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 다녀오다 무단횡단 교통사고로 숨진 택시기사…업무상 재해 대상되나

안채원 기자 2019.09.22 09:00
사진=이지혜 디자인기자
근무 중 화장실에 다녀오다 무단횡단을 해 교통사고로 숨진 택시기사에 대해서도 업무상 재해를 인정해줘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부장판사 박성규)는 택시기사 A씨의 유족이 낸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택시기사 A씨는 지난해 3월22일 오전 10시쯤 한 시장 골목 앞 사거리에서 무단횡단을 하다가 버스와 충돌했다. 며칠 뒤 A씨는 이 사건 사고로 입은 뇌출혈로 인해 숨졌다.

A씨의 유족은 "A씨가 택시 운행 중 용변을 보기 위해 시장 내에 있는 화장실을 다녀오다가 교통사고를 당해 사망했다"면서 "업무와 상당인과관계가 있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근로복지공단에 유족급여 및 장의비 지급을 청구했다. 

하지만 근로복지공단은 "A씨가 어떤 이유로 도로를 무단횡단했는지에 대한 명확하고 구체적인 증거자료가 확인되지 않고, 근무시간 중 시장 내 화장실을 이용하기 위해 도로를 무단횡단했어야 할 근거가 확인되지 않는다"며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지 않아 지급할 수 없다고 결론 내렸다.

이에 A씨 유족은 행정법원에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근로복지공단의 부지급 처분을 취소해야 한다"며 유족 측 손을 들어줬다. A씨의 경우 업무상 재해로 인정할 수 있다고 봤다. 

재판부는 "A씨가 사고 장소에 택시를 주차하고 도로를 횡단해 시장으로 들어갔다가 나와 다시 도로를 횡당하던 중 사고가 발생하기까지 소요된 시간은 약 5분에서 7분 정도에 불과하다"면서 "그 시간 동안 화장실을 다녀왔다고 추론하는 것이 경험법칙상 가장 합리적인 설명이라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교대시간까지 2시간 남았고 앞으로 손님이 더 탑승할 수 있는 상황에서 개인적으로 물품을 구매하려 시장에 들렸을 것으로 추론하기 어렵다"며 "당일 신용카드로 결제된 내역도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 사건 사고 장소는 평소 불법주차된 차량과 무단횡당하는 보행자가 많은 장소고, 버스기사는 골목 앞에 무단으로 정차하고 있던 탑차에 시야가 가려 A씨를 보지 못했다"며 "위와 같은 상황의 편도 2차로의 도로에서 A씨가 주차된 택시로 돌아가면서 무단횡단을 했다는 사정만으로는 고의 범죄행위에 이른다거나 업무에 수반되는 행위의 범위를 벗어난 사적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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