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박근혜 '국정원 특활비 상납 사건' 재심리…"국고손실·뇌물 모두 유죄"(종합)

원심 깨고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내…'국정원장=회계관계 직원' 판단

이미호 기자, 안채원 기자 2019.11.28 11:34
수감 중인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난 9월 어깨 수술을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성모병원으로 이송되고 있는 모습.
대법원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원 특활비 상납 사건' 원심을 뒤집고 다시 심리하라고 판단했다. 특활비를 건넨 국정원장이 회계관계 직원에 해당된다고 본 셈인데, 이에 따라 국고손실죄 적용이 가능하다. 국고손실죄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특가법)상 횡령죄 가운데 처벌 수위가 가장 높다.

대법원 2부(주심 김상환 대법관)는 28일 박 전 대통령의 국정원 특활비 사건 상고심에서 국고손실 혐의와 뇌물 혐의를 무죄로 판단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국정원 특활비 사건은 박 전 대통령이 지난 2013년 5월부터 2016년 9월까지 최측근인 이재만·안봉근·정호성 비서관 등 '문고리 3인방'과 공모해 남재준·이병기·이병호 전 국정원장에게 총 35억원의 특활비를 받았다는 사건이다.

쟁점은 국정원장이 관련법상 국가의 회계사무를 처리하는 사람(회계관계 직원)에 해당하는지다. 국고손실죄는 죄를 저지른 사람이 회계관계 직원에 해당돼야만 성립된다.

앞서 1심은 박 전 대통령에게 징역 6년을 선고하고 추징금 33억원을 명령했지만, 2심은 일부 국고손실 혐의가 무죄라고 판단해 징역 5년으로 감형하고 추징금도 27억원으로 줄였다. 즉 1심은 국고손실 혐의를 인정했지만, 2심은 이를 뒤집고 국고손실이 아닌 특가법상 횡령을 적용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이날 '국정원장=회계관계 직원'으로 판단했다. 
같은 취지로 대법원은 앞서 2심에서 징역 2년이 선고된 남 전 원장과, 징역 2년 6개월이 선고된 이병기·이병호 전 원장의 재판도 파기 환송했다. 이병호 전 원장 시절인 2016년 9월 전달된 2억원에 대해 (박 전 대통령의) 뇌물혐의가 인정돼야 한다는 판단이다. 이병호 전 원장에 대해서는 국고손실과 뇌물공여 혐의가 모두 인정돼야 한다고 봤다.
안 전 비서관은 징역 2년 6개월, 이 전 비서관은 징역 1년 6개월, 정 전 비서관은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확정했다.

이날 대법원 판단에 따라 박 전 대통령은 향후 서울고법에서 '국정원 특활비 상납' 사건의 파기환송심 재판을 받아야 한다. 대법원이 이런 판단을 내림에 따라, 파기환송심에서는 박 전 대통령의 형량이 일부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2심에서 무죄 판단을 받은 뇌물 등 혐의가 인정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여기에 지난 8월 대법원 판단으로 서울고법에 계류돼 있는 국정농단 파기 사건(2심 징역 25년), 이미 징역 2년이 확정된 2016년 새누리당 공천 개입 사건까지 합해 박 전 대통령의 최종 형량이 결정될 전망이다.

이번 대법원 판단은 항소심 중인 이명박 전 대통령 재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 전 대통령도 박 전 대통령 처럼 국정원장으로부터 특활비를 상납 받았다는 혐의를 받는다. 이 전 대통령의 1심 재판부는 국정원장이 회계관계 직원이라 보고 관련 혐의를 '유죄'로 판단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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