부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보내 DNA(유전자) 분석을 의뢰한 결과 채취한 DNA와 일치한 대상자가 있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18일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과거 수사 기법으로는 DNA의 주인을 확인하지 못했지만, 최근 DNA 분석기술 발달로 남성 용의자를 특정했다"며 "잔여 증거물도 감정을 의뢰하고 수사기록을 정밀히 분석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화성연쇄살인사건은 1986년부터 1991년까지 경기도 화성군 태안읍 반경 2㎞이내에서 6년 동안 10명의 여성이 희생된 희대의 연쇄살인사건이다. 10건의 사건 중 1988년 발생한 8번째 사건만 범인이 잡히고, 나머지 9건은 장기 미제 살인사건으로 남아 '살인의 추억', '갑동이' 등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1991년 4월3일 마지막 발생한 10차 사건의 공소시효가 2006년 4월 만료돼 9건 모두 미제사건으로 남았다.

화성 연쇄살인사건을 계기로 살인죄의 공소시효를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 나와 실제로 2007년 12월 살인죄 공소시효는 15년에서 25년으로 늘었다.

이후 1999년 발생한 대구 어린이 황산테러 사건(태완이 사건)의 진범을 잡지 못한 것을 계기로 살인죄 공소시효에 대한 반대 여론이 커지면서, 2015년 7월 형사소송법 개정으로 살인죄 공소시효가 폐지됐다.

그러나 이미 지난 사건에 대해선 공소시효 폐지를 소급 적용할 수 없어 이번에 특정된 용의자가 진범으로 밝혀지더라도 추가 처벌은 사실상 어려워 보인다.

용의자로 특정된 50대의 이 남성은 화성살인사건을 저지른 뒤인 1994년 강간 살인 범죄를 저지르고 무기징역을 선고받아 20년 넘게 교도소에서 복역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용의자가 진범으로 밝혀진다면 향후 가석방 대상에서 원천적으로 제외될 수는 있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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