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변호사 권익찾기 나선 강정규 한법협 회장

웹소설 작가, 저작권 분쟁 계기로 변호사로 변신…로스쿨 변호사 모임 대표 맡아

유동주 기자 2019.10.25 06:00
강정규 변호사(한법협 회장)


"사시나 로스쿨 간 갈등 보다는 청년 변호사 근로조건 개선이 당면 과제"
로스쿨 변호사 모임인 한국법조인협회(한법협) 3대 회장으로 선출된 강정규(36) 변호사는 "법률시장에서 갈수록 소외되는 낮은 연차 변호사들을 위한 사업을 우선시 하겠다"고 공언했다.

이번 달 7일부터 임기가 시작된 강 회장은 "앞으로 2년 동안 해야 할 일을 생각하니 벌써 마음이 무거워진다"며 "최선을 다해 로스쿨 제도를 발전시키고 청년 변호사의 권익을 보호해 미래를 개척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법협은 2015년 9월 설립된 이후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의 권익을 위해 활동해왔다. 특히 사법시험 존치논란으로 로스쿨에 대한 압박이 극심하던 때, 로스쿨 측 주요 대변자 역할을 했다.

강 회장은 2017년 사시폐지로 그 직전 몇년 간 법조계를 달궜던 사시와 로스쿨 싸움은 끝났다고 본다. 대한변호사협회와 서울변호사회를 장악했던 사시존치파 변호사들도 2번의 선거를 거치며 사실상 업계 주류에서 퇴출됐다. 

◇'사시vs로스쿨' 싸움 끝나…'청년vs기득권' 변호사 싸움 본격화

사시·로스쿨 논쟁은 끝났고 갈수록 어두워지는 청년 변호사들의 미래를 해결하는 게 한법협의 당면 목표라고 그는 진단내렸다. 향후 신규 변호사는 로스쿨 출신일 수 밖에 없기 때문에 한법협은 기존 로스쿨 변호사 권익단체에서  청년 변호사 대표단체로 발전적 변화단계에 있다는 것이다. 변호사업계에선 대체로 '5년차 이하, 40세 이하' 변호사를 '청년' 변호사로 분류한다. 따라서 로스쿨 출신 변호사 상당수가 '청년' 변호사 세대에 속한다.

변호사시장의 전관비리와 불법브로커 문제는 수십 년간 이어진 고질적 병폐다. 앞선 변호사 세대가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이 문제를 방치하면서 신규 변호사들의 설 자리가 마땅치않다는 것이 강 회장의 판단이다. 

그는 "최근 이탄희 변호사의 검찰 출신 전관 지적에 대검이 발끈하며 증거를 대라고 했지만 전직 고위 검사장이 변호사법 위반으로 징역형을 받은 게 고작 2년 전"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고위 판검사의 퇴직 후 개업 제한을 강화하고 전관과 현직 판검사의 사적 접촉을 엄격히 법으로 금지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강 회장은 "교육을 통한 양성이 로스쿨 제도의 본질인데 한법협도 그런 의미를 살려 단체 성격에 변화를 주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구체적으로 교육·공보·동호회·스타트업이라는 4대 분야에서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서울시교육청과의 공동 '법교육'사업 △청년 변호사 칼럼니스트 육성 △동호회 활성화 △스타트업들과 변호사들의 상생방안 등으로 공약을 구체적으로 실행해나갔겠단 계획이다.

청년 변호사들의 권익을 향상시키면서도 동시에 법률시장의 소비자와 공급자의 건전한 상생을 위한 방안을 모색하겠다는 구상이다.

◇"저임금에 격무…야근 일상화된 청년 변호사 현실 개선하겠다"

청년 변호사들이 가장 심각한 문제로 지적하고 있는 것은 6개월의 법정 실무수습 기간 동안 저임금의 격무에 시달린다는 점이다. 실제 일부 로펌에선 교육을 해 준다는 명분으로 6개월간 거의 임금을 주지 않는 경우도 있다. 

강 회장은 "실무수습 제도 개선 촉구 주장을 법무부에 지속적으로 전달할 것"이라며 "정부도 산적한 사법개혁 과제로 로스쿨 문제에 집중하긴 어려운 상황이라 계속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엔 대형 로펌은 야근 일상화, 서초동 소형 로펌은 칼퇴근이었다는데 지금은 대형은 새벽 퇴근, 서초동은 밤 10시 퇴근이 일상이 되고 있다"며 "청년 변호사 과로가 심각한 수준"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과로에 그치는 게 아니라 일상적인 고용불안까지 겹쳐 신규 변호사에겐 법률시장 진입에 큰 장벽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 문제들을 모두 한법협이 한 번에 해결할 수는 없지만 공공기관부터 소속 변호사들에게 노동법에 따른 근무조건을 준수하게 하는 노력을 시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한법협 회원은 현재 약 3500명으로 1000여명이 동시에 카카오톡과 네이버 밴드를 이용해 활발히 온라인 의견을 나누고 있다"며 "정치적 사안에 대해선 서로 이념이 다를 순 있지만 변호사 권익보호를 위해선 의견일치를 쉽게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로스쿨 변호사 모임 대표 입장에서 로스쿨 제도개선에 대해서도 의견을 내놓았다. 그는 "로스쿨 입학에 대한 2015년 교육부 전수조사 이후 적어도 입시 공정성은 보장돼 있다"면서도 "그럼에도 사회적 요구에 맞춰 정량제 강화가 필요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강 회장은 "사법개혁의 결과물인 로스쿨을 발전시키는 게 한법협 설립취지"라며 "단계별로 작은 성과를 이뤄내 큰 성과도 낼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EBS 펭귄 캐릭터 '펭수'와 함께 한 강정규 변호사(로스쿨 변호사 모임 한법협 회장). 강 변호사는 EBS 조직법무부에서 저작권 관련 업무 등을 담당하고 있다.

◇판타지 웹소설 작가 '기신'에서 변호사로 변신 계기는 '저작권 분쟁'

강 변호사는 판타지·무협 웹소설을 연재하다 한양대 로스쿨에 진학한 특이한 이력을 갖고 있다. '기신(記信)'이란 필명으로 '서울마도전', '천룡회', '여우 도시로 나오다' 등을 썼던 작가다. 수천 년간 인생을 반복하는 변호사의 이야기를 '영원히 사는 변호사'라는 판타지 소설로 지금도 연재하고 있다.

"군 입대 전 출간한 작품이 출판사 폐업 후 저작권 문제가 생겨 어려움을 겪다 이를 계기로 로스쿨에 진학했다"는 게 그의 변호사가 된 계기다. 

현재는 EBS에서 7년째 저작권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저작권 전문가인 그는 "모든 창작물은 처음부터 자기가 온전히 창작했다고 보기 어렵고 기존 것들에 자신만의 생각을 덧붙이는 것"이라며 "명백한 표절·도용이 아니라면 서로 합의해 조율하는 게 낫다"고 조언했다.

그는 기회가 된다면 자신의 판타지·무협 소설을 게임 등 2차 콘텐츠시장에서 활용해보고 싶다는 바람을 갖고 있다. 게임시장이 급성장한 중국 등에서 몇년 내 자신의 웹소설을 게임화하는 게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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