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블리]재벌가 마약 사건에 '대기업 저승사자' 떴다

대검, CJ 장남 구속 수사 지휘…재벌가 인사에 엄격한 법 집행 지시

김태은 기자 2019.09.21 06:00
검블리 / 사진=이지혜기자


인천국제공항 세관에서 고농축 액상대마 카트리지를 비롯한 변종 마약 반입 적발. 인천지검에 인계. 소변검사 실시 결과 양성반응. 그러나 귀가 조치. 이틀 후 다시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조사. 또다시 귀가 조치.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장남 이선호씨의 '마약 밀반입 스캔들'이 검찰의 '재벌 봐주기 수사' 의혹으로 이어진 경위다. 마약 사범을 신병 확보 없이 '불구속수사'한 검찰의 조치가 합당한지 의혹의 눈초리가 쏟아졌다.

처음에 이씨를 놓아준 인천지검의 조치가 잘못됐다고 볼 수는 없다. 마약을 판매 목적으로 대규모로 유통하거나 해외에서 조직적으로 밀수하는 경우가 아닌 단순 투약범에 대해선 처벌보다 치료 및 재활에 방점이 찍힌다. 따라서 불구속 수사로 기소하고 법정에서도 집행유예를 선고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인천지검 역시 이씨를 검거할 당시 이 같은 판단을 했던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올 초 마약 사범으로 적발된 현대가와 SK그룹의 3세들이 체포 후 구속 수사를 받았던 것과 비교해 이씨에게는 다른 잣대가 적용된 것 아니냐는 의문도 표한다. 그러나 이들은 조직적인 마약 공급책 수사를 통해 적발된 케이스인데다가 현대가 3세는 수사 중에 해외로 도피했다는 의혹까지 있어 이씨와는 경우가 다르다는 게 마약 수사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그럼에도 우여곡절 끝에 인천지검은 이씨에 대해 결국 구속 수사로 선회했다. 이씨가 기습적으로 검찰에 자진출석해 "하루빨리 구속해달라"고 요청한 해프닝이 벌어진 것도 한몫했지만 "사회적 영향력이 큰 재벌가 인사들에 대해 보다 엄격한 법 집행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대검찰청의 수사지휘가 결정적이었다.

이씨에 대한 구속 수사가 오히려 역차별이 될 수도 있는 고민을 안게 된 인천지검에 대해 대검이 '구속 수사'로 결론지어주면서 이씨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가 최종 결정됐다는 것이다.

검찰 관계자들에 따르면 대검이 이 같이 수사지휘를 하게 된 데에는 한동훈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사법연수원 27기·검사장)의 영향이 컸다는 후문이다. 

검찰 내에서 손꼽히는 '특수통' 출신인 한동훈 검사장은 마약 수사와는 별다른 인연이 없는 편이다. 그러나 재계에서는 이미 '대기업 저승사자'로 명성(?)이 자자하다. SK그룹 분식 회계 사건, 현대차그룹 비자금 사건, 대우조선해양 비리 등 굵직한 기업 수사에서 대기업들에게 가차없이 '칼'을 휘둘러왔던 터다.

서울중앙지검 3차장검사를 역임하면서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 회계 의혹 수사를 이끌었던 장본이기도 하다. 대기업들, 특히 오너 일가와 관련된 사건사고가 많은 기업들에서는 "윤석열보다 한동훈이 더 무섭다"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한 검사장이 대검에서 대기업 수사 뿐 아니라 마약 수사를 지휘하게 되면서 재벌가 인사들의 마약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가 보다 세질 것이란 예상이 나오는 이유다. '대기업 저승사자'의 칼이 재벌가 마약 사건에도 가차없이 휘둘러질 것이란 관측에서다.
【인천=뉴시스】배훈식 기자 =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를 받고 있는 SK그룹 창업주 3세 최영근(31·구속)씨가 9일 오전 인천 남동구 인천남동경찰서에서 검찰에 송치를 위해 호송차로 향하고 있다. 2019.04.09. dahora83@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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