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물공여 혐의' 이재용 적극적 vs.수동적 '뜨거운 공방'…손경식 회장 증인 채택(종합)

특검, 징역 10년 이상 양형 제시…삼성 측 "기업들, 대통령 요구 거절 어려워"

이미호 기자, 안채원 기자 2019.12.06 18:34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에게 뇌물을 준 혐의로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6일 오후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리는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3차 속행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사태에 연루된 혐의로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51)의 파기환송심 세번째 재판이 6일 열렸다. 대법원 판단을 강조하며 실형을 이끌어내려는 특검과 재판부의 작량감경을 통해 집행유예를 받으려는 이 부회장 측이 팽팽하게 맞서면서 '뜨거운 공방'이 펼쳐졌다.

서울고등법원 형사1부(정준영 부장판사)는 이날 오후 2시 5분 이 부회장에 대한 파기환송심 속행 공판기일(양형심리)을 진행했다. 앞서 이 부회장 측이 "대법원 유무죄 판단에 대해 다투지 않겠다"고 한 만큼, 재판부는 유무죄 심리와 양형심리를 나눠서 진행하기로 했다. 유무죄 심리는 지난달 22일 열렸다.

◇특검 "이재용 개인 현안, 목적성 뚜렷…적극적 뇌물"=이날 재판에서 특검은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판단 요지를 먼저 설명하고, 항소 이유에 대해 변론했다. 

앞서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 8월 이 부회장에게 적용된 최서원씨 딸 정유라씨 승마지원 말들 관련 뇌물공여,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관련 뇌물공여,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 범죄수익은닉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을 다시 심리하라고 주문했다.

특검은 대법원 판단과 관련해 "(뇌물을) 어쩔 수 없이 준게 아니고 편승한 것, 목적과 의사가 있었고 수동적이 아닌 적극적 뇌물이었다는 점이 대법관 만장일치로 나왔다"면서 "피고인이 주장하는 '강요죄 피해자'라는 프레임은 대법에서 배척됐고 결국 부정청탁을 한 적극적 뇌물공여자라는 점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어 "이 사건은 기업 현안이 아니라 이 부회장 개인의 현안이기 때문에 목적성이 뚜렷하다"면서 "사건의 본질은 정경유착에 따른 검은 거래"라고 강조했다.

특검은 또 "이 사건의 범행 경과를 쭉 살펴보면 대통령의 불법적인 요구에 대해서 소극적이거나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 적이 전혀 없다"면서 "(앞서) 문제가 된 롯데나 SK그룹 관계자들이 보여준 태도와는 확연히 대비되는 태도"라고 지적했다. 

앞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수동적인 뇌물 공여라는 사정을 인정받아 2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아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이날 특검은 이 부회장에 대해 적정 형량으로 징역 10년 8개월에서 16년 5개월을 제시했다. 이는 검찰의 구형과는 다르다.

특검은 헌법 11조를 언급하면서 "헌법 정신에 부합하는 양형을 통해 법치주의를 구현할 수 있고 이를 통해 정경유착의 고리가 단절되고 재계에 있어서도 혁신적 경제모델로 도약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줄 것"이라며 "엄정한 양형을 통해 삼성그룹이 비난의 대상이 아니라 존경과 사랑의 대상이 되는 그룹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기회를 부여해 달라"고 밝혔다.


◇이 부회장측 "기업들, 현실적으로 대통령 요구 거절하기 어려워" =반면 이날 이 부회장 측은 특검의 '실형 주장'은 가혹하다고 주장했다. 현대차와 롯데, KT, 포스코 등 박 전 대통령으로부터 요구받아 뇌물을 준 다른 기업들의 사례를 나열하며 조목조목 반박했다. 또 박근혜 정부 청와대가 직접적으로 기업을 압박했다는 사실을 법정에서 환기시키는데 주력했다.

이 부회장 측 변호인은 "현대차 그룹의 경우, 대통령으로부터 지원요구를 받을 당시 노사관련 현안 등 구체적 현안이 존재했고 청와대에 전달됐다"며 "이밖에 롯데나 KT, 포스코, SK의 경우도 구체적 현안이 존재했고 이를 청와대에 전달한 자료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삼성은 현안이 존재했지만 다른 기업체럼 청와대에 전달한 사실이 없다. 단독면담을 준비했던 청와대 인사들이 삼성으로부터는 건의사항을 전달받은 사실이 없다고 증언한 바 있다"고 반박했다.

역대 정권들의 기업압박 사례도 제시하며, '수동적 뇌물공여'라는 점에 힘을 실었다. 이 부회장 측 변호인은 "전두환 정부로부터 박근혜정부까지 대통령이 권력을 남용해 기업을 압박한 사례는 쉽게 찾을 수 있다"면서 "국정농단 사건만 보면 SK그룹은 '청와대가 요청한건데 우리의 비협조 때문에 심기가 상한게 아닌지 염려된다'며 매우 저자세로 나갔다"고 설명했다.
또 "신세계 역시 미르재단 출연 당시, 대통령과 관계있다는걸 몰랐다가 나중에 언론을 통해 확인한 후 등골이 오싹했다고 진술한 바 있다"면서 "삼성도 이와 다를 바 없다. 결국 기업들은 현실적으로 대통령 요구를 거절하기 어렵고 거절할때는 불이익을 감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이날 이 부회장 측에서 증인으로 신청한 손경식 CJ회장에 대해 내년 1월 17일 신문을 진행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이 부회장의 국정농단 파기환송심 재판은 해를 넘기게 됐다. 손 회장은 박 전 대통령 1심에서 청와대로부터 이미경 CJ 부회장을 퇴진시키라는 압박을 받았다는 취지로 증언한 바 있다. 삼성 측은 손 회장 증언을 토대로 수동적인 뇌물 공여였다는 점을 부각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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