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차 송무 변호사, 1년간 법조 기자로 살아보니

법무법인 바른 박윤정 변호사 인터뷰

안채원 기자 2019.10.18 06:00
법무법인 바른 박윤정 변호사 /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변호사가 된 후부터 전 종이 기록에 박제된 세상을 보며 살아왔어요. 그러다 보니 더 많은 교류와 경험에 대한 목마름이 생겼죠. 기자 생활을 하면서 넓은 세상을 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변호사와 법조 출입 기자. 닮은 듯 다른 이 두 가지 직업을 모두 가져본 이가 있다. 법무법인 바른의 박윤정 변호사는 2018년 6월부터 2019년 5월까지 1년간 머니투데이 더엘(the L)에서 법조 취재기자로 함께했다. 법무법인 바른에서 5년 이상 근속한 변호사들에게 주는 1년 연수의 시간을 머니투데이와 함께한 것이다. 

미국 로스쿨도 선택지에 있었지만 그는 해외 연수를 포기하고 기자의 길을 택했다. 박 변호사는 "머니투데이에서 파견근무를 해보는 것이 어떻겠냐는 제안을 받고 이미 선발된 미국 연수를 포기했다"며 "뿐만 아니라 취재부서에서 기자로 활동하는 것과 사내 변호사로 활동하는 두 가지 안 중에서도 망설임 없이 취재기자를 선택했다"고 전했다.

굳이 기자라는 직업에 도전했던 이유는 뭘까. 소송 대리를 하며 언론의 중요성을 직접 깨달은 게 결정적 계기가 됐다. 법무법인 바른은 '가습기살균제 사건 손해배상청구소송' 사건 다수를 피해자 측에서 대리해왔다. 박 변호사도 이 대리인단에 함께했다. 그러나 거대기업을 상대하는 싸움은 쉽지 않았다. 상대 기업 내부에 존재하는 정보를 투명하게 확인할 수 없다는 것이 가장 큰 장애물이었다. 
 
불리한 쪽으로 기울어가던 판이 뒤집힌 건 이 사건에 언론이 주목하고 난 뒤부터였다. 박 변호사는 "당시 가습기살균제와 폐 질환의 인과관계를 법률적으로 입증하는 것이 상당히 어려웠는데, 언론이 나서자 검찰 수사가 보다 적극적으로 이뤄지기 시작했다"면서 "수사와 여론의 압박에 결국 제조사들은 배상안을 마련했고 저희가 맡은 피해자들 모두 배상금을 받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 경험을 계기로 언론의 사회적 책임과 역할, 파급력을 느낄 수 있었다"며 "기자라는 직업을 동경하게 되는 결정적 계기가 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현실로 부딪혀 본 기자 생활은 쉽지 않았다. '오류가 없어야 한다'는 강박이 부담이 됐다. 박 변호사는 "송무 변호사는 오직 의뢰인의 편에 서서 갖가지 주장을 열정적으로 담아내면 되는데 기자의 글은 어느 편에도 치우치지 않고 객관적인 사실을 담아야 한다는 게 어려웠다"며 "정확한 기사를 써야 한다는 부담감에 논문들을 찾아보기도 하고 다시 법리를 공부하기도 하며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고 털어놨다. 

기자로서 보낸 1년은 그에게 어떤 의미였을까. 박 변호사는 "여러 선후배 기자님들 뿐만 아니라 다양한 취재원을 만나면서 넓은 세상을 보고 왔다는 만족감이 크다"며 "또 기사 하나가 생산되기까지 기자들이 겪게 되는 고민들, 번뇌들을 옆에서 지켜보며 배운 점도 많다"고 말했다.

다시 송무 변호사로서의 삶을 살고 있는 그는 노동, 가사, 건설·부동산 등 다양한 분야의 사건을 맡고 있다. 박 변호사는 "돌아오고 난 뒤 '역시 송충이는 솔잎을 먹고 살아야 하는구나' 생각했다"면서 "일이 많아 몸은 힘들지만 저는 역시 일방의 편이 돼 전투적인 글을 쓰는 것이 적성에 맞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웃어 보였다. 

박 변호사는 두 아이를 키우는 워킹맘이기도 하다. 그는 "일을 하다 밤을 새 날이 밝아서야 집에 들어가는 일이 빈번한 엄마"라며 "운 좋게 저는 친정어머니가 아이들을 봐줄 수 있는 상황이라 정말 감사하게 생각하지만 아이들과 오랜 시간을 함께하지 못하는 게 늘 마음에 걸리기는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점차 바뀌고 있지만 아직까진 육아의 책임이 아빠보단 엄마에게 있다는 인식이 강한 것 같다"며 "워킹맘으로 살아가려면 주변의 도움이 현실적으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박 변호사는 '의뢰인이 의지하고 기댈 수 있는 변호사'를 꿈꾼다. 변호사는 기본적으로 의뢰인의 승소(소송에서 이기는 것)를 위해 일하지만, 그 과정에서 의뢰인의 고민을 듣고 아픔을 나누기도 한다. 그는 "법무법인 바른에 처음 입사했을 때 '변호사는 정신과 의사의 역할도 겸해야 하는 것'이라고 하셨던 선배님의 말씀을 늘 새기고 지낸다"며 "소송에 임한다는 것이 당사자에게는 인생에서 가장 힘든 시간일 수 있는데, 승패도 중요하지만 그 긴 과정에서도 믿고 의지할 수 있는 변호사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두 아이에게 멋진 엄마가 되는 것도 그의 목표다. 박 변호사는 "나중에 아이들이 컸을 때 '우리 엄마 정말 멋있어'라는 생각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면서 "무엇보다 아이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사람이 되고 싶다"고 전했다. 

<프로필>
법무법인 바른의 박윤정 변호사는 2007년 연세대학교 정치외교학과와 법학과를 졸업하고 제51회 사법시험에 합격, 사법연수원을 41기로 수료했다. 2012년 법무법인 바른에 입사한 후 주로 노동, 가사, 상속, 건설, 부동산 사건의 소송과 자문을 수행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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