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도한 남편이 도리어 이혼하자고 해요. 전 어떻게 해야 하나요?

[조혜정 변호사의 가정상담소]

조혜정 변호사 2019.09.30 06:00



Q) 30개월 아들을 키우면서 직장을 다니고 있는 서른 두 살의 워킹맘입니다. 아들 키우면서 직장생활을 병행하도 어렵지만, 남편 때문에 맘고생 하는 것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닙니다. 남편에게 다른 여자가 생겨서 저한테 이혼해달라고 하는데 정말 마음이 지옥 같습니다.

6개월 전쯤부터 남편이 야근이 잦아지고 회식이라면서 종종 새벽에 들어오기 시작했어요. 일이 밀렸다면서 주말에도 나가고요. 처음에는 회사 일이 바쁘고 지쳐서 그런가 보다 했어요. 남편과 저는 대학 때 만나서 연애와 결혼기간을 합쳐 10년간 잘 지내왔기 때문에 저는 남편을 완전히 믿었어요. 하지만, 남편의 정신이 딴 데 가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 남편의 핸드폰을 몰래 뒤져봤더니 남편이 다른 여자랑 ‘사랑한다, 같이 있고 싶다’면서 거의 하루 종일 카톡을 하고 있더라고요. 그 여자는 남편의 직장동료. 미혼이라더라고요.

남편의 외도를 알고 나서 전 배신감에 치를 떨면서 이혼하자고 난리를 쳤어요. 남편은 관계를 정리할 테니 한 번만 용서해달라고 빌더라고요. 처음엔 분노와 배신감에 확 다 끝내버리고 싶었지만 시간이 좀 흐르면서 그건 아니다 싶었어요. 어린 아들을 위해서 가정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도 강하게 들었고요. 그래서 남편을 용서하기로 했어요. 물론 화가 하루 아침에 가라앉는 건 아니라서 제가 간간이 남편한테 화를 내곤 했지만요. 자기 잘못을 아는지 남편도 가만히 듣고만 있더라고요. 그 후 남편이 제 눈치를 많이 보고 아이와도 잘 놀아줘서 이대로 봉합이 되나보다 하면서 서너 달이 흘렀어요.

그런데, 한 달 쯤 전부터 도리어 남편이 저한테 이혼해달라고 합니다. 자기도 생각을 많이 하고 그 여자를 정리해보려고 노력을 해봤지만 안된다네요. 저와는 같이 살아보니 안 맞는대요. 안 맞는 저와 살 자신이 없으니 서로를 불행하게 만들지 말고 지금 정리를 하자고 합니다. 그리고 외도한 것 때문에 평생 저한테 쥐어살기도 싫다네요. 남편이 이렇게 당당하게 이혼을 요구하니 저는 너무 기가 막혀서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습니다.

놀라운 건 남편의 태도가 시간이 갈수록 뻔뻔스러워져간다는 거예요. 처음에는 죄스러운 기색으로 애기하더니 시간이 갈수록 제가 이혼에 동의를 안 한다고 짜증을 내고 바보같다고 비난을 하기 시작해요. 심지어 남편은 아들은 그 여자가 키워주기로 했으니 아들 걱정은 말고 이혼해달라, 끝까지 이혼 안해주면 집을 나가서 소송을 하겠다고 나옵니다.

이렇게 뻔뻔스러운 남자 보신 적 없으실 거예요. 세 살 아이 아빠가 되어서 이렇게 무책임할 수가 있는지 기가 막히고 억장이 무너집니다. 제가 아무리 ‘아이를 생각하라’면서 매달려도 소용이 없네요. 남편의 이런 태도만 보면 ‘그래, 당장 이혼하자’ 하고 싶다가도 아직도 이런 현실이 믿어지지 않고 연애와 신혼 시절의 다정했던 남편이 돌아올 것 같기도 해요. 무엇보다 아이를 생각하면 어떻게든 남편의 마음을 돌리고 가정을 지키고 싶습니다.

만약 남편이 집을 나가 이혼소송을 한다면 제가 이혼을 당하게 되는 건가요? 남편을 돌아오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제발 조언 좀 해주세요. 전 이혼하고 싶지 않고 행복했던 옛날로 돌아가고 싶습니다.




A) 많이 답답하고 힘드시겠어요. 세 살 아이의 아빠가 이렇게 무책임할 수가 있는지 억장이 무너진다는 마음 백 번 공감이 갑니다. 그런데, 선생님만 이런 고민 하는 거 아니예요. 요즘 이런 남자가 많거든요. 세상이 많이 변해서 그런지 원래 인간의 속성이 그런 건지 부모로서의 책임감과 자신의 행복 중에서 자신의 행복을 택하는 경우가 적지 않더라고요. 선생님의 고민에 시원한 해결책을 드릴 순 없지만, 비슷한 고민과 상황을 많이 듣고 본 사람으로서 선생님의 질문에 대한 제 생각을 말씀드리도록 할께요.

일단 분명한 건 선생님이 자발적으로 이혼을 해주지 않는 한 남편은 이혼을 할 수 없다는 점이예요. 남편이 이혼 안해주면 집을 나가서 소송 하겠다고 한다는데 그냥 흘려듣지 마세요. 요즘 이런 경우 드물지 않거든요. 물론 그렇게 된다 하더라도 그 이혼소송에서 남편이 이혼하라는 판결을 받을 가능성은 낮습니다. 
우리 법원이 외도한 사람이 이혼소송을 걸면 이혼 안 시켜준다는 원칙, 어려운 말로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는 기각한다’는 원칙을 갖고 있기 때문이지요. 이 원칙의 예외가 약간씩 인정되고 있긴 하지만, 아직까지는 아이가 어린 경우에는 아이가 어느 정도 클 때까지는 이혼청구가 기각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단, 이 원칙은 이혼을 거부하는 이유가 혼인관계를 회복하겠다는 것이어야 하고 오기나 보복적인 감정으로 이혼을 거부하는 것이 아니어야 합니다.

일단, 내가 원하지 않는데 이혼을 당할 염려는 거의 없으니, 그런 쓸데없는 걱정은 잊어버리세요. 하지만, 선생님이 진정으로 바라는, 남편의 마음을 돌아오게 해서 행복했던 옛날로 돌아가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랍니다. 선생님은 지금 어려운 길을 가려고 하시는 거예요.

남편이 가정으로 돌아오게 될지 현재로서는 알 수 없어요. 솔직히 말하자면 선생님이 남편의 마음을 돌릴 수 있는 뾰족한 방법은 없다고 봅니다. 지금 남편의 마음은 그 여자로 가득 차 있고 선생님이 차지하는 비중은 별로 없어요. 그러니 선생님에게는 남편의 마음을 움직일 힘이 없는 거죠. 현재 남편에게 선생님은 자기가 원하는 바를 들어주지 않는 장애물일 뿐이예요. 

아직은 선생님에 대한 미안한 마음이 남아있겠지만 시간이 좀더 흐르면 그 미안한 마음도 사라지고 분노와 짜증만 남게 될 겁니다. 그러니, 뭔가 적극적인 행동을 취해서 남편의 마음을 돌리려 하지 마세요. 역효과날 가능성이 높아요. 특히 양가 부모님께 알려서 막는 건 안 하시는 게 좋아요. 처음에는 좀 먹히는 것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결국은 부작용이 훨씬 심하더란 것이 제 경험이예요.

적극적으로 할 수 있는 건 없는데 절대 하지 말아야 할 건 있어요. 그건 남편에게 외도했다고 화내고 잘못을 추궁하는 거예요. 정말 많은 사람들이 외도한 배우자를 비난하고 추궁해서 그나마 있었던 회복가능성을 완전히 날려버려요. 말로는, 머리로는 가정을 지키고 싶다고 하면서 행동으로는 외도한 배우자를 쥐잡듯 하지요. 주변에서 그래야 한다고 부추기기도 하고요. 이 과정에서 그나마 남아있던 부부로서의 애정이 완전히 파탄나는 경우가 많다는 것 알아두셨으면 해요. 처음에는 미안한 마음 때문에 용서를 빌지만 시간이 좀 지나면 ‘바람 한 번 피웠다고 언제까지 당하고 살아야 하느냐. 평생 이렇게 들볶이면서 살 수가 없으니 차라리 지금 이혼하자’고 나온답니다. 

제가 만난 정말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얘기했으니 꼭 마음에 새겨두세요. 사람은 누구나 자기 잘못을 지적하는 사람을 싫어하는데 바람피운 사람이라고 예외는 아니예요. 자기 잘못은 잊어버리고 상대방에게 추궁당해서 싫었다는 것만 기억하게 되지요. 남편이 선생님한테 질려버리게 되면 남편이 그 여자와 헤어지게 되더라도 선생님에게 돌아오지 않아요. 아이를 생각해서 가정으로 돌아올 거라고 크게 기대하지 마세요. 그건 우리 부모님 시대의 얘기고 요즘 사람들은 다르더라고요.

지금 선생님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은 기다리는 거예요. 남편과 그 여자의 사이가 진짜 사랑인지 순간의 감정에 불과한 것인지 가려질 때까지 기다려야 합니다. 만약 순간의 감정에 불과하다면 남편과 그 여자는 이내 헤어지게 될 것이니까요. 하지만, 충분히 기다려도 두 사람의 사이에 문제가 없거나, 두 사람이 헤어진 뒤에도 남편이 선생님에게 돌아오는 것을 거부한다면 그 때는 이혼을 진지하게 고려하시길 권하고 싶습니다. 어쨌든 이혼할 건지는 그 때 가서 결정해도 늦지 않아요.

남편의 외도가 시작된 지 6개월 정도 밖에 안되었다면 아직은 남편과 선생님, 그 여자의 관계가 어떻게 결론날지 단정하기는 이른 시점이예요. 남편이나 선생님이나 시간이 흐르면서 생각이 계속 바뀌게 되거든요. 그러니, 지금 남편이 하는 이런 저런 말과 행동들에 너무 상처받거나 일일이 반응하지 마시고 자기 중심을 잡고 일단 조용히 기다려보세요. 그래야 그나마 회복가능성이 있거든요. 어려운 길을 가시려는 선생님을 응원합니다.

조혜정 변호사

[20년간 가사소송 등을 수행하면서 우리 사회의 가족이 급격하게 해체되어가고 있음을 현장에서 실감했습니다. 가족해체가 너무 급작스러운 탓에 삶의 위안과 기쁨이 되어야 할 가족이 반대로 고통을 주는 존재가 되어버린 분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이런 분들을 위해 지난 20년간 깨달은 법률적인 지식과 삶의 지혜를 ‘가정상담소’를 통해서 나누려합니다. 가족 때문에 고통받는 분들에게 위로가 되고 해결책을 찾는 단초가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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